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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속 문화 엿보기] 싱가포르의 맛 개방주의




땅콩넣고 튀긴 새우


중국 게살 퓨전요리


야쿤커피

‘싱가포르의 맥도널드’라 불리는 싱가포르 토속 토스트 체인점 ‘야쿤카야 토스트(Ya Kun Kaya Toast)’가 몇 년 전 서울에 문을 열었다. 그릴에 구워낸 얇은 빵 ‘야쿤 브레드(Ya Kun Bread)’ 속에 버터 슬라이스를 넣고, 거기에 천연 코코넛 밀크와 계란, 판단잎을 이용해 만든 ‘카야 잼(Kaya Jam)’을 발라 먹는 것이 야쿤카야 토스트다.

여기에 진하고 텁텁한 싱가포르식 커피를 곁들이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식사가 된다. 싱가포르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야쿤카야 토스트 점은 한국에 상륙한 지 약 2년 만에 서울에 3개의 점포가 생길 만큼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야쿤카야 토스트는 서양식 토스트에 중국과 말레이시아식 요리법이 가미된 퓨전 요리로, 싱가포르 다문화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영국인 등 다민족으로 구성된 싱가포르는 종교와 언어가 다른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사는 나라다. 동서 문화의 용광로이며, 다양한 민족이 모여 조화와 화합을 이루는 싱가포르는 '퓨전 음식'의 발상지라 할 수 있다.

야쿤카야 토스트를 비롯해 바다가재를 매콤달콤한 소스와 함께 먹는 중국식 퓨전요리 칠리 크랩, 1994년 가장 인기 있는 현지 음식으로 뽑히기도 했던 인도식 퓨전요리 피시 헤드 카레,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의 고기를 땅콩과 레몬, 설탕을 갈아 넣고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 말레이시아 계통의 음식 사테가 싱가포르에서 인기 있는 요리들이다. 모두 퓨전이다.

무엇보다 싱가포르의 가장 친근한 요리인 페라나칸 요리는 중국식과 말레이식은 물론 다른 고유의 맛을 지닌 여러 요리들을 조화롭게 섞어 놓은 것이 특징이다.

페라나칸이란 싱가포르로 이민온 화교와 원주민인 말레이시아인들의 혼합 문화 및 인종을 말한다. 페라나칸 요리는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절충형 음식으로 퓨전 요리의 원조라 할 만하다.

필자가 싱가포르에 갔을 때 맛본 이들 요리의 맛은 독특하면서도 아주 매력적이었다. 다양성을 수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 덕분에 싱가포르는 ‘음식 천국’으로 불리며, 해마다 싱가포르 음식 축제를 열어 세계의 식도락가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일본 농림부 관계자가 해외에 있는 일본레스토랑에서 파는 일본 음식들은 일본 고유의 맛이 아니라며 비난했다.

일본 정부가 비난하는 일본 고유의 맛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퓨전 음식은 일본 초밥을 서양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미국의 ‘캘리포니아 롤’이다. 일본 정부는 캘리포니아 롤처럼 해외에서 일본 음식을 현지 입맛에 변형시켜 조악한 음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2만여 개의 해외 일본레스토랑에 대해 '일본 고유의 맛'에 대한 정부 인증서를 발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정통 스시를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지 않았다면 일본 음식이 미국에서 그처럼 인기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퓨전 음식이 반드시 고유의 맛을 훼손하는 조악한 음식이라는 일본 정부의 시각은 편협한 국수주의적 발상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퓨전으로 이루어진 싱가포르 음식은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제3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퓨전음식은 발상지인 싱가포르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각국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요리 트렌드다. 이는 세계화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맛의 변형, 즉 퓨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일본 정부는 싱가포르 요리에서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입력시간 : 2007/04/18 17:43




전세화 뚜르드몽드 기자 ericwin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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