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살생부'에 관계부처 덜덜초동대처 미흡으로 한명도 못 구해… 소극적 구조에 무책임한 발언까지"해수부 마피아 때문" 비난 거세… 강병규 안행부신임 장관, 경질될까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키겠다."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갈이다. '퇴출'이라는 단어까지 썼던 박 대통령의 이례적인 질타는 세월호 사고 대응 과정에서 보인 공무원들의 안이한 대응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이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관계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비중있게 나온다.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면밀히 분석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박 대통령은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못한다고 비난받는다면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세월호의 선박 수입과 면허획득, 시설개조, 안전점검, 운항허가에 이르는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와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해양경찰청(이하 해경) 등은 사고 발생 초기부터 초동 대응과 생존자 구출, 실종자 수색 등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미뤄볼 때 관련 부처의 수장만을 경질했던 이전과는 달리 책임라인 모두가 징계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거치며 해경, 해수부, 안행부 등 관계부처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를 살펴보고 이후 상황을 전망해봤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빈축

목포해양경찰서가 세월호의 사고 신고를 받은 시간은 16일 오전 8시 58분이었다. 목포해경 상황실은 8시 59분 서해해양경찰청에 헬기 구조를 요청하고 100t급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123정'을 급파했다. 또한 목포해경 상황실은 완도ㆍ제주ㆍ여수해경에도 함정을 비상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헬기와 '123정'은 9시 30분에 사고 해역에 도착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문제는 해경의 구조가 다소 소극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세월호가 전복될 때까지 해경의 구조작전은 선박 주변에서만 이뤄졌다. 세월호 밖으로 탈출했거나 눈에 보이는 선체에 있는 승객들을 구조하는 정도였던 것이다. 세월호가 가라앉기 전 내부에 진입했더라면 더 많은 승객들을 구조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제 시스템의 문제도 컸다.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는 사고 당일 오전 7시 8분, 세월호가 관제구역에 진입한 사실을 레이더와 선박자동식별시스템을 통해 확인했다. 그러나 진도VTS는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세월호를 제때 제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가 항로를 급선회하고 반대방향으로 운항했음에도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초동대처 미흡으로 더 많은 승객을 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와중에 해경 주요 관계자들은 문제가 되는 발언들을 일삼아 더 큰 빈축을 샀다. 목포해경의 한 간부는 초기 대응이 미진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고 해당 발언으로 문제가 커지며 직위 해제당했다.

또한, 19일 진도 팽목항에서 있었던 실종자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난 두 손 다 들었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내 윗사람에게 가서 얘기해라"라고 답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석균 해경청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에 대한 이후 문책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수부 마피아가 문제 키웠나

선박들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해수부도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박들은 10일마다 소화훈련,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하고 3개월마다 비상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선체손상 대처훈련, 해상추락 훈련을 해야 한다. 세월호도 서류상으로는 이 같은 훈련을 마친 것으로 기록됐지만 실제로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감독 책임을 지닌 해수부가 해당 훈련이 계획대로 실시됐는지 관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욱 큰 문제는 승선 인원과 화물 적재량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화물 657t,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보고했지만 사고 후 화물이 1,157t, 차량이 180대라고 바꿔 발표했다. 관련 사안들의 지도ㆍ감독은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해수부 산하 기관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산하 기관장들이 대부분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들로 임명돼 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해수부 마피아' 책임론이 의미심장하게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 내에서도 이수영 장관을 비롯해 고위 임원들을 향한 문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컨트롤타워 역할 못해

본래 우리나라에 큰 규모의 사고가 터지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재난관리의 컨트롤 타워를 맡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안행부에 중대본을 설치, 재난관리의 중책을 맡긴 것이다. 사고 발발 이후 안행부의 역할이 그 어떤 부서보다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안행부 산하의 중대본은 초동대처에 실패했고, 이에 정부는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해 컨트롤 타워를 맡겼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중대본에게 이번 사고를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중대본과 해경 간의 불협화음으로 정부는 탑승자 수를 5번, 구조자 수를 8번이나 번복하며 국민들의 불신을 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행부 소속의 한 국장은 20일 사망자 명단이 적힌 상황판 앞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직위해제됐다. 또한 강병규 안행부 장관의 경우 세월호 침몰 직후 현장 방문을 건의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본래 세월호 침몰 사고의 현장책임자로 활약했어야 하는 강 장관은 이번 달 임명됐음에도 불구, 박 대통령의 살생부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