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 세무조사 전문가 영입… 떨고 있는 재계국세청, 특별세무조사 엘리트 파견… 해외 역외탈세 추적임무 맡을 듯박근혜 '지하경제 양성화' 신호탄… 기업 길들이기·부족 세수 확보 탄력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낙동강 3개 보 현장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4대강 보 붕괴가 시작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기자
박근혜 당선인이 이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들춰지지 않았던 현 정부의 여러 문제점들을 인수위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4대강 사업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인수위가 주목을 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부실은 그동안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 왔던 사안일뿐 아니라 검찰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에서도 이 사업과 관련된 비리 등을 조사해왔다.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의 신뢰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사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수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보면 향후 박근혜 정부의 성격이 드러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박 당선인의 세수 확보안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박 당선인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를 뒷받침하는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지가 관건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기업들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의 최근 행보를 보면 대기업들에 대한 정책이 예사롭지 않다.

기업들에 대한 박 당선인의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정부 지원 등 기존에 대기업들이 누리던 각종 특혜를 줄이고 독점을 막는 시장규제를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 "박 당선인이 기업 길들이기 차원에서 정권 초반 대기업들을 상대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역외 탈세 정밀 추적 움직임

인수위에 포함된 인사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이는 임경구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과 남판우 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이다. 국세청이 이들을 인수위원회로 파견한 것을 두고 "기업의 탈세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ㆍ재계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의 근거는 이들의 프로필에서 드러난다. 임 국장은 사무관 시절 국세청 법무과, 기획예산담당관실(현 기획재정담당관) 등에서 근무했으며 서기관 승진 이후 영덕세무서장, 경산세무서장, 중부국세청 감사관을 거쳐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남 과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근무했으며 국세청으로 복귀한 이후 중부국세청 조사국으로 컴백했다. 지난 2006년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실에서 근무하다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특히 2007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워싱턴 주재관에 선발돼 3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하며 국제적 감각까지 키웠다. 국내 복귀 후 서울국세청 국제조사1과장으로 일하다 용인세무서장으로 뒤늦게 초임 세무서장 역할을 수행했다.

임 국장은 2011년 말엔 당시 포스크태스(TF)팀 형태로 운영되던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후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서울국세청 산하로 편재된 첨단탈세방지담당관을 맡았고, 지난해 7월 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의 출신 조합이다. 임 국장이 몸담은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며 기업이나 재벌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하고 있다. 말하자면 임 국장은 기업특별세무조사 전문가다.

또 남 과장은 해외 근무 경험을 토대로 국제적 세무추적 업무에 능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향후 인수위가 기업들을 상대로 어떤 부분을 문제 삼을지 대략적인 그림이 나온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수위 내부 동향에 밝은 여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차기 정부는 기업의 역외탈세를 집중적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이 소식통은 "해외에서 기업들의 역외탈세가 심각하며 그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에 차기 정부에서 역외탈세를 정밀 추적해 막대한 추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는 기업에 대한 사정과 동시에 부족한 세수를 채우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4대강 참여·해외 기업 대상

사정 대상으로 몇몇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복수의 국세청 소식통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4대강 참여 기업과 해외 물류 등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 사정 타깃이다.

우선은 MB정부에서 추가 세무조사나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을 상대로 다시 한 번 고강도의 세무조사와 더불어 고발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게 사정기관 소식통 전언이다.

이어 4대강 참여 기업 중 정권 실세로부터 특혜를 받았거나 비리 의혹이 있는 기업과 해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들이 차례로 철퇴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사정기관 소식통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A기업의 경우 이 기업 오너의 측근이 해외에서 물류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측근은 이 사업을 통해 오너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사정기관에 보고돼 상당부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았으나 국세청은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차기 정부에 해당 기업의 탈세혐의를 고발 조치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세청의 고발과 별도로 이 기업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조사해 곧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선 등 정국이 어수선해 미뤄왔던 기업 수사들을 차기 정부에서 줄줄이 꺼낼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4대강 참여 기업 중 차기 정부에서 사정권 안에 들어 있는 기업은 D사, H사, L사, S사 등이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MB정부 실세들에 로비 등을 통해 비자금을 제공하고 각종 사업에서 특혜를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D사의 경우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사대금 중 일부를 빼돌려 정권 핵심 실세에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관련 내용의 진위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 정부가 지난 4년 간 역점을 두고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보를 비롯한 주요 시설물 품질, 수질 관리, 유지 관리 분야 등 사업 전반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지난해 5월 14일부터 7월 11일까지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 실태'감사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이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인수위까지 보고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신구 정권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등 정치적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선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의 내구성이 설계 부실로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공주보를 비롯한 총 16개 보(洑)가운데 이포보를 제외한 15개 보에서 보의 하단 일부가 빠른 물살에 침식되거나 유실되는 '세굴(洗掘)' 현상이 나타났다. 또 칠곡보 등 3개보는 상ㆍ하류 수위 차로 인한 하중조건을 잘못 적용해 설계함으로써 수압을 견디지 못할 경우 수문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감사원의 지적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는 문제가 드러난 구역 공사를 맡은 일부 기업들이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조사 리스트에 올라 있어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부실공사는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공사비용 부족 탓이다. 4대강 공사 지역의 부실은 비용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의 지역을 담당한 일부 업체들이 공사비용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해당 기업들을 상대로 부실의 원인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곧 문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