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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은 양대 노총에 정부 ‘두 손’

타워크레인 총파업 일단락됐지만...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타워크레인분과가 전국적인 동시 파업을 벌였다. 건설현장은 몸살을 앓았다. 지난 5일 양대 노총이 타워크레인 총파업을 철회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틀간 전국적으로 벌어진 타워 점거 총파업은 건설현장을 볼모로 한 ‘인질파업’이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지난 5일 총파업이 종료되면서 타워크레인 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양대 노총의 타워크레인 파업은 전국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올스톱’ 시켰다. 타워크레인 약 2300대가 멈춰 섰고 노동자들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총 소속 1500여 대, 한국노총 800여 대 소속의 타워크레인 2300대 파업은 전국의 타워크레인 60%의 가동을 중단한 셈이다. 사상 최초로 양대 노총의 타워크레인분과가 동시에 파업에 나서면서 건설업계의 충격도 컸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골조 작업엔 타워크레인이 필수적인데 파업으로 현장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 “소형 크레인이 생존권 위협한다”

총파업 철회가 결정되기까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고공 점거 농성에 돌입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 타워크레인 노동자는 생존권을 파업의 이유로 들었다. 소형 크레인이 무분별하게 공사 현장에 투입되면서 대형크레인 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건설사들이 최근 불법 개조한 소형 크레인들을 도입하면서 우리의 생존권은 물론 공사장의 안전도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소형 크레인의 경우 사고의 위험이 많아 타워크레인이 전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기중기의 팔이 추락하거나 크레인 자체가 전복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소형 크레인이 도입되는 이유는 비용 문제 때문이다. 대형 크레인에 비해 저렴한 소형 크레인은 비슷한 골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조된 소형 크레인이 많이 투입된 실정이다. 하지만 소형 크레인과 관련된 안전 규제법이 미흡하고 소형 크레인으로 개조하는 것에 대한 규제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 동시 파업 첫날인 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멈춰 있다. 연합
안전은 명분 ‘임금 상승’이 철회 이유

타워크레인 노조는 정부가 소형 크레인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불법 소형 크레인들이 퇴출돼야만 파업을 철회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총파업 만 2일이 지난 시점에서 극적인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다. 노조의 ‘위험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소형 타워크레인을 철폐하라’ 조건이 받아들여진 것도 아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셈인데 노조는 파업을 접었다.

노조가 총파업을 철회한 결정적 이유는 정부가 크레인의 안전을 다룰 대화 기구 설립을 약속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화 기구 설립은 지난 3월 국회에서 합의된 사안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며 안전한 정책을 만들어보겠다는 설립 취지도 흐릿해졌다. 국토부가 대화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함과 동시에 파업이 철회된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의 속내는 다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임대조합과 연봉을 4.5% 올리는 임금협상 타결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전면에 내세운 것은 ‘생존권’과 ‘안전’이었지만 결국 근로자 연봉 인상, 근로환경 개선이 핵심이었다는 소리다.

두 노조는 사측인 임대조합에 7~8% 인상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인상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평행선을 달려왔다. 결국 노조와 사측의 평균 이상 수준인 4.5% 인상으로 극적 타결되면서 파업도 끝을 맺게 됐다. 노조는 근로환경 개선으로 주장하던 여름휴가 안도 관철시켰다. 본래 사측은 여름휴가 기간에 몰리는 공사 일정 때문에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 8월 첫 주에 5일 간 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조가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근로환경 개선과 연봉 인상이라는 실리를 챙겨갔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례없는 파업에 국토부 ‘두 손’

지난 4일 국토부는 이번 파업에 대해 “대화 기구를 만들고 싶었지만 노조가 협조하지 않아 못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지는 있었지만 노조 측의 비협조로 대화기구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 석 달 동안 노·사·정 대화 기구를 꾸준히 요청해 왔다는 점, 파업 이틀 만에 대화 기구 출범을 약속하자 총파업이 철회된 것을 보면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야권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건설 현장이 마비되고 나서야 일을 시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강경한 노조 투쟁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건설 현장이 ‘올스톱’되는 파국을 맞을 뻔 했다.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으면서 크레인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양대 노총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노조와 각을 세우기보다 사전에 대화를 많이 나눠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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