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곳곳에서 단단히 입지 다져

계사년(癸巳年)이 저물고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검은 뱀이 떠난 자리에 새롭게 찾아온 푸른 말의 해이니만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기운도 한결 들떠있다. 지난 계사년은 기업인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문을 닫은 기업들이 상당수였고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이어진 사정기관의 압박으로 철창신세를 진 총수들도 여럿이었다.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기업인들로서는 갑오년 새해를 맞아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해인 갑오년을 맞아 재계를 이끌어갈 말띠 기업인들에는 누가 있을까. <주간한국>에서는 한국CXO연구소와 재벌닷컴에서 발표한 말띠 기업인 중 주목되는 인물들을 위주로 살펴봤다.

말띠 총수 누구?

재계 총수 중 말띠 기업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는 이수영 OCI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1942년생인 이 회장은 1978년 동양화학(OCI 전신)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OCI그룹을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이 회장과 동갑내기 총수로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현승훈 화성그룹 회장, 이화일 조선내화 회장 등이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인 정몽근 명예회장은 2007년 맏아들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에게 경영권을 완전히 물려주고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환갑’을 맞은 1954년생 재계 총수의 대표격으로는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의 동생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꼽힌다. 김 회장이 이끄는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 해당 제품으로만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밖에 허일섭 녹십자 회장, 김정돈 미원상사 회장, 박춘희 대명그룹 회장 등도 환갑을 맞은 말띠 기업인이다.

말띠 기업인 중 최연장자격인 1930년생 재계 총수로는 김만수 동아타이어 회장, 윤대섭 성보화학 회장, 이삼열 국도화학 회장, 윤종규 태광 회장,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 등이 있다. 이들 모두 80세가 넘었음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현역생활을 하고 있다.

오너일가 출신 기업인도 상당수?

말띠 기업인 중 총수일가로 그룹 계열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을 꼽을 수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1942년생인 신 사장은 올해 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룹의 복지재단들을 총괄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으로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1954년생으로 신 사장과 띠동갑인 말띠 기업인이다.

박명구 금호전기 부회장은 창업주인 박동복 회장의 장남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촌이다. 박 부회장은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부터 금호전기를 이끌고 있다. 그밖에 이석준 삼영그룹 부회장,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회장, 신인재 필링크 사장 등도 총수일가 출신 경영인으로 꼽힌다.

계열사를 이끌고 있지는 않지만 차세대 총수로 주목받는 이들도 있다. LG그룹의 후계 1순위인 구광모 LG전자 부장을 비롯해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보,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보,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허희수 파리크라상 상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1978년생 동갑으로 30대의 떠오르는 후계 기업인들이다.

주목되는 전문기업인은?

그룹의 총수나 총수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말띠 기업인으로 위세를 떨치는 이들이 상당수다. 삼성그룹에는 장충기 삼성미래전략실 사장과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1954년생 동갑내기 말띠 기업인이다. 1978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줄곧 삼성그룹의 핵심 부서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해온 장 사장은 삼성미래전략실을 총괄하고 있는 김순택 실장을 2011년부터 보좌해오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자산운용을 국내 1위로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과 이철환 삼성전자 사장 등도 삼성그룹 내 말띠 기업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양웅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권문식 현대자동차 사장이 1954년생 말띠 기업인이다. 양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 연구ㆍ개발 분야의 거목이었던 권 사장은 지난달 품질현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밖에 SK그룹에서는 정철길 SK C&C 사장과 이문석 SK케미칼 사장, 오세용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LG그룹에서는 신문범 LG전자 중국법인장, 오장수 LG하우시스 사장, 신용삼 LG유플러스 총괄사장 등이 1954년생 말띠 기업인이다.



김현준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