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 정재계로 불똥 튀나CJ제일제당 적발로 다시 수면위… 경찰은 CJ-검찰은 경쟁 S사 합동수사도 미묘한 신경전특정기업 혐의 드러나면 기업총수와 친인척·정치권 등으로 수사범위 확대될수도

CJ제일제당이 전국 수백명의 의사에게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달라며 4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뿌린 것으로 드러나 리베이트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검찰은 리베이트 전담 특별조사반을 구성해 리베이트 혐의가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CJ제일제당외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가 추가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재계 주변에서는 검찰의 리베이트 수사와 관련, 여러 관측이 나돌고 있다. 특정 기업들이 이미 사정권에 들었다거나 정권 초반 리베이트 수사로 여러 기업 오너 일가 친인척들이 동시에 구속될 것이라는 등 말들이 무성하다.

검찰은 리베이트 수사와 동시에 제약사와 기업들의 정ㆍ관계 로비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리베이트 수사가 정ㆍ관ㆍ재계를 동시에 타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CJ 수사 끝나지 않았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의사에게 4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지모(50) CJ제일제당 제약부문 상무 등 임직원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약사법상 위반 행위자 외에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회사 법인도 입건됐다.

지 상무 등은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전후한 2010년 중순경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의 병의원 의사 266명에게 법인카드와 현금을 제공하는 수법으로 4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CJ제일제당은 '쌍벌제' 시행에 앞서 의약품의 지속적인 처방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에 우호적이거나 처방액이 많은 의사들을 '키닥터'로 관리하며 법인카드를 넘겨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대 1억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제공받은 의사들은 명품시계와 가전제품을 구입하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등 6개월 만에 43억원 정도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다른 제약사에 비해 CJ제일제당의 의약품을 훨씬 많이 처방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충남의 한 보건소에서 일하는 의사 오모(57ㆍ여)씨가 CJ제일제당이 제공한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당시 경찰은 오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법인카드로 고가의 돌침대 등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함께 발행된 법인카드 300매의 사용처를 추적해 CJ제일제당의 조직적인 리베이트 제공 행위를 적발했다.

리베이트 제공 혐의 등을 수사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통상 300만원 이상을 받은 의사를 기소하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80여명의 의사들이 형사처벌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적발된 회사는 동아제약, 대화제약, CJ제일제당, 하나제약 등이다.

검찰이 내사 중인 기업은 이외에도 A사, K사, S사, L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 회사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에서 리베이트 수사의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가운데 신분과 액수 등을 감안해 사법처리 대상을 확정하고 모든 의사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해 자격정지 처분을 요청할 예정이다.

검찰·경찰 리베이트 수사 신경전

정부와 검찰, 경찰이 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번 리베이트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간에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당초 경찰은 CJ제일제당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대신 대대적인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경찰은 이에 반발하며 신청 논리를 일부 보완하고 바로 영장을 다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정기관의 수사 경쟁으로 기업에 인정사정없는 사정 태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이번 경찰 수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중앙지검 형사5부 내에 설치된 리베이트 특별수사팀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경찰의 CJ제일제당 수사에 대해 "악의적인 청탁수사 아니냐"며 비판하는 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번 CJ제일제당 수사가 경쟁사의 음해공작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무성하다"며 "CJ제일제당과 사이가 좋지 않은 S사에서 CJ제일제당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경찰에 제공하고 수사를 청탁했다는 말이 수사기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검찰에서 문제의 경쟁사인 S사를 수사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경쟁사의 제보를 받고 CJ제일제당에 대한 수사를 벌여 검찰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경찰이 리베이트 수사를 두고 검찰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데 단독으로 치고 나가는 느낌이 없지 않다"고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적잖이 심기가 불편한 느낌이다. 검찰 측은 리베이트 수사와 관련, 최대한 빨리 S사의 혐의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검찰은 이르면 3월부터 S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할 것"이라며 "현재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정황증거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또 리베이트 수사를 제약사 로비 부분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검 중수부가 폐지돼 검찰 수사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검찰측은 특수부 등을 강화하고 전문수사팀 운영 시스템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리베이트 수사와 제약사 로비 수사에 더욱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게 검찰의 각오다.

리베이트와 로비수사에서 특정 기업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사안에 따라 정·관·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제약사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리베이트 관련 내용을 살피고 있으며 여러 곳에서 제보를 받아 로비 혐의에 대해서도 내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만 볼 때 향후 리베이트 로비 수사를 통해 기업 총수나 친인척 연루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동아제약의 리베이트는 철저하게 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반에 따르면 에이전시는 병·의원에 인테리어 공사비 대납, 의료기기 제공, 병원 홈페이지 제작 및 병원 광고료까지 대납했다. 심지어 자녀 어학연수비, 의사 가족 여행, 명품시계, 오디오세트 등을 제공한 것으로 수사반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도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1000명이 넘는 의사·약사에게 9억여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노병태 대화제약 대표이사가 불구속 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올 들어서만 벌써 3건으로 리베이트 총 금액은 100억원을 넘겼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