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 준공영제…논란 지속

지난 15일 전국 버스 노조가 11개 지역에서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일단 파업이 철회되거나 유보되면서 출퇴근 대란은 없었다. 울산과 부산 지역은 첫차 운행 시점까지 마라톤 협상이 이어지면서 한때 버스 운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우선 파업이 철회되거나 유보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파업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어서 버스 파업 파열음은 완전히 봉합되지 못했다.

극적인 타결

전국 곳곳에선 총파업일인 15일을 앞두고 오전까지도 협상을 이어가며 파업 여부를 저울질했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자동차노련)은 파업 철회 혹은 유보를 집계하며 전국의 버스 파업 정보를 정리했다. 특히 마지막까지 최종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울산지역은 오전 8시 반쯤에 협상이 마무리되며 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부산지역은 새벽 5시쯤에야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첫차 운행에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예정된 버스 파업은 지난 15일 자정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출퇴근 길마다 만원버스 행렬이 이어지는 서울 시내버스는 새벽 2시 반쯤에야 협상이 타결됐는데 파업을 한 시간 반 앞둔 시점이었다. 보통 첫차가 새벽 4시 전후에 운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과 부산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 모든 지역이 우선 파업 철회 혹은 유보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만 63세로 정년연장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만63세 정년연장이 협상 타결의 주요한 이유라고 설명됐다. 이에 대해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인력확보 측면에서 정년문제는 크게 이견이 없었던 것”이라며 “주52시간 적용에 따른 인력 확보 차원에서 늘린 것이지 이 사안이 타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의 주요한 당근은 됐지만 핵심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협상 계획에 대해 위 부장은 “노동조합법상 임금시효가 종료되기 3개월 전부터 교섭을 요청할 수 있는데, 임금시효가 6월 말로 끝나는 곳은 한창 진행 중에 있다”며 “임금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6월 안에 합리적인 안으로 협상을 할 것이며, 합의가 되지 않으면 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은 쟁의 조정 신청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교섭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울산지방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전국자동차노련 울산지역조합 최현호 위원장(오른쪽)과 울산버스운송조합 양재원 이사장(왼쪽)이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

아직 파업의 불씨가 남아있는 경기도, 충남, 세종 등의 지역은 추가적인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는 임금을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하면서 파업이 유보된 상황이어서 승객들의 반발이 적잖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시내버스는 기존 현금가 기준 1300원의 요금을 200원 인상해 1500원으로 책정됐다. 카드를 이용하면 1000원 초반대로 버스를 탈 수 있었던 경기도민들은 이제 1000원 중반대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사태 해결책은 요금 상승

정부가 밀어붙인 주52시간 근무제의 불똥이 버스 파업으로 번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 버스요금인상과 관련해 “도민들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한발씩 양보한 버스 노사에 감사하다”며 “국민께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경기도민들은 결국 정부의 정책의 수습은 자신들이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는 A씨는 “요금이 우선 1500원이 됐다는 것부터 심리적인 부담”이라며 “200원 올랐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타는 버스요금이 한 달로 환산되면 요금 부담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자동차노련이 전국적 파업에 들어가려했던 주요한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 적용에 따른 임금 감소 때문이었다. 오는 7월부터 300명 이상의 버스 사업장에서도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임금이 많게는 100만 원 이상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자동차노련은 근무 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 감소를 보전하고 인력도 충원해 근무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번에도 국민혈세로 손쉬운 해결

자동차노련이 요구하는 것은 준공영제다. 준공영제가 실시되면 지자체에서 넉넉한 재정지원이 가능해져 버스업계는 손실을 보전하고 운전기사들의 임금도 충당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같이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는 준공영제를 전부터 실시하고 있지만 많은 지역의 지자체들은 아직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담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가 요구하는 준공영제는 말처럼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자동차노련은 버스 노선 폐지나 축소와 같은 부작용 없이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려면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자동차노련측은 버스 요금 체계의 모순에 대해 지적한다. 요금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낮고, 수도권은 특히 4년간 요금이 동결돼 물가 상승률도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도 준공영제 도입이 버스 업계의 근로환경 개선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세금 낭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지원에 따른 버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감시할 것이냐도 문제다. 과거 현금수입을 축소해 신고하는 등 탈세를 비롯한 버스업계의 비위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낭비된 사례도 있다. 준공영제 확대 도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준공영제 도입은 세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을 설득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이에 국토부는 “정부가 엄격히 관리해 재정 운용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준공영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버스업계의 대규모 파업이라는 큰 산은 우선 넘겼지만 아직 후속 협상이 남아있다. 준공영제 도입이라는 이슈도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주 52시간 도입이 확대 적용되는 내년 1월 전까지 대대적인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