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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통화옵션계약 소송 사건… 찜찜한 여운 남는 이유

승소했지만 주요 쟁점 판단 내려지지 않아, 소송 ‘현재진행형’
  • 한국씨티은행이 중소기업과 통화옵션상품 계약에 대한 불완전 판매를 둘러싸고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한 잡음이 일고 있다.(연합)
한국씨티은행이 통화옵션상품 계약에 대한 불완전 판매를 둘러싸고 중소기업과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쟁점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며 찜찜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건설 중장비부품 생산 및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 2007년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과 수출대금으로 수령하는 외화 중 일본 엔화에 대해 타깃포워드(Target Forward) 구조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했다.

흔히 TRF(Target Redemption Forward)로 불리는 이 통화옵션상품은 A사와 같이 향후 외화를 매도해야 하는 수출기업들이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 헤지 효과가 제한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유리한 가격을 보장받고자 할 경우 적합한 환위험 회피 목적의 파생상품이다.

이는 단순 선물환에 비해 더 높은 행사환율을 보장받을 수 있다. 대신 만기환율이 행사환율보다 높은 경우 상대방의 콜옵션 행사로 매도할 계약금액을 풋옵션 계약의 일정 레버지리(Leverage)로 정한 통화옵션이다.

이 상품의 계약기간은 2010년 8월까지였다. 각 만기일의 시장참조환율이 행사환율(100엔당 800원대 수준)보다 낮거나 같다면 1억엔을 행사환율에 매도해야 했고, 반대로 각 만기일의 시장참조환율이 행사환율보다 높다면 2억엔을 행사환율에 매도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A사는 씨티은행 측과 해당 계약을 하기 한 달 전 시중 다른 은행과 2년 간 스노우볼(Snowball) 구조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스노우볼 구조의 통화옵션은 일반적 통화옵션에 비해 행사환율이 높고 시장환율의 변동에 따라 행사환율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시장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행사환율이 급격히 하락해 손실이 커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A씨가 다른 은행을 통해 맺은 해당 계약은 각 만기일의 시장환율이 행사환율(100엔당 800원대 수준)보다 낮으면 5000만엔을 행사환율에 매도해야 했고, 반대로 각 만기일의 시장환율이 행사환율보다 높거나 같다면 1억엔을 행사환율에 매도하는 조건이 있었다.

주목해 볼 부분은 A사가 연달아 맺은 두 건의 통화옵션계약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이 발생할 수 있었고, 다시 말해 A사는 이미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됐음에도 유사한 특징을 가진 씨티은행 측 상품에 또 다시 가입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A사 입장에서는 향후 엔원환율이 떨어지거나 각 만기일마다 원엔 시장(참조)환율이 하락해 행사환율보다 낮다진다면 큰 부담은 없었다.

얄궂게도 2007년 100엔당 800원 수준이었던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0년 이후 100엔당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A사가 씨티은행과 계약을 맺은 상품의 행사환율은 각 만기일마다 800원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계약 시점부터 각 만기일의 시장참조환율이 계약에서 정한 행사환율을 상회한 셈이었고, A사는 2008월부터 2010년 최종 결제일까지 매번 결제일에 엔화 2억엔의 매도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그 손실은 260억원이 넘는 A사 입장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사는 자사가 이미 다른 은행과 통화옵션 상품에 계약돼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었음에도, 같은 위험이 과중될 수밖에 없는 통화옵션상품 계약을 권유했다며 씨티은행 측에 항의하고 나섰다.

특히 A사는 씨티은행 측이 다른 은행과의 통화옵션 상품 계약 여부를 알고 있었음에도 위험상품을 적극적으로 권유해 ‘적합성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설령 씨티은행 측이 A사의 선행 계약 여부에 대한 인식을 부정한다고 할지라도 고객보호를 위한 ‘고객조사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A사 측은 계약 당시 시티은행 측으로부터 TRF 통화옵션상품의 구체적 손익 구조와 위험성, 선행 통화옵션계약이 있는 상태에서 통화옵션을 추가한다면 환율 상승기에 자사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 등 고객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해 듣지 못해, 이는 씨티은행 측의 ‘설명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A사 측이 다른 은행과 앞서 통화옵션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A사 측이 선행 계약건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주지 않은 이상 자사 측이 먼저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계약 당시 A사 측에 TRF 통화옵션상품의 주요 내용과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계약기간 동안 엔원환율이 상승하면서 통화옵션계약을 맺었던 다수의 기업들이 금전적 손실을 보는 일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됐고 매달 결제일에 A사 측 역시 손해를 인지했던 만큼 문제될 일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두 회사 간의 입장이 수년간 계속해서 어긋나자 결국 지난해 A사는 씨티은행을 상대로 무려 209억원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법원은 이 사건 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리며 씨티은행 측 손을 들어줬고, A사가 불복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이다.

그런데 이 사건 1심 재판부가 판단한 A사 측의 청구 기각 사유는 매우 의외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사건의 쟁점은 씨티은행이 A사 측에 계약상 ‘적합성 원칙’, ‘고객조사의무’,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느냐는 것이었다.

A사 측의 청구가 기각했다면 씨티은행 측이 이 부분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였는데,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세 가지 쟁점에 대한 판단보다 다른 사항에 중점을 두고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A사 측이 손해를 인지한 2010년 8월부터 7년이 지난 2017년에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만큼 민법 제766조 1항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돼 씨티은행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소 청구를 기각했다.

오히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에서 ‘씨티은행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라고 표현하는 등 세 가지 중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물론 당시 씨티은행에게는 고객이 제공한 정보를 통해서만 적합한 상품을 권하면 되는 것일 뿐, 고객이 다른 회사와 어떤 금융상품 계약을 맺고 있는지 여부까지 철저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A사가 계약 당시 다른 은행의 통화옵션상품에 계약돼 있다는 것을 씨티은행 측이 알고 있었음에도 또 다른 통화옵션상품의 판매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A사가 소멸시효로 인해 승소하지는 못하더라도 당시 씨티은행 측에 고객조사의무 위반 등에 관한 과실에 있었고 이것이 불법행위였다는 점을 입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과 비슷한 사례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해 수출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키코(KIKO) 사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판결을 내리며 “은행이 기업 경영상황에 과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통화옵션 계약을 적극 권유하는 것은 적법성 의무를 위반해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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