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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담콤함으로 실의에 찬 국민들 위로
향기로운 커피와 부드러운 케이크같은 왈츠로 마음의 상처 치유


작가 전혜린은 오스트리아에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배경이 되었던 옛 도나우강(지금은 흐르지 않고 호수처럼 고여 있다고 한다)을 발견하고는 그 감동을 글로 적어 남긴 적이 있다. 그녀는 도나우강을 ‘나만이 발견한 푸른 보석’ 이라고 표현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슈트라우스 (Johann Strauß 1825~1899)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도나우강과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곡으로 오스트리아 제 2의 국가로도 불린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의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맏아들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버지는 그가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에야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게 되고, 불과 19세에 관현악단의 지휘자로 이름을 날릴 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1849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아버지의 악단을 인수하여 유럽 각지를 순방하는데 이때 그는 ‘왈츠의 왕’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그는 약 170곡 정도의 왈츠곡들을 작곡했는데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빈 숲속의 이야기>, <황제>등이 유명하다. 그 외에 <박쥐>, <집시 남작>을 비롯한 16곡의 오페레타를 작곡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그가 궁중무도회 음악 감독으로 있을 당시인 1867년 작곡한 왈츠이다. 이 곡이 작곡되기 바로 전 해인 1866년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 - 오스트리아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영광이 퇴색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슈트라우스는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곡을 만들었다. 도나우강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카를 베크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슈트라우스는 이 시의 마지막 행을 제목으로 왈츠풍의 남성 합창곡을 작곡했다. 이 곡은 후일 관현악곡으로 편곡되면서 더 널리 알려진다.


- 도나우강의 아름다움과 행복

이 곡의 서주 부분이 다소 장중하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면 이어 나타나는 경쾌한 왈츠 리듬에서는 봄을 연상시키는 생기를 준다. 이는 강이 굽이치며 흐르는 다양한 모습과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풍경을 말해주는 듯 하다. 또한 낙천적이고 온화하고 어떤 역경 속에서도 행복을 잊지 않는 하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기질을 푸른 도나우강의 아름다움을 통해 표현한다.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를 말할 때 음악 말고도 하나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오후에 ‘야우제(Jause)’라는 티타임을 즐기는데 커피하우스에서 여러 가지 커피와 함께 과자류를 즐긴다. 오스트리아 인들의 커피 도락은 신성로마제국 시절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이 끝난 후, 투르크군대가 놓고 간 커피 콩 한 부대를 발단으로 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식사는 짜고, 자극적인 편인데 그래서인지 과자류도 단맛이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빈의 ‘콘디토라이’(Konditorei:제과점)에서 살 수 있는 과자의 종류를 몇 가지만 들어 보자면 구겔호프나 토르텐(장식용 케이크), 비쇼프스브로트(땅콩, 건포도, 설탕에 절인 과일과 초콜릿을 꽉 채운 케이크) 등이 있다. 그 외에 각종 ‘토르테’ 종류도 다양하다. 린처토르테는 달콤한 아몬드와 산딸기, 살구 또는 래즈베리 잼을 채운 패스트리이며 도보스토르테는 1887년 헝가리의 요제프 도보스가 만든 케이크로 빵 사이사이에 초콜릿 버터크림을 바른 후 캐러멜 시럽을 뿌린 것이다.

- 초콜릿과 살구잼의 조화 '자허토르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초콜릿과 살구잼의 조화가 일품인 ‘자허토르테(sachertorte)’가 있다. 이 과자는 `1832년 메테르니히 왕자의 요리사였던 ‘프란츠 자허(Franz Sacher)'가 발명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자허토르테를 유난히 좋아했다는 일화도 전해져 내려온다. 이 과자가 유명해진 데에는 특허권 분쟁이 한몫을 했다. 원래 발명자가 경영하던 호텔 ’자허‘가 문을 닫은 지 몇 년 후, 왕실에 납품을 담당하던 ‘데멜’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또 다른 자허토르테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자허 가 후손의 소송으로까지 비화되었고 결국은 호텔 자허가 이겨 자허의 과자에는 ‘원조 자허토르테‘라는 표시가 붙게 되었다. 양쪽 과자가 모두 맛이 좋다고 하지만 미식가들은 아직도 어느 것이 진짜인지 논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본고장의 맛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제과점에 가면 자허토르테를 맛볼 수 있다. 모양은 자그마한 초콜릿 케이크 모양인데 겉에 두껍게 초콜릿 당의가 입혀져 있고 중앙에는 살구잼이 들어 있다. 초콜릿 맛이 진하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지나치게 달게 느껴질 것도 같다. 그러나 한 입, 한 입 먹을수록 기품이 느껴지는 맛이다. 커피 한 잔과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곁들여 보면 어떨까?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4-05-0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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