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인스턴트 세상 속 느림의 미학, 퀼트 공예


생활 속의 많은 것들이 인스턴트 상품으로 채워져 가는 요즘, 사람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마음 한 편을 따뜻하게 녹인다. 조금 느려도, 조금은 지루해도 만든 이의 손길이 더해지는 DIY(do it yourself) 작품만의 매력이다.

그 중에서도 알록달록한 천 조각을 한 땀 한 땀 누비는 퀼트 공예는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메마른 감성을 다정히 감싸준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작은 천 조각을 꼼꼼히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 속 잡념은 사라지고, 어린 시절 인형 옷을 입혀주던 어린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특히 패브릭 소품이라면 어디에나 활용 가능한 퀼트 공예는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취미 활동이다.

흔히 퀼트는 겨울에 한정된 취미생활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요즘에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사계절 내내 퀼트 공예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겉감용 원단으로 면 뿐 아니라 실크, 모직, 비닐, 가죽, 한지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고 있으며 완성 후 비즈나 니트 등으로 장식미를 더하기도 한다.

봄이나 여름에는 겉감 안에 솜을 대지 않고 한 장으로 가볍게 만드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는 두께가 다양한 솜을 넣어 따뜻하고 보온 효과를 주는 것이 좋다.

퀼트의 가장 큰 매력은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퀼트 공예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는 김선영(32세) 주부는 “퀼트는 감각이나 실력이 없어도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예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장점이죠”라며 “한번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하루에 가방을 두 개나 만든 적도 있다니까요”라고 웃는다.

이처럼 손재주가 없고 바느질 솜씨에 자신 없는 여성이라도 퀼트의 매력에 빠지면 자신도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결과물에 놀란다.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나만의 명품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초콜릿 대신 제가 만든 퀼트 명함지갑을 선물했어요.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라 그런지 주는 저도, 받는 남자친구도 감동이 두 배가 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회사원 정은영(30세)씨도 퀼트 공예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선희 퀼트비 대표는 “초보자의 경우 무조건 크고 멋있는 작품보다는 손지갑이나 작은 가방 등 쉽게 완성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시작하고, 점차 익숙해지면 이불이나 옷 등 난이도가 높은 것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퀼트를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만든 이의 정성이 고이 배인 퀼트 공예는 가방, 지갑, 옷, 이불 등을 비롯해 신생아를 위한 면제품, 아이들의 학용품, 어버이날과 크리스마스 선물 등 폭넓게 사용된다. 초보자의 경우 10여 개의 작품을 만드는 초급과정(3개월)을 수강하면 이후에는 자신의 원하는 제품을 혼자서도 만들 수 있다.

재료는 동대문 종합상가나 가까운 퀼팅숍,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구입하면 된다. 손으로 드는 토트백의 경우 만드는 방법과 패턴, 원단, 솜 등이 들어있는 패키지가 1~3만원 선이며, 퀼팅 실은 2~3천원 선, 바늘은 2~4천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 취재협조 및 도움말 : 퀼트비(031-705-3541), 퀼트지음(02-568-4828)

김세나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3-11 10:01


김세나 객원기자 senar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