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박근혜·문재인 러닝메이트… 승자는 부활찬가, 패자는 정계은퇴

●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격돌 홍준표·권영길
대선과 날짜 같아 '미니 대선' 고향에서 정치 운명 걸어
창원시 분리·경남도청 이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전
  • 홍준표. /연합뉴스
한때 옥좌(玉座)를 꿈꿨던 잠룡(潛龍)들. 그러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제는 고향에서 도백(道伯)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대전(大戰)은 제18대 대선과 같은 날인 오는 19일에 치러진다.

한 사람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또 한 사람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자격이다. 대선에 묻혀 관심이 덜 가는 게 사실이지만 출전선수 이름만 보면 대선에 못지않은 중량감이 있다.

'중앙 거물'로 뉴스의 중심이 됐던 홍준표(58) 전 한나라당 대표와 권영길(71)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홍 전 대표는 새누리당 후보, 권 전 대표는 무소속 후보로 이번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나섰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후보는 4선 의원을 지낸 거물로 차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권 후보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15~17대 대선후보를 지냈고 금배지도 두 차례(17, 18대)나 달았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이점 때문에 홍 후보가 권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 회사인 모노리서치가 경남도민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8일 경남지역 남녀 유권자 1,014명을 대상으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52%), 권영길 무소속 후보(25.7%), 이병하 통합진보당 후보(6.5%) 순이었다.

  • 홍준표(왼쪽) 경남지사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 당 대선후보와 함께 지난 1일 경남 김해시 동상동 재래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권 전 후보가 17, 18대 총선 때 새누리당의 아성인 창원에서 당선됐다는 점 등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감안하면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홍 전 대표 측에 맞서 권 전 대표는 "정권 교체의 대장정은 경남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쓸쓸한 퇴장 그리고 컴백

홍 후보는 4선 의원을 지냈지만 당에서는 늘 변방이었다. 홍 후보는 야당 시절 대여(對與)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데 이어 2006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 잇따라 출마했으나 좀처럼 비주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창녕에서 태어난 홍 후보는 대구 영남중ㆍ고를 거쳐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정치인이 되기 전 '모래시계 검사'라는 애칭을 얻었던 홍 후보는 '여당 속 야당'이라는 평도 들었다.

  • 권영길. /연합뉴스
홍 후보는 당 전략기획위원장, 혁신위원장 등을 역임했지만, 본인 표현대로 당직다운 당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독불장군, 돈키호테로 표현되는 홍 후보의 성품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았다.

그러다 홍 후보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홍 후보는 1년 전이었던 지난해 12월, 당의 쇄신 급류에 휘말려 대표 취임 5개월 만에 낙마하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의원실 소속 9급 비서의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 파문으로 인한 쇄신 부메랑에 홍 후보는 끝내 주저앉아야 했다.

홍 후보는 친박(친 박근혜)계가 공천을 주도했던 지난 4ㆍ11 총선 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당에서도 홍 후보에게는 지역구 공천(서울 동대문을)을 보장해줬다. 하지만 홍 후보는 민병두 민주당 후보에게 참패했고, 이후 사실상 야인(野人)으로 전락했다.

홍 후보는 그대로 잊히는 듯했다. 홍 후보는 그러나 지난 7월 김두관 전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지사직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출전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쥠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 권영길(왼쪽) 경남지사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함께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서 시민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홍 후보는 알려진 대로 친박과는 거리가 있다.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홍 후보가 본선진출티켓을 확보할 거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남지사 보궐선거의 출마자가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성격을 띤다는 점, 홍 후보가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거물이라는 점, 당내 화합이라는 측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면서 티켓은 홍 후보의 손으로 넘어갔다.

총선 불출마 그리고 복귀

권영길 후보는 국민적 유행어를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권 후보는 두 번째 대선에 나섰던 2002년 12월 TV 연설에서 어눌한 말투로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호소했고, 이후 이 말은 국민적 유행어가 됐다.

권 후보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원적지는 경남 창원이다. 또 실질적 고향은 산청이다. 부산 남부민초교와 경남중ㆍ고를 나온 권 후보는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신문에 입사, 파리특파원 등을 지냈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 등도 권 후보의 이력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력들이다.

권 후보는 지난해 6월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권 후보는 "진보정당 건설에 실패하면 3선이 아니라 10선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 백의종군하면서 오직 통합의 길에 몸을 던지겠다"고 외쳤다.

권 후보는 또 "진보신당과의 통합 과정이 자리 문제로 비화되면 통합의 길은 요원해질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분당의 원인이 당직과 공직의 독점에서 시작됐음을 반성하고 크게 통합의 길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올해 총선 이후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 등으로 다시 갈라서긴 했지만 권 후보의 절규는 진보진영 통합의 밑거름이 됐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은 4ㆍ11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이라는 간판 아래 하나로 뭉쳤다.

