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우 변호사
Q: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입니다. 형이 서울에 살기는 하지만 생활이 어렵고 아버지가 도시생활을 싫어해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논 5,000평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평소 형은 저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하면서, 제가 아버님을 모시고 있었으므로 아버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말하며 각서를 써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형은 아버지가 남긴 논 5,000평에 대한 상속 지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지병이 있어 돌아가시기 전 제가 수년간 병원비, 약값 등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제가 형이 써준 각서대로 논 5,000평을 모두 상속 받거나, 형보다 더 많이 상속 받을 수 있는지요.

A: 1.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아버지가 사망한 후) 일정한 기간 내에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 개시 전에 한 상속포기의 약정은 법적인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피상속인(아버지)의 생존시에 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질문자에게 주었다고 하더라도, 상속이 개시된 후에 민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이상 형이 상속 개시 후에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대법원도 "상속인 중의 1인이 피상속인의 생존시에 피상속인에 대하여 상속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속 개시 후 민법이 정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라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상속 개시 후에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또는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8. 7. 24.선고 98다9021판결)

2. 그러나 질문자의 경우 기여분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기여분이란 공동 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는 자가 있을 경우에 이를 상속분 산정시 고려하는 제도입니다.

즉, 공동 상속인 사이에 실질적인 공평을 꾀하려는 제도로,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당시에 가지고 있던 재산의 가액에서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 재산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상속분을 산정하여, 그 상속분에다 기여분을 보탠 것을 기여상속인의 상속분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기여의 정도는 통상의 기여가 아니라 특별한 기여여야 하며, 특별한 기여라 함은 본래의 상속분에 따라 분할하는 것이 기여자에게 불공평한 것으로 명백히 인식되는 경우로서, 예컨대 여러 명의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이 무상으로 아버지의 사업을 위하여 장기간 노무를 제공한 경우에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아버지의 논에 농사를 지어 아버지를 부양하였을 뿐만 아니라 병간호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였으므로, 아버지 재산(논 5,000평)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과 기여분에 대하여 협의를 하고,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기여분을 정해 달라는 심판을 청구하여 법원의 결정을 받으면 됩니다. 형보다 더 많이 상속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흥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