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초원 관통하는 호화열차 유럽인들의 로망

코레일은 얼마전 레일 크루즈 해랑을 선보였다. 럭셔리 고급 관광열차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크루즈 여행이 배 안에서 잠을 자고 코스 정찬과 각종 파티나 휴식을 즐기다가 기항지에 내려 관광을 하듯, 열차에 준비된 침대칸과 식당칸 등에서 쾌적한 휴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 방법이다. 레일 위를 달리는 지상의 크루즈인 셈이다.

코레일이 해랑의 모델로 삼은 것이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는 남아공의 블루 트레인이다. 남아공의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와 케이프타운을 잇는 호화열차다. 아프리카 대초원을 관통하는 1,600km 되는 거리를 평균 시속 90km의 속도로 1박2일, 27시간에 걸쳐 운행하는 ‘달리는 특급 호텔’이다.

블루 트레인은 많은 유럽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로망중 하나다.

아프리카에 놓여진 철길은 제국주의 욕망의 상징이다. 검은 대륙의 심장부에서 금과 다이아몬드가 쏟아져 나오자 제국주의자들은 내륙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철길을 놓았다. 원주민들은 그 철길을 질주하는 열차를 ‘강철뱀’이라 부르며 두려움에 떨었다. 유럽인들이 블루트레인에 거는 환상의 한 자락엔 지난 날 제국주의의 향수가 담겨 있다.

블루 트레인 요금은 1박2일에 150만~200만원으로 비싸다. 비싼 값을 하는 블루트레인의 감동은 열차역에서부터 시작된다. 공항의 항공사 라운지처럼 전용라운지를 따로 갖추고 있다. 체크인을 하면 ‘버틀러’라고 불리는 담당 승무원이 무거운 짐을 객실로 옮겨 놓는다. 시종을 자처하는 그들의 서비스는 헌신적이다.

블루트레인의 객차는 모두 18량. 객차 하나 당 3~4개의 객실이 있다. 길이 4m, 폭 2m의 객실에는 전용 샤워부스와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원목의 객실 옷장에는 호텔처럼 하얀 가운이 걸려있고, 옷장 위에 설치된 TV는 다양한 영화와 함께 비행기 항로안내처럼 열차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케이프타운에서 열차가 출발하면 객실의 넓은 차창은 마치 영화 필름처럼 남아공의 자연과 그곳이 터전인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테이블마운틴의 웅장한 자태가 사라지면서 허름한 판자집이 끝없이 이어지더니, 이젠 광활한 포도밭과 목장을 지나 관목만 휑뎅그렁한 사바나초원이 펼쳐진다.

객실의 창 밖 풍경이 지루해질 무렵 바(bar)가 있는 클럽라운지로 몸을 옮긴다.

클럽라운지에선 쿠바산 고급 시가를 피워가며 맘껏 와인과 칵테일,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다. 요금에 다 포함된 서비스라 추가 부담할 필요가 없다.

저녁 식사에는 정장이 필수. 양복을 걸친 후 식당으로 가면 샴페인과 고급 와인이 곁들여진 풀코스 정찬이 준비돼 있다. 승무원의 친절한 서비스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객실은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칸으로 탈바꿈돼 있다. 그새 벽면에 숨어있던 매트리스가 내려져 소파의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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