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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2005 여름, 복고의 유혹에 빠지다
미니스커트와 풀스커트 등 1970년대 복제한 유행아이템 부상



청바지는 70년대 패션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청춘의 상징물이었다. 버커루
기하학적인 무늬, 핫팬츠, 웨지힐, 70년대 거리패션을 보는 듯하다. 시스템
70년대는 니트웨어가 인기를 얻었다. 이태리패션을 대표하는 미쏘니의 니트웨어
70년대 캐주얼에 펑크적인 요소를 가미한 패션, 코데즈컴바인
히피룩의 영향을 받은 꽃무늬는 70년대에 와서 다양한 크기와 형태, 색으로 변형됐다.
수공예 느낌의 니트웨어와 풀스커트는 전원풍의 페전트룩의 아이템. 잇미샤
자유로운 겹쳐입기, 레이어드룩의 시초는 70년대. 더블유닷
청바지와 티셔츠는 캐주얼룩의 공식. 리바이스
70년대 패션을 주제로 한 드라마 '패션 70s'의 주인공들

미니스커트와 부츠, 겹쳐 입은 히피풍 의상, 에스닉 풍의 블라우스, 풀 스커트, 굵은 벨트, 웨지힐 샌들. 봄부터 올 여름까지 유행할 패션 아이템들이다. 요즘 거리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옷차림이지만 새롭다기보다 어디서 본 듯 익숙하다. 바로 70년대를 복제한 차림새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60년대를 그린 드라마와 영화가 유행하더니 이제 그 시대를 70년대로 옮겨갔다. 70년대 말 정치적인 대변혁을 그린 MBC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이 중장년층 시청자를 모으며 인기리에 방영중이며 SBS TV 대기획 드라마 ‘패션70s’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패션70s’는 70년대 ‘패션’을 소재로 한 것으로 패션디자이너가 주인공이다. 경기도에 5,000평 규모의 초대형 오픈세트를 당시 한국 패션의 중심지였던 명동 거리로 꾸민다니 실감나는 재현이 기대된다. 벌써부터 이요원, 김민정 등 여주인공들의 패션이 화제가 됐고 시대를 뛰어넘어 유행코드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추억이 스민 익숙한 차림새
최근 몇 해 동안 1950년대의 로맨틱한 여성상에 패션은 모든 것을 집중했었다. 일명 ‘재키 스타일’과 ‘헵번스타일’로 불리는 복고풍 디자인이 유행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히피 스타일이 유입되면서 이제 복고의 흐름은 60년대를 지나 70년대로 흘러가고 있다.

1970년대 하면 그리 먼 옛날이 아니다. 현 사회의 중추 세대인 30~40대의 어린 시절이다. 50~60대에게는 청춘의 시절이었다. 젊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너무나 익숙한 복고풍이다.

통바지와 통기타, 생맥주가 젊은이들의 상징이던 시대인 1970년대는 국제 경제의 안정과 활발한 무역 정책으로 국제 무역이 활성화됐다. 77년에는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그 중 3분의1인 32억달러가 섬유수출이었을 만큼 섬유산업이 호황을 이뤘다. 활발한 수출로 GNP가 상승하면서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대 되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패션에 대한 의식도 변화해 패션산업을 발전시켰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성복이 출발한 시기이기도 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패션산업은 소수의 디자이너들이 소규모 부띠끄 형태로 맞춤복과 기성복을 생산, 판매하는 수준이었으나 72년 레나운, 74년 반도패션, 77년 코오롱,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의 대기업이 패션업에 진출하며 기성복패션산업이 대규모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는 1975년 베트남 전쟁이 평화 협정조인으로 일단락 지워졌고, 1977년 중국에서는 등소평이 등장해 개혁을 추진하면서 냉전의 분위기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패션산업도 국제화가 시작돼 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개발도상국가로 라이선스 시장을 넓혀갔다. 동시다발적인 유행이 시작됐다. 유럽과 미국 외에 밀라노가 새로운 패션의 고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일본 패션계도 급부상했다.

정치의 안정으로 젊은이들은 기성사회에 대한 집단적 저항 대신 개인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60년대를 거쳐 70년대 초까지의 전통과 기존 관념이 거부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패션의 개념은 희박해졌으며 패션을 통해 개인적인 취향을 표현하는데 주력하게 됐다. 개성시대였고 문화활동을 중시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많은 여성들이 활발히 사회진출을 해 전 시대에 비해 결혼과 가족양식이 변화되었다. 핵가족이 늘어갔고 독립적인 생활을 누리는 젊은 층도 많아졌다.

실용적 패션…유니섹스룩의 등장
이 같은 배경에서 보다 편하고 실용적인 복장을 추구하던 패션경향은 바로 ‘유니섹스룩’이다. 유니섹스룩은 1960년대 후반부터 진과 티셔츠, 헐렁하고 캐주얼한 재킷, 운동화, 남녀가 비슷한 머리모양을 하면서 시작됐다. 히피패션의 정신을 이어받은 유니섹스룩은 처음에는 반항의 표시였으나 본래의 저항 이미지를 벗고 자유의 모습, ‘캐주얼’을 추구하게 됐다. 심지나 안감이 없는 비구조적인 복식형태가 등장해 주류를 이루어 캐주얼화를 가속시켰다. 지금으로 봐서는 대단한 변화가 아니었지만 속감이 없는 의복이란 속옷을 안 입는 격으로 그 당시 상상할 수 없는 변화였다.

