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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의 뇌관 '친노'의 선택은

김한길ㆍ안철수 콤비에 투항… 불안한 동거
지방선거 결과에 '부활-몰락' 갈려
합당 지분 5대5 되면 친노 30% 소수파 전락
김·안 연대-친노 투쟁으로 당 지지율 추락세
  • 문재인 의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방침으로 새로 탄생될 새정치민주연합의 밑그림이 서서히 완성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은 양측 지분을 5대5로 하면서 지도부인 최고위원단도 5, 6명씩 동수(同數)로 조정할 태세다. 여기에다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당 운영의 전권을 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한길, 안철수의 이른바 '김ㆍ안 콤비'의 독주체제다.

통합신당의 창당 과정이 김ㆍ안 콤비의 의도대로 진행되면서 가장 속앓이를 하고 있는 측은 민주당 대주주 친노세력이다. 물론 친노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표면적으로는 신당 통합을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다른 친노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합당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야권의 통합 정신에 역행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힐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는 침묵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장 못마땅한 게 합당의 기본 취지인 5대 5 원칙이다. 이 경우 당내 지분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는 대번에 절반으로 지분이 축소돼 30%의 소수세력이 되고 김ㆍ안 콤비 측이 7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갑자기 주인이 객(客)으로 바뀌게 될 상황이니 친노 입장에서는 억울해도 보통 억울한 게 아니다. 16일 창당발기인대회에 문재인 이해찬 의원 등 친노 의원 40여명이 불참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김한길 대표와 손잡은 안철수 위원장과 친노의 좌장격인 문재인, 이해찬 의원 간 얽히고 설킨 관계에 주목한다. 김 대표와 이해찬 의원은 각각 비노와 친노진영의 대표적인 지략가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앞두고 최고위원이던 김 대표는 안 후보 측의 '친노 2선 후퇴론'에 동의하면서 먼저 최고위원 직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얼마 후엔 이해찬 당시 대표도 물러나게 돼 양측의 앙금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서 이 의원은 친노 2선 후퇴론을 거듭 주장했던 안 의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지난해 5월 김 대표 취임 이후 이 의원은 당의 공식적인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도 친노가 곱지 만은 않다. 안 의원과 통합을 선언하기 이전까지는 친노진영에서 6ㆍ4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보다 강한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의 교체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지난 18일 경기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 창대대회에서 김한길(오른쪽), 안철수 공동준비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경쟁했던 안 의원과 문 의원도 현재는 떨떠름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대선 이후 두 사람은 여러 공식자리에서 조우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지난해 6월 6ㆍ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기념식에서 문 의원이 같은 테이블에 앉은 안 의원에게 "소주나 한잔 하자"고 제안하고 안 의원도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안 의원은 트위터에다 "소주 회동 제안은 사실이 아니다. (소주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회동 제안이 아예 없었다는 것인지, 소주란 단어만 없었고 술 한잔하며 만나자고 했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어쨌든 안 의원이 공개적으로 문 의원 제안을 반박한 셈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안 의원은 김한길 대표와의 통합 선언 이후 민주당의 상임고문단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등 당내 인사들과 스킨십을 넓히며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고 있으나 문 의원과는 별도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앙금을 해소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전후해 조우한 것이 그나마 야권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하지만 김ㆍ안 콤비에 신당의 주도권이 쏠리는 형국에서 속이 끓고 있는 친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결국 친노가 김ㆍ안 콤비에 투항하던가, 당내에서 한지붕 두가족처럼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던가, 아니면 아예 당을 박차고 나와 딴살림을 차리던가 등 세가지 진로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경태 의원 발언이 기폭제

속으로 끓고 있는 친노에게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이념이 다른 사람들, 패권주의적인 사람들과 한 지붕 두 가족이 더 이상 돼선 안 된다. 이대로 가면 '도로 민주당'일 뿐"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팔아 패권화하는 매노(賣盧)세력과 종북 세력은 신당에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한 부분은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상당수 친노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조 의원에게 '마녀사냥' '망나니 짓'이라며 욕설과 고함을 쏟아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은 "도대체 종북친노가 무슨 뜻이냐. 종북 또는 친노냐. 아니면 종북 그리고 친노를 지칭하는 말이냐"라며 "아무런 개념규정 없이 일부 보수세력이 쳐놓은 야권분열 프레임에 빠져 내부 분란을 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했다. 이어 조 의원의 언행을 '심각한 이지메(왕따) 정치'라고 규정한 뒤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을 링크한 뒤 "사사건건 문재인 의원을 공격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을 추종하면서 어줍잖게 객기부리는 당신(조 의원)은 배노종박(背盧從朴ㆍ노무현을 배척하고 박근혜를 따른다)인가"라며 "배신자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친노 배제가 아니라 일부 매노세력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전반적인 톤은 낮추지 않았다.

