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공천비리 증언 단독 입수"당선자 중엔 내가 아는 사람만도 3명이나 있어"사정기관 첩보 입수 수사'제2 김학의 쇼크' 될 수도셀트리온 정관계 로비 의혹에도 연루 정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이어 윤창중 대변인이 불명예스럽게 박근혜 그룹을 이탈하면서 청와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에 불안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도미노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를 두고 "정권을 잡는 데만 급급했지 정권을 운영할 준비는 되지 않은 탐욕스러운 조직"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소리도 들린다.

정치권과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친박계 6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친박계가 향후 인사문제 때문에 지지율 하락과 더불어 조기레임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친박계의 핵심인물들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도 친박계 핵심인물들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들은 지금까지 풍문에 의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인사들이 총선 때 "비리 정황이 있다"는 증언을 해 정치권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주간한국>은 최근 지난 4ㆍ11 총선에 관여한 인사들의 증언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그 내용은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 도는 소문과 일정부분 일치한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총선 비리는 여야를 막론하고 물밑에서 자행됐다. 충실한 내용 전달을 위해 그들과의 주요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다만 제보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과 출신지 등 일부 내용은 특정하지 않은 이니셜처리했다.

은밀하면서도 대담하게

경북 지역 출신의 A씨는 친박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한때는 친박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적도 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친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친박의 활동을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탄한다. 첫 단추를 잘 채워야하는 것임에도 지금 상황을 보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오직 박근혜 대통령만 멀쩡하고 나머지는 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 같다는 게 A씨의 말이다.

사실 그의 증언은 애초 의도되거나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이 인사는 친박계의 문제에 대해 성토하는 중에 자신이 알고 있던 바를 털어 놓게 됐다. 이 인사는 "박근혜 정부가 지금처럼 국정을 운영한다면 향후 정국은 볼 것도 없다"면서 자신의 증언을 보도하는데 동의했다.

- 박근혜 정부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공을 세운 사람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당에서 살아남는데만 주력했던 사람들이다. 공천학살 때 박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살아서 다시 보자"고 했던 말 기억할 것이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국정운영의 그림을 그릴 틈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이 마지막 도전이었다. 그 절박하고 간절한 상황에 측근들도 정권 잡은 이후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보는 게 아니겠나. 그들의 정치생명 근본은 오로지 친박에 기초한다.

- 지금 정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이는 누구인가.

▲ 그건 두 말 할 것도 없이 B씨와 H씨다. 그들은 친박계 핵심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 그들이 왜 문제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B씨의 경우에는 공천비리에 연루돼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능적인 방법으로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친박이 공천기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기준이라는 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공정성이 확보되는 기준이라면 당연히 투명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게 민주주의 기본이다. 친박은 애초 비밀이 많다. 비밀이 많다는 것은 비밀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비밀이 되는 것인데, 공천작업이 그렇게 되면 안 된다. B씨는 행동거지와 사생활에 문제가 된 몇몇 의원들 공천에 개입했는데, 그들과 부정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금품을 받고 공천을 도왔다는 말인가?

▲ 그렇다. 문제는 그가 개입한 결과 실제로 해당인물이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주변에서 문제 있는 인물이라는 말이 무성한데도 공천이 됐다. 특히 모 인사의 경우 그렇게 말이 많았지만 공천이 됐는데, 그 사람 뒤에 B씨가 있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접촉했는지 알고 있다. 공심위에서도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으나 B씨의 개입으로 공천이 됐다. 만약 그에 대해 검찰이 조사를 하게 된다면 그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보면 정황이 드러날 것이다. 내가 옆에 있을 때 당 핵심과 통화하는 것도 들었으니까.

- 검찰이 이런 내용과 관련해 첩보를 입수하고 있을 수도 있나.

▲ 모르겠다. 검찰 일이니까.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뒤탈이 없게 일을 하기 때문에...

- 어떻게 했기에 뒤탈이 없나.

▲ 일단 그는 경북지역 선거만 개입했다. 말하자면 될 사람하고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거래를 했는데 공천이 안 됐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공천이 되고 선거에도 당선되면 누가 문제 삼겠나. 그래서 지금까지 조용한 것이다. 듣기로 금품은 나중에 받는다고 들었다.

- 그렇게 당선된 사람이 몇 명인지 아는가?

▲ 내가 아는 사람만 세 명 정도 된다. 나도 일정부분 도왔으니까. 하지만 알고 도운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 사람이 조만간 중요자리에 앉을 예정인데, 그 사람 자리에 앉고 나면 분명 어디선가 이런 문제가 불거져 박근혜 정부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세상이 비밀이란 없다.

사정기관 수사 임박

A씨는 H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H씨가 곧 중요 업무를 수행할 예정인데, 그에 대해서는 이미 사정기관이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B씨에 대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일부 사정기관에서 그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한 상태였으며,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B씨가 핵심 보직에 임명된 이후 사정기관 조사가 이뤄질 경우 '제 2의 김학의' 쇼크가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한국>은 A씨 외에도 복수의 관계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확인했다. 지면관계상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대체로 A씨의 증언과 유사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에서 친박활동을 오래한 인물이라는 것과 현재 친박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불만은 다름 아니라 친박이 특정 소수에 의한 '그들만의 잔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계 인사 비리를 증언한 또 다른 인사 K씨에 따르면 친박 핵심 L씨도 비리 의혹을 사고 있다. K씨는 "L씨가 친박에 몸담고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여러 비리 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의 정치 자금 마련을 도운 이들은 선거 때마다 여러 방면으로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문제와 매각 문제와 관련해서도 친박계 핵심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셀트린온이 증권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정관계에 상당한 로비를 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서 회장이 일부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친박 핵심 S씨다. 첩보에 따르면 S씨는 최근 서 회장과 직접 만난데 이어 셀트리온 공매도 사태 수습에 앞장서는 모습이어서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서 회장은 S씨와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지난 2000년 부터 정치권 입문을 권고 받았을 정도로 서로 각별한 사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또 서 회장은 지난 201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5·16민족상을 수상해 친박계 인사와 가까운 인사로 통했다.

이 때 박 대통령도 참석했는데, 서 회장은 시상 이후 5,000만원을 5·16민족상 재단에 기부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취임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셀트리온을 택하며 '창조경제의 교과서'로 지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S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의혹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