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여자라서 행복합니까?


“여자라서 행복해요!”

문 두개 달린 냉장고만이 여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 할래, 여자 할래?”라는 질문에도 “여자!”라고 주저 없이 답합니다.

여성에겐 무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여자이기 때문에 예쁘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제 아무리 ‘꽃미남’ 시대, ‘메트로섹슈얼’이 인기여도 남성은 꽃처럼 아름다워질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같은 여성의 무기, 아름다움은 종종 잘 팔리는 상품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달 LPGA투어를 주름잡는 한국여성골퍼들이 총집합한 국내 여자 골프 개막전. 성적도 성적이지만 스포츠지면을 장식한 그녀들에 대한 화제는 ‘패션’이었습니다. 신데렐라 안시현은 우승의 영광에 덤으로 ‘속 보이는 공주’라는 별명을 하나 더 얻었는데요, 그녀를 위해 신상품을 출시한다는 한 골프의류업체의 승승장구를 보더라도 여성골퍼들의 패션 효과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참에 박세리는 자신의 이름을 건 ‘세리팩’이라는 골프의류브랜드를 준비 중이랍니다. 칸영화제를 보도하는 각종 언론 매체들의 헤드라인 뉴스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여주인공 성현아의 ‘패션’이었습니다. 1천만원짜리 페라가모, 2천만원 상당의 스텔라 매카트니의 옷과 1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헤어는 어디서 했다는 등 시시콜콜하게 성현아 협찬사를 나열했습니다.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입었던 한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 있는 배우라면 너무나 미국적인 스텔라 매카트니를 입진 않았을 텐데요. 어느새 여성은 그 자체만으로 빛나지 않고 ‘패션’의 힘을 입는 존재가 돼 버렸습니다.

<화장>이란 시가 있습니다. 나이가 든 여자는 젊음의 빛을 대신해 빛나는 장신구를 늘려 간다는 쓸쓸한 내용입니다, 여성들이 치장의 도를 더해가는 것이 자신의 빛남을 깨닫지 못하거나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5-27 21:39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