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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폐기물 ‘합헌’인데 오염토양은 ‘위헌’…왜?

건설폐기물 처리에 대한 소급입법 적용 및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 헌재 결정
일상용품은 물론 바깥 공기를 통해서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시대.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 그에 따른 갈등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환경 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알아두면 좋을 환경법은 무엇이 있을까. <주간한국>과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살펴봤다. 구성은 각 소송의 판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했다. [편집자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2006년 경기도 화성시. 모 주식회사를 운영 중인 A씨는 지자체로부터 행정조치명령을 받았다. 자신들이 보유한 회사 부지에 방치된 폐기물 전량을 적정처리 하라는 지침이었다. A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자체 행정명령의 근거가 되는 법률들은 자신이 해당 부지를 사들인 이후에 제정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 폐기물 처리 비용이 땅값보다 비싼 까닭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못했다. 결국 A씨는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에 돌입했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원고측

화성시가 내린 처분의 근거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폐기물관리법’이란 걸 압니다. 두 법률은 각각 2005년과 1999년에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보다 앞선 1997년 현재 땅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맺고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2000년도에 땅 소유주가 사망하면서 상속을 받았지요. 제가 땅을 쓰기 시작한 이후에 시행된 법률을 근거로 제게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아닌가요.

또 이 토지의 시가가 6억5000만 원 정도입니다. 행정처분에 따른 폐기물처리 비용은 15억 원에 달합니다. 이런 배경에 견줘 화성시의 처분은 ‘과잉금지원칙위반’, 즉 재량권을 일탈한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그간 화성시의 감독 소홀도 문제와 다름없는데, 저희한테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부당합니다.

화성시

법 원칙에 따른 조치입니다. 원고측이 가진 토지의 시가가 6억여 원이라고요? 아닙니다. 공시지가만 해도 70억 원에 가깝습니다. 충분히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관리감독 소홀이라니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경고처분과 조치명령 및 영업정지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 등을 내려 왔습니다. 따라서 무리한 행정조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심 재판부(2007년)

소급입법과 관련해서는 원고측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부진정 소급’(법령 개정 전에 시작됐으나 현재에도 진행 중인 경우 소급적용을 허용)의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화성시 말대로 원고들이 주장한 토지의 시가는 잘못됐네요. 공시지가만 봐도 70억 원이 실제 넘습니다. 따라서 화성시가 재량권 등을 일탈 및 남용했다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원고측은 건설폐기물처리를 보증하는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죠? 화성시가 이 조합에 먼저 폐기물 처리를 명령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당시 건설폐기물법을 따르면 공제조합은 폐기물처리업자, 토지소유자 등에 의한 처리가 없을 경우에 책임을 지는 것으로 규정돼 있더군요. 무엇보다도, 원고는 임대차 계약 및 상속 당시 폐기물 처리에 관한 사항도 묵시적으로 갱신한 것과 다름 없다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따라서 본 재판부는 원고측 문제제기에 ‘기각’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2010년)

헌법에서 재산권 제한의 허용정도는 재산권 객체의 사회적 기능의 의미로 결정됩니다. 즉 재산권의 이용과 처분이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규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헌법 제122조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또 헌법 제35조 1항(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폐기물 처리책임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원고 측의 위헌소원과 관련해 본 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승태 변호사

이번 사례가 특이한 점은 언뜻 비슷해 보이는 사안을 두고 헌재가 다른 결정을 내놓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 별도로 헌재는 2012년 모 주유소 토지의 오염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헌재는 ‘무과실의 토지 소유자 및 임차인 등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재산권 및 평등권)에 반한다’며 헌법불합치선언을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주유소 토지오염 문제는 왜 헌법불합치를 받았을까요. 반면 화성시 건선폐기물 처리는 어떻게 합치 결정이 내려졌을까요. 똑같이 토양오염에 연관한 문제인데 말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니 알아두면 좋습니다.

먼저, 한 쪽에선 두 사례를 전혀 달리 볼 이유가 없음에도 헌재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고 바라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건설폐기물과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아예 다르게 본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후자의 경우 건설폐기물은 토지와 일체화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토양오염의 경우 이미 토양과 일체화 됐고요. 때문에 둘은 오염상태의 성격이 다르므로 결정도 달라진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건설폐기물의 경우 그 처리가 문제되는 것이지, 그 자체로 환경오염상태라고 할 수도 없는 건 사실이지요. 이 때문에 두 경우는 정화 혹은 처리방법이나 그 처리비용 등에서도 차이가 나고요.

어떻든, 헌법재판소는 이처럼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두 사례를 유사하지 않은 사건으로 판단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긴 합니다. 그러므로 사업주들은 토양오염 및 토양폐기물과 관련한 법적 고려 역시 다르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chesco12@hankooki.com
  • ◇이승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의 대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및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 또는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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