● 연예계 모 협회-정치권 '검은 유착' 의혹

배우 고현정(가운데)이 2010년 SBS를 통해 방송된 정치드라마 '대물' 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율동을 하는 등 유세 장면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인물과 관계없음
A회장, K의원 당선 돕고
행사 활동비 명목으로
거액 사례금 수령 논란
사정기관 모 협회 주시

유명 연예기획사
해외진출 지원 조건으로
특정 대선캠프 줄대기 소문도

정치권에서도 연예인들의 입김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얼마 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사퇴와 관련해 배우 유아인이 기성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또 가수 배슬기가 트위터에 올린 '종북발언'도 크게 논란이 됐다.

선거 때 혹은 중요한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 연예인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수 윤도현, 개그맨 김재동이 대표적이다. 장관까지 지낸 배우 출신 유인촌 문화특별보좌관은 아예 연예인에서 정치인으로 전업한 경우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연예 관련 모 협회가 정치권을 지원하는 대가로 거액의 사례금을 받아 이를 협회장 비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사정기관에 접수됐다.

정치권과 연예계의 동침

선거를 전후해 검찰 등 사정기관에는 선거법 위반과 관련된 여러 첩보와 제보가 접수된다. 특정 정치인이 불법선거를 했다거나 기업이나 재력가 등이 특정 정치인을 뒤에서 지원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 단체나 협회가 특정 정치인과 야합했다는 첩보와 제보도 적지 않다.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일들은 오래 전부터 관례처럼 존재해 왔던 것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사정기관에 접수되는 선거법 위반 첩보들 중 연예인과 관련된 내용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예컨대 지난 정권 때 각종 선거에서 연예인 아무개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해주는 대가로 향후 공천을 받기로 했다거나, 가수 아무개가 방송계 인사의 정치권 입성을 추진해 주는 대가로 활동을 보장 받았다는 식의 말이 무성하다.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의 커넥션은 어찌 보면 다소 어색한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한다. 연예인들을 가리켜 '공인(公人)'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연예인들을 뜻하는 '공인'은 한자로 '工人'이라고 쓴다. 이는 조선시대 때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을 '공인(工人)'이라고 부른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연예인들의 사회적 위치나 역할을 보면 '工人'이 아니라 '公人'에 다름 아니다. '公人'은 공무원과 같이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인식은 연예인들을 공인(公人)으로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이 가끔 사회적 대변자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정치권과 연예계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는 이유도 여기 있다.

현역 의원도 연루 정황

일부 연예인들은 국회의원이 되거나 장관 등 관직을 얻는 경우도 있어 공인으로서 연예인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정치인의 한마디보다 연예인들의 한마디가 더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다. 광우병 파문이 한창일 당시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올린 비판글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치인과 연예인의 커넥션과 관련해 사정기관에 들어가는 여러 첩보와 제보들 중 일부는 사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 가운데 최근 사정기관은 ○○협회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회가 지난 총선 당시 특정 정치인의 선거법 위반에 연루된 정확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사정기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협회는 여권의 K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이를 돕기 위해 연예인들을 동원해 지원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이 협회는 자신들이 지원해준 K의원이 당선된 이후 이 의원으로부터 거액의 사례금을 챙겼다고 한다. 이 협회가 연예인을 지원하도록 중간에서 협회와 K의원 간에 다리를 놔준 인물 역시 정치인이다. 이 정치인은 방송연예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유명한 인물로 자신도 이 협회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회가 정치인들을 지원해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적지 않은 사례금 때문이다. 이 협회의 A회장은 이렇게 챙긴 사례금을 자신의 비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사정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A회장은 정치인들로부터 받은 사례금을 비자금화 했다"며 "회장은 자신의 측근들 명의의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받아 관리한 것으로 보여진다. 차후에 구체적인 내용이 확보되면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인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A회장은 자신과 친한 연예기획사 사장 등에게 지시해 유명 가수와 연예인들을 선거활동에 반강제적으로 동원하기도 하고 이들의 행사 활동비 명목으로도 적지 않은 돈을 받은 것으로 사정기관은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명 연예기획사들이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정권 들어 활발하게 해외진출을 모색한 한 기획사는 특정 후보의 대선캠프를 지원해주고 그 대가로 해당 캠프로부터 '달콤한 약속'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른 기획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말들이 들린다. 한 유명 기획사는 특정 방송사와 연계해 모 대선 후보를 물밑에서 돕기로 하고 유명 MC와 연예인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검찰이 당장 이와 관련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검찰 내부의 여러 문제로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때문에 사건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대선과 연결된 민감한 문제는 조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