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한수원, 검은 커넥션 일파만파현대중, 7억2,000만원 제공… 매년 3,000억원어치 납품추가뇌물.대가성 밝혀야… 비자금조성.세금탈루주목 연루자 드러날 경우 파문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현대중공업이 송모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원전비리 혐의로 구속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의 자택에서 발견된 뭉치돈의 출처가 현대중공업이라는 진술을 잡고서다. 원전비리의 불똥이 현대중공업까지 번진 셈이다.

검찰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 전·현직 직원들이 원전 납품과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 일부 간부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사태가 얼마나 확대될지는 예상할 수 없다.

원전 비리 수사는 당초 시험성적서 위조라는 원전만의 특정 범죄 형태를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권으로 얽힌 '검은돈' 거래의 단면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파면 팔수록 비리 드러나

한수원에 대한 원전비리 수사는 지난 5월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어용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와 관련해 관련 업체 대표 등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만연한 비리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파도파도 끝이 없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급기야 불똥은 현대중공업까지 튀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수사의 초점은 제어 케이블 시험 성적서 위조과정과 관련, 업계의 그들만의 '카르텔'을 밝혀내는 데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지난달 20일 한수원 본사와 송모 부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벌어졌다.

송 부장과 지인 집에서 사과박스 등에 있던 5만원권 뭉칫돈 6억2,000만원이 발견된 것이다. 송 부장은 당초 돈의 출처에 대해 함구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중공업 등에서 7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이들 사이의 '검은 사슬'이 드러났다.

구속된 송 부장은 한수원에서 국내 원전의 부품 구매 업무를 담당하다 2010년부터 한국전력공사 '원전EPC사업처' 파견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관련 부품 구매 업무를 맡아왔다. 송 부장은 앞서 JS전선의 제어 케이블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직적 로비…수사 확대

이 일로 검찰은 지난 12일 현대중공업의 김모 전 영업담당 전무와 김모 영업담당 상무, 손모 영업부장 등 세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부장에게 부품 납품과 설비 공급 입찰에서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원전에 펌프, 변압기 관련 부품과 비상발전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는 한국전력에 공급한 설비만 3,000억원을 웃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0년대부터 한수원에 원전 관련 부품을 납품해 왔다.

검찰은 송 부장이 원전 부품 납품이나 설비 공급과 관련한 편의를 받은 대가로 회사 차원에서 검은돈을 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금품 전달 사실을 직원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로비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아직 회사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내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추이를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결국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수원은 이번 금품 수수 사건이 원전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입찰 과정에서의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이었을 뿐 시험성적서 위조 제품이나 문제가 있는 부품을 납품받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뇌물 종착지 파악해야

향후 검찰의 과제는 크게 세 갈래다. 먼저 추가 뇌물은 없었는지와 뇌물의 대가로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입었는지 밝혀내는 일이다. 뇌물수수 사건의 핵심이 오고간 금품 규모와 대가성 여부인만큼 이를 명확히 규정해야 수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송 부장에게 전달된 돈의 출처를 밝히는 것도 검찰의 몫이다. '검은돈'이 회사의 정상적인 자금에서 집행됐을 리는 만무하다.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세금 탈루 등 불법 여부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무엇보다 수사의 핵심은 뇌물의 최종 종착지가 어디인지다. 송 부장은 7억여 원을 받아 이미 1억여 원을 '윗선' 등에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루자가 줄줄이 나와 대형 로비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앞서 김 전 전무와 송 부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석방된 김모 전 상무 등 2명은 2001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하청업체 7곳으로부터 부풀린 납품대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25억원을 챙긴 현대중공업 임직원 25명에 포함돼 울산지검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검찰은 원전비리 수사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전무 등이 하청업체에서 뒷돈을 챙긴 사건은 일반 하도급 비리로 원전비리 수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하청업체에서 챙긴 돈과 한수원 송 부장에게 전달된 금품도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