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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게 죄" 서러운 취업 재수생

공기업 동점 땐 연소자 우선으로 합격시켜
'연령제한 금지' 정부 지침 있으나마나
4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경아(32ㆍ가명)씨가 입사원서를 쓰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사항은 학점도, 토익점수도 아닌 '나이'다.

김씨는 "전문성이 필요한 시대라 대학원에 진학해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생각보다 취업이 쉽지 않다"며 "서류에서 떨어지면 혹시 나이 때문인가 싶고 면접 때마다 '여성 지원자 치고는 나이가 많은데 그동안 뭐했나'라는 질문을 들으면 불안한 마음에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말했다.

학점은 물론 어학점수에 해외연수나 봉사활동까지 수많은 스펙을 쌓느라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취업 재수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채용시장의 현실은 취업 재수생들의 기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의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노동생명표 작성을 통한 노동기간 변화와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취업 준비기간은 8년, 여성은 4년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한다고 보면 여성은 20대 후반, 남성은 30대 중반에야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1~2년이라도 취업이 더 늦어진 30대 초중반의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외에도 혹여 나이 때문에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지난달 28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닌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드림파크 골프장 개장 준비팀 선발을 위한 수도권매립지공사의 동점자 처리기준에는 고학력자와 연소자가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인사운영 지침에 따르면 성별이나 신체조건ㆍ학력ㆍ연령 등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을 두지 않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매립지공사 외에 다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동점자 처리기준을 확인한 결과 동점자를 연소자 순으로 처리하는 기준을 마련한 곳들이 다수 발견됐다.

근로복지공단과 대한지적공사ㆍ한국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은 모두 동점자 처리기준에 연소자 우선채용 기준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기관 소속의 한 인사담당자는 "취업보호 대상자나 장애인 등 다른 기준을 먼저 적용한 후 마지막으로 연소자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나이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지만 굳이 연령차별 조항을 둘 필요성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실장은 "채용에 나이제한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공기업에서 연소자 우선채용 조항을 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합격 자격을 충분히 갖춘 동점자들은 가능한 한 모두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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