조 의원은 "친노라고 하면 여러 부류가 있다.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합리적인 친노들이 있고, 저도 사실은 오래 전부터 노 전 대통령과 뜻을 같이 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자칭 친노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들만의 친노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하고, 정작 어려울 때는 곁에 있지 않다가 과실만을 따먹으려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분들의 매노 행위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제대로 된 신당을 만들고 민주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을 해체시키고 (개별적으로) 신당에 합류해야 한다"고 사실상 친노를 조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친노와 조 의원의 신경전이 계속되자 안철수 의원 측 금태섭 새정치연합 대변인이 나서 친노 배제론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못박았지만 친노의 분노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게 안철수 의원의 멘토로 알려진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의원의 정계은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문 의원이 이제라도 대선 패배 책임을 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캠프의 국정 자문단에서 활동했고, 대선이 끝난 뒤에는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후보와 친노세력의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 의원 측은 "일일이 대꾸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심기가 편할 리가 없다.

반짝하던 신당 지지도 추락세

통합신당의 창당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 한 때 반짝 급등세를 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당초 창당을 통한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지만 지지율이 급등하기는커녕 되레 빠지는 것을 두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일보ㆍ글로벌리서치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경우 통합신당 지지율은 22.5%로, 새누리당 44.1%의 절반에 불과했다. 17일 매일경제ㆍMBNㆍ메트릭스 조사에서는 30.5%를 기록했다. 지난 2일 통합 직후 실시한 리서치뷰 조사(42.1%), 4일 중앙일보 조사(35.9%)와 비교하면 최대 20%포인트 이상 빠진 것이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는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37.2%로 1주일 전에 비해 1.1%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0.4%포인트 오른 48.2%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10일부터 13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도 신당 지지율은 1주일 새 31%에서 30%로 떨어진 반면 새누리당은 39%에서 41%로 올랐다.

지지율 하락은 통합과정의 파열음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계파 갈등과 같은 민주당의 분열적 모습이 통합 과정에서 불거지면서 지지층 흡수의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새 가게를 열었는데 고객을 불러모을 매력적인 상품이 없는 격'이란 비유다. 여기에다 친노세력 배제론과 함께 내분 양상이 가열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런 모습이 과연 새정치인가'하는 회의론이 야당의 지지율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향후 지역별로 창당 이벤트가 계속되는 만큼 지금의 지지율 하락 현상은 금방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한길ㆍ안철수 공동위원장의 향후 행보가 중요하지만 통합 과정의 불가피한 이견 조율이 갈등으로만 비춰진 측면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런 진통이 계속되면 2006년 지방선거 참패의 반복이 불 보듯 뻔하고 김한길ㆍ안철수 체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노와의 갈등 양상이 지속되면서 지지율 하락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가장 급한 쪽은 이번 통합을 주도한 안철수 의원 쪽이 됐다. 이에 안 의원은 부산 창당대회를 전후해 문 의원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친노의 노기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남아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방선거 패배 시 친노 부활

친노와 김ㆍ안 콤비와의 불편한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계기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라는데 이견이 없다. 김ㆍ안 콤비가 창당에 이어 선거 과정을 주도하게 될 것이기에 친노 입장에서는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만일 지방선거에서 통합신당이 선전할 경우 김ㆍ안 콤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게 분명하다. 새정치 바람을 앞세워 향후 정국을 야당 위주로 끌고 가면서 안 의원은 대권을 향해 순항을 거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친노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면서 당내에서 소수그룹으로 전락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문 의원의 대권 재도전 과정은 더욱 험난한 고비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방선거에서 통합신당이 여권에 패할 경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선거 패배의 책임은 온전히 김ㆍ안 콤비에게 돌아가게 되고 지도부의 재구성이나 창당 과정의 지분나누기 등 형평성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개연성이 크다. 그간 숨죽이고 있던 친노나 486세력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이 경우 김한길 대표 등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와 안철수 의원 등 새정치연합 핵심들은 친노 등의 거센 공격에 직면하게 된다. 당연히 문재인 의원과 이해찬 의원 등 친노의 중심부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설게 분명하다. 당이 또 한차례 거센 내홍에 빠지는 등 한동안 야권 전체가 분열 위기를 겪으며 파열음을 양산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김 안 콤비는 이번 지방선거를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통합신당의 국민적 추인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정치적 안위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노 입장은 좀 다를 수 있다. 김 안 콤비가 주도하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면 상대적으로 자신들은 소외감에 시달린다.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김ㆍ안 콤비에게 쏠리고 문 의원 등 핵심 친노는 오히려 '흘러간 물'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친노로서는 김 안 콤비가 주도하는 선거전의 승리가 그리 탐탁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놓고 선거 패배를 원할 수는 없기에 표면적 협력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마치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과의 단일화에 합의한 뒤 표면적으론 '아름다운 양보'이지만 실제적으론 자기 정치에만 열을 올렸다는 지적과도 맥이 닿아 있다. 대선에서 뜨뜻미지근한 협조에 그쳤던 안 의원의 정치 행보를 이번 선거에서는 문 의원이 역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이렇게 역할이 서로 바뀌면서 입장이 달라지는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속설이 너무나 들어맞는 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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