올해 총선 불출마로 권 후보의 정치인생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권 후보의 나이가 만 71세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계은퇴 쪽에 무게가 실렸다.

권 후보는 그러나 "고향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며 경남지사 보궐선거 출사표를 밝혔다. 권 후보를 문재인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여기는 민주당도 권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독자 후보를 내지 않는 등 지원사격에 여념이 없다.

패하는 쪽은 정계 은퇴?

지난 3일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와 권영길 무소속 후보는 시종일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날 선 공방전을 펼쳤다. 한쪽이 공격을 하면 다른 한쪽은 잽싼 방어와 함께 역공을 폈다.

홍 후보는 권 후보의 '창원시 재분리' 공약에 대해 "통합을 불법이 아닌 방식으로 했으면 통합정신에 따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게 맞다"며 "자신이 없으니까 다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권 후보는 "통합할 때 새누리당이 주민투표를 생략한 채 진행해 갈등이 증폭했으므로 지금이라도 주민의 의사를 묻겠다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주민들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반격했다. 권 후보는 홍 후보의 '경남도청 이전' 공약과 관련해 "부지를 1조 5,000억원에 팔겠다고 했는데 이를 살 수 있는 것은 재벌밖에 없고 재벌에 의해 상권이 조성되면 창원에 있는 영세상가를 넘어서 골목 상권이 다 죽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경남도청 이전은 도의회와 창원시의회 등과 협의해 찬성하면 추진하겠다"며 "경남도청이 옮겨간 자리에는 인근 상권을 살릴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반박했다.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권 후보는 경남도가 무상급식 확대 예산을 동결한 것을 두고 "무상급식은 확대돼야 한다. 추경예산에 편성해 전면 확대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권 후보는 이어 홍 후보에게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때 무상급식을 저지하려고 했던 '전력'을 언급하며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는지 따져 물었다. 홍 후보는 "오세훈 시장 때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졌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 무상급식을 원하는 게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 무상급식은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그러나 "지금 경상남도의 부채가 1조2,000억원이다. 무상급식뿐 아니라 다른 모든 복지예산이 삭감됐다. 전체 복지예산 삭감하는 과정에서 무상급식 일부가 삭감된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토론회를 신호탄으로 두 사람의 혈투는 막이 올랐다. 결전의 그날까지 쉴새 없이 공방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홍 후보가 좀 유리한 듯 보이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권 후보다.

이번 전투에서 패하는 쪽은 어쩌면 영원히 정계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승리한 쪽은 화려한 부활찬가를 부르며 다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중앙 거물' 홍준표와 권영길의 경남지사 대전이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는

출생: 1954년 12월5일

출생지: 경남 창녕

출신교: 영남중ㆍ고-고려대 법대

주요경력: 서울지검 검사, 15~18대 국회의원,

원내대표, 최고위원,

대한태권도협회장,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경남지사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

● 권영길 무소속 후보는

출생: 1941년 11월5일

출생지: 일본 야마구치현

원적지: 경남 창원

출신교: 경남중ㆍ고-서울대 농대

주요경력: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

15~17대 대선후보, 17, 18대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경남대 초빙교수,

경남지사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

강창희·김한길·설훈 등 화려한 컴백… '3전4기' DJ는 '원조 오뚝이'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 김한길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 등은 19대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컴백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오랜 공백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복귀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나 권영길 무소속 후보나 내심 '나도 저들처럼'을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홍 후보나 권 후보의 공백은 채 1년도 안 되지만 말이다.

강창희 의원은 17, 18대 총선에서 연거푸 패배했으나 삼세번 만의 도전에서 승리하며 6선 고지를 밟았다. 박근혜 후보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강 의원은 입법부의 최고봉인 국회의장에까지 올랐다.

김한길 의원도 오랜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경우에 해당한다. 2008년 18대 총선 직전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의원은 컴백 직후 치러진 6ㆍ9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박빙승부 끝에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등 여전한 입지를 과시했다.

'DJ(김대중)의 비서' 출신인 설훈 의원도 권토중래의 대명사다. 설 의원은 17, 18대 때 각각 불출마와 낙천으로 여의도와 멀어졌으나 19대 총선을 통해 8년 만에 현역에 복귀하며 3선 배지를 달았다. 더구나 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도봉구가 아닌 부천 원미구에서 당선돼 기쁨이 두 배였다.

원조 오뚝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71, 1987, 1992년 대선에서 잇달아 패했지만 1997년 대선을 통해 꿈에 그리던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그야말로 3전 4기의 주인공이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