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헤예프 세르게이 카모프사 설계국장 인터뷰

미헤예프 세르게이 카모프사 설계국장
산불이 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누구보다 빨리 날아와 조기에 진화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소속된 소방헬기들이다. 산림청에 소속된 46대의 헬기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기종은 러시아 카모프사의 KA-32기다. KA-32기는 산림청 이외에도 해양경찰,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KA-32기가 널리 사용되게 된 데는 LG상사의 공이 컸다. LG상사는 1993년 러시아 경협차관 현물상환용으로 도입된 카모프사 KA-32기를 국내 최초로 산림청에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약 70대를 공급하고 있다. 그 밖에도 LG상사는 청주국제공항 내에 항공기술센터를 설치, 운용헬기의 부품공급과 A/S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LG상사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KA-32기를 만든 카모프사의 설계국장으로 1997년 러시아 연방 영웅 칭호를 수여받은 미헤예프 세르게이(Mikheev Sergey Viktorovich)이 LG상사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것. 세르게이 설계국장은 원주 산림항공본부 신청사 개청식에 참여하는 등 국내 카모프사 헬기 운용사들을 방문하며 운용 상황과 개선방향 등을 논의했다. <주간한국>은 2014년 1월16일 LG트윈타워 지하에 위치한 오리옥스에서 세르게이 설계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세르게이 설계국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전에 한국에 방문했던 적이 있나.

"카모프사의 헬기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던 1993년부터 이 사업에 참여해왔다.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던 15년 이전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소방헬기가 산불진화 훈련을 하고 있다. LG상사 제공
-오랜만에 한국에 온 셈인데 다시 방문한 소감은 어떤가.

"한국이 매우 아름다운 나라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고 예전에 방문했을 때와 또 다르게 많이 발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러시아 카모프사 설계국에 근무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계국에서 어떤 일을 해왔으며 지금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1962년 카모프사에 입사했으며 수석 설계사 및 사장을 거쳐 현재 카모프사 설계국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근무하는 동안 카모프사 헬기 시리즈인 KA-27, KA-29, KA-31, KA-50, KA-60, KA-32, KA-226 등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왔다.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소속된 러시아 카모프사의 KA-32기. LG상사 제공
"대한민국에서 카모프사 헬기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산림항공본부의 준공ㆍ이전기념식 행사에 초청을 받아 방문하게 됐다."

-새로 이전한 산림항공본부를 본 것, 그리고 본인이 제작한 헬기가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모습을 본 소감은 어떤가.

"새로 준공된 산림항공본부는 시설 및 규모 면에서 매우 뛰어나며 훌륭하다고 생각되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한, 우리 카모프사 헬기를 안전하고 훌륭하게 운용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전세계적으로 한국 산림항공본부와 같이 카모프사 헬기를 훌륭하게 운용하는 기관은 없는 것 같다. 산림항공본부가 앞으로도 안전한 헬기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예정이다."

-산림항공본부가 카모프사 헬기를 잘 운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헬기 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임무 수행하는 것이며 그를 위해 후속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러시아 헬기는 품질적 체계관리 미흡으로 사고도 자주 발생했고 세계적 평가도 다소 낮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에서는 헬기 분야를 통합해 체계적으로 품질관리를 유지할 회사를 만들게 됐다. 이와 같은 통합관리회사를 통해 후속지원에 대한 체계를 정립하고 품질적, 안전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품질 관련 질문을 드려보자면, 카모프사 헬기의 경우 판매가격은 저렴하지만 부품마모율이 높고 유지비용이 비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어떻게 개선되고 있나?

"러시아 내에서만 쓰이던 카모프사의 헬기가 1990년대 이후 해외판매되며 그런 지적들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 본래 군용으로 만들어져 비용의 개념이 없었기에 그와 같은 지적들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후 스위스나 캐나다에 있는 전문업체들을 통해 시간당 운용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현재는 동급 수준의 경쟁 기종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운용비용을 가늠하는데 가장 큰 부분이 엔진 수명 부분이다. 우크라이나의 모터씨티사와 협력해서 만든 엔진의 경우 운용수명이 5,000시간으로 늘어났다. 늘어난 엔진 수명을 기준으로 다른 부품들의 수명도 늘어나고 있고 안전성이 개선되면서 정비비용도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이처럼 카모프사 설계국 차원에서는 최신의 기술을 개발하고 평가까지 완료됐는데 문제는 세계 곳곳의 운용자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헬기 업그레이드의 경우 기간과 비용이 없이는 바뀔 수가 없는 부분이라 카모프사 측과 운용사 간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운용사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최근 들어 상당수의 비정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품의 수리 또한 공장별로 완벽한 관리 통제가 이루어지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행히 한국은 산림청과 같은 국가기관이 '제작자증명서'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러시아 공식 후속지원업체 및 헬기제작사를 통해 정품을 공급받아 헬기 운용부서의 훌륭한 기술진들이 안전한 운항과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역시 체계적인 후속지원을 위해 LG상사에 기술진을 지속 파견하고 있으며 완벽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안전한 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사례는 귀감이 돼, 러시아 헬기를 운용하는 다른 국가에 모범사례로 전파돼 우리의 헬기 및 후속지원에 대한 평판을 매우 높여 줬다.

근래 한국에서 몇몇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러시아의 후속지원체계를 무시하고 산림청과 같은 국가기관에 독자적, 개인적 부품 공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이러한 업체들의 접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카모프사 헬기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운용은 우리 회사와 제품의 명성에 직결되고 항공기 사고의 초래는 사고 후 되돌릴 수 없는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20년 넘게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는 LG상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민간 기업이 헬기를 처음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LG상사가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리고 싶다. 초창기부터 LG상사와의 협력에 참여해왔는데 지켜본 결과 LG상사는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신뢰할만한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LG상사에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협력도 LG상사를 통해 함으로써 이러한 마음을 나누고 싶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점 감사드리며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추억과 향후 지속적인 지원 바란다.

"헬기 산업을 통해 두 국가 간의 우호적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앞으로 한국의 좋은 기술을 러시아 헬기사업에 접목, 양국 간의 파트너쉽을 더욱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



김현준기자 realpea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