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향기기·투자자로 '부활' 날개

아스텔앤컨 AK240
과거 MP3플레이어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아이리버가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급격히 추락했던 아이리버는 2012년 선보인 고음질 음향기기 아스텔앤컨으로 부활의 움직임을 보여 왔다. 여기에 최근 최대주주인 보고펀드가 아이리버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음질 음향기기로 내실을 다진 아이리버가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 또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급격히 추락

10년 전만 해도 아이리버는 애플과 맞상대를 할 수 있는 세계 굴지의 MP3 플레이어 제조사였다. 2004년 매출 4,540억 원을 기록한 아이리버는 시장점유율 국내 70%, 해외 25%를 차지하며 삼성전자, LG전자 못지않은 명성을 떨쳤다.

2005년에는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를 귀에 꽂은 모델들이 사과를 씹어먹는 대형 광고가 뉴욕, LA 등 미국의 주요 도시와 유럽, 일본, 홍콩 등 전 세계 주요국의 옥외간판이나 공항, 매거진 등에 내걸리기도 했다. 고 스티브 잡스마저 애플 아이팟의 라이벌이 아이리버라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로 아이리버의 위상은 대단했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애플에서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출시하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추락도 가팔랐다. 한때 2,000명이 넘던 아이리버의 직원 수는 100명 이하로 줄었고 중국 공장도 팔아넘겨야만 했다. 결국 2007년 보고펀드에 매각된 아이리버는 이후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휴대용 칫솔살균기, 스마트폰용 장갑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 팔며 연명해나갔다.

CES 2014에 마련된 아스텔앤컨 부스
고음질 음향기기로 기지개

추락하던 아이리버에 회생의 기회를 준 것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한발 더 나아간 고음질 음향기기였다. '별의 중심'이라는 뜻의 아스텔앤컨(Astell&Kern)이 그 주인공이다.

아스텔앤컨의 탄생 배경에는 아이리버 원년 멤버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녹아 있었다. 박일환 아이리버 사장의 지휘 아래 아이리버의 창업부터 함께했던 27명의 엔지니어가 머리를 맞대고 2011년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아이리버는 '이번에도 망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티어드롭(Tear Drop: 눈물)이었다. 소비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이름인 동시에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을 위한 이름이기도 했다.

개발에 뛰어든 지 1년 만인 2012년 10월 탄생한 아스텔앤컨의 AK100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과거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음향기기로만 들을 수 있었던 고음질 음원을 스마트폰보다 작은 기기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아스텔앤컨의 최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아스텔앤컨으로 들을 수 있는 MQS 파일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원 파일 원본을 그대로 응축한 것으로 MP3 파일과 달리 음원 손실이 거의 없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디지털로 기록할 땐 음을 잘게 쪼갤수록 원음에 가깝게 구현되는데 MQS 파일은 CD보다 500∼1000배 더 잘게 잘라 기록한 음원이다. CD에 비해 3, 4배 음질이 뛰어나다고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CES 2014에서 디자인&기술혁신상을 받은 아스텔앤컨 AK120
아스텔앤컨의 성공으로 아이리버의 적자폭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11년 282억원 수준이었던 아이리버의 영업손실은 2012년에 105억원, 지난해 3분기 기준 71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최근 내놓은 역시 호평을 받고 있어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의 정식 출고가는 278만원이다. 초기 모델의 4배 가까운 가격임에도 소비자들로부터 격한 환영을 받고 있다. 무손실 음원을 그대로 재생할 수 있었던 AK100의 기능에 DSD(Direct Stream Digital)파일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데다 무선으로 음원을 직접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더해진 까닭이다.

매각으로 부활의 날개 달까

최대주주인 보고펀드가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며 아이리버가 부활의 날개를 달지 주목되고 있다.

토종 사모투자전문회사인 보고펀드는 2007년 약 600억원을 조달해 아이리버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유상증자 참여형태로 지분 33%를 갖고 10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CB)도 차지했다. 현재 보고펀드가 지니고 있는 아이리버의 지분은 34.5% 수준이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39.84%에 이른다.

아이리버 지분 매각 계획을 확정한 보고펀드는 자문사로 다이와증권을 선정했다. 다이와증권은 최근 기업 실사를 시작,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아이리버의 잠재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아이리버의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에 아이리버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보고펀드의 펀드 만기가 8월임을 감안할 때 아이리버의 매각 시점은 그보다 빠를 가능성이 크다. 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아이리버를 인수한 후 자체 브랜드로 키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스텔앤컨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이리버가 이번 매각으로 날개를 달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