의복의 캐주얼화로 인해 스웨터, 진, 티셔츠 등이 인기를 얻었다. 특히 능동적이며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표현하는 진은 젊은이들에게 상징으로 여겨질 만큼 선풍적인 인기였다. 70년대 젊은층들이 진 패션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진은 없어서는 안 되는 젊은이들의 필수의류로 자리 잡았다. 진 전문 패션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이화여대 앞에는 진 전문 맞춤집이 들어섰다. 백화점에서도 진 담당 디자이너를 두고 주문을 받아 판매할 정도였다. 젊은층뿐만 아니라 남성복, 10대들을 위한 진 코너도 등장했다. 청바지의 선호도가 높아지자, 청바지 생산이 늘게 되었고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이 거대한 상권을 형성했다.

젊은층의 캐주얼열풍과는 반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들은 남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베이비 붐 세대의 여성들은 70년대 전반에 직장 생활을 함에 따라 60년대의 ‘어린 소녀’ 스타일에서 ‘젊은 여성’ 스타일로 성숙미를 추구한다. 어깨가 넓은 역삼각형의 실루엣 정장이 여권신장 운동과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물려 인기를 얻었다.

이와 반대로 남성들은 여성적인 것에 관심을 보였다. 남성의 여성화 경향이 나타난 ‘유니섹스’ 모드의 영향으로 몸에 잘 맞는 셔츠와 꽃무늬 프린트, 여성 전용이었던 펜던트를 비롯해 팔찌, 반지 등의 액세서리류를 즐겨하기도 했다.

또 헤어스타일의 최대 이슈로 남성들의 장발을 들 수 있다. 근대들어 남성의 머리가 길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이것은 대변혁이었다. 머리모양에서 변화를 줄 수 없었던 사무직 남성들은 정장 대신에 레저웨어와 스포츠웨어를 즐겨 입었다.

미니·맥시·판탈롱의 공존…니트 열풍
70년대는 보통 ‘패션’이 시작된 시기라고 일컬어진다. 기성복이 늘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스스로 개성연출이 가능한 여러 가지 패션경향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패션의 특징을 살펴보면 미니 맥시 판탈롱의 공존, 레이어드 룩, 길고 가는 실루엣, 기하학적 무늬, 숄더백, 브로치, 모자, 마린 룩, 컨트리 룩, 웨지힐 샌들, 스웨이드 부츠, 프릴과 러플 등의 장식, 트렌치코트, 플리츠스커트 등. 軀??열풍 또한 대단하여 각종 아이템에 모두 사용되었으며 바지의 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다.

상의는 화려한 꽃무늬에 프릴장식과 커다란 리본 등으로 멋을 낸 블라우스를 즐겨 입었고 통 넓은 나팔바지를 입고 나무토막 같은 통굽샌들을 신었다. 소품 또한 대단했다. 여름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얼굴을 다 가릴 것 같은 뿔테 선글라스, 정장엔 브로치나 스카프로 멋을 더했고 멋쟁이 캐주얼족은 넓은 골반벨트를 잊지 않았다.

또한 입기 쉽고 편안하며 활동적인 패션이 완성됐다. 긴 스커트 위에 짧은 스커트를 입거나 바지위에 치마를, 손목길이의 소매 옷에 소매가 짧은 옷을 덧입는 레이어드 스타일도 발명됐다. 레이어드는 의복을 층층이 겹쳐 입어 색상이나 소재 등의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었고 레이어드룩이 시작되면서 덧입는 개념으로 니트가 인기를 얻었다.

자연주의 경향…웨지힐 샌들 인기예감
60년대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했던 히피의 소박함은 70년대들어 에스닉, 펑크스타일이 뒤섞여 나타났었다. 따라서 7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패션은 타이트하고 노출이 심한 섹시패션에 반해 느슨하고 길다란 외관을 갖는다. 전원풍의 잔잔한 꽃무늬나 레이스가 달린 에스닉 블라우스, 히피스타일의 긴 스커트, 두꺼운 벨트, 웨지힐이 유행할 전망이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소품은 ‘플랫폼 슈즈’. 특히 코르크나 원목 등 자연소재 느낌으로 만든 ‘웨지힐(wedge-heel)’ 샌들의 인기가 예상된다. 앞뒤축이 모두 높이가 있어 길이가 긴 스커트나 넓은 바지통 아래 신어도 어울리고 미니스커트에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통굽은 다리가 굵어 보일 경향이 있는데 굽이 가늘고 뒷굽선이 날씬하면 투박한 느낌을 덜 수 있다.

손맛이 깃든 수공예품도 70년대풍 패션. 기계문명이나 상업주의에 대한 반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공예 느낌은 다소 조잡스럽고 유치해 보여도 좋다. 손으로 짠 레이스 장식과 니트 스카프와 가방 등 직접 손으로 만든 듯한 장식과 소품은 오히려 정겹게 다가올 것이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입력시간 : 2005-05-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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