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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의 ‘북한 읽기’] 남북연락사무소 철수와 복귀, 어떻게 볼 것인가

뜻밖의 돌발 행동, 대미^대남 압박용?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사흘 만의 돌발적 행동

지난 3월 22일 금요일 오전 9시 경 북한이 돌연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밝힌 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을 철수시켰다. 당시 북측인원 15여 명은 주요 서류만 챙긴 후 장비 등은 남겨둔 채 북측지역인 개성에 위치한 연락사무소를 떠났다. 그리고 3일이 지난 3월 25일 월요일 오전 9시경 돌연 북측 연락대표 외 4명의 북측 실무인원으로 구성된 일부가 연락사무소에 복귀하였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복귀 당일인 25일 북측 인원은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했으며,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에서 “연락사무소가 북남(남북)공동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 해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갑작스런 북측의 철수와 사흘 만에 돌연 복귀한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 통일부가 북측이 3월 22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9월 14일에 촬영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모습. 연합
단지, 대미·대남 압박용?

이 사흘 간 이러한 북한의 돌발적 행보와 관련하여 ‘대미·대남 압박용’이라는 추정이 국내외 다양한 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보도 및 회자되었다. 지난 2월 27~28일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 실패와 이후 북미 간 긴장 상황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시설 가동 조짐 → 3월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북미협상 중단과 새로운 길 모색’ 발언 → 3월 21일 미국의 대북제재 행보 및 추가제재 가능성 → 3월 22일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 → 3월 23일(한국시각) 미국 행정부와 결을 달리하는 트럼프의 ‘추가제재 불가’ 언급 → 3월 25일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일부 복귀 흐름을 보면 그러하다.

그런데, ‘미국과 남한을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만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상당하다. 또한 3월 27일 현재까지 연락사무소 북측 소장이나 소장대리를 포함해 철수선언 이전 북측 인원인 10여 명 중 절반 이상은 아직 복귀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정상화되었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왜 돌연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을 철수시켰나? 그리고 왜 3일 만에 전격 복귀하였나? 그 배경과 의도에 대해 좀 더 다양한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배경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한 김정은의 ‘급한 마음’이 전 세계에 퍼진 후 합의가 결렬되면서, 북한이 ‘미국에게 속내만 들키고 당했다’는 인식이 팽배하였다.

다시, 북한 내부를 주목해야

이와 연동되어 북한은 내부적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정책 및 전략 방향에 대해 재검토하며 조정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책임소재 문제가 북한의 엘리트 정치 및 권력구조 변화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2차 북미정상 간 합의 실패 후 북한의 ‘새로운 길’ 모색뿐 아니라, 북한 내부의 정치 일정과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연락사무소 내 북측 인원 철수 이유는 ‘상부의 지시’이다. 대개 북한의 대남·대외 협상 과정 등에서 ‘상부의 지시’에 해당하는 정책결정의 최종 결재권자는 최고지도자이다. 즉, 김정은의 지시이거나 김정은에게 허락을 받은 지시이다. 따라서 금번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 배경에는 현 상황에 대한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불안한 동거

한편, 철수 3일 만인 25일 연락사무소에 복귀한 북측 연락대표는 “연락사무소가 북남(남북)공동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 해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북측의 복귀 배경을 추론할 수 있는 이 언급에 따르면,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을 매개로 한 ‘경제발전 의지’에는 아직까지 중요한 전략적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와 복귀가 일시적 해프닝은 아닐 수 있다. 이미 2월 22일 이후 3월 말 최근까지 북측 연락사무소 전종수(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소장뿐 아니라 교대근무하는 황충성과 김광성(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들) 소장대리도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따라서 남북 간 소장회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2018년 10월 북미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연출되었다. 또한 3월 초부터 북측 연락사무소 근무 인원은 감소되었고 복귀한 현재까지도 절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안정의 배경이 되는 북한 내부 정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3월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연합
그동안 북한에 무슨 일이 있었나?

연락사무소에 북측 소장과 소장대리가 근무하지 않고 인원도 줄었으며, 북측 인원 철수와 복귀가 이루어진 이 시기 북한의 주요 동향을 살펴보자. 먼저 대중조직과 지역단위를 점검하는 행보가 드러났다. 청년동맹 초급선전일꾼 경험토론회(3^18일), 내각총리 박봉주의 평안북도 경제단위 시찰 등 각 도단위 자립경제 촉구(3^20일 전후), 전국 청년동맹 5개 교양해설 대경연(3^15~20일) 등 사상사업 강화 행보 등이 있었다.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를 통보한 3월 22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4월 11일 평양에서 소집하고 이를 위해 4월 9~10일 간 대의원 등록을 공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3월 23일 노동신문 등을 통해 “우리의 승리적 전진에 질겁한 적대세력들은 지금 단발마적인 발악”을 하고 있기에, “우리는 엄혹한 시련과 난관도 각오해야 한다”며 북한주민들의 ‘애국헌신’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3월 24일 평양에서 노동당 외곽기구로 대남사업 중심으로 대외사업에도 관여하는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창립 70주년 기념보고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는 관련 단체 성원들뿐 아니라 청년동맹, 직업동맹, 여성동맹, 농민동맹 등 사회조직과 다양한 대외기관의 간부와 성원들이 참석하였다. 대외적으론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행보 및 일본에 대한 비난과 조총련 결집 요구가 두드러졌다. 또한 3월 23일 대남·대외 활동요원들에게 주요 전달 내용이나 지령 등을 암호화해 전달하는 난수방송(암호방송)이 있었다.

김정은, 공개 행보 개시

이어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일부가 복귀한 3월 25일, 의례적 대외활동 외에 두문불출하던 김정은이 북한지역의 중요대상 건설을 적극 지원했다는 잠업비단공업국 산하단위 간부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3월 25~26일 양일간 김정은이 지도한 <조선인민군 제5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 대회>가 진행되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으며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던 김정은의 공개 행보가 시작되었다.

이 대회에서 김정은은 “조성된 혁명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대회를 통해 “혁명무력의 최정예화, 강군화를 가속화하고 전군의 장병들을 전투력 강화에로 다시 한번 총궐기, 총동원시키는 획기적 전환”을 요구하였다. 이와 함께 중대 내 사상교양사업 강화 및 “실용적 실동훈련, 실용적 두뇌훈련” 강화를 지시하였다. 전체적으로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와 복귀를 전후하여 북한 정권이 내부 조직을 정비하며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4월 초 드러날 북한의 정책 조율 결과 및 권력구조 변동을 주목해야

2019년 3~4월 초라는 이 시기에 김정은 정권의 2기 권력엘리트 진용이 꾸려지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그리고 4월 초 북한의 주요 정책 결정 및 엘리트 인사가 이루어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치러질 예정이다. 그 결과는 4월 11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제7기 대의원대회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금번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의 또 다른 배경에는 김정은 정권의 2기 엘리트 과정에서 제기된 정책 조정 또는 조율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금번 3월 22~25일의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 및 복귀 배경,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그리고 이와 연동된 향후 북한의 행보 및 대남·대외 정책을 전망하고, 이에 조응하는 대북·통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4월 초 드러날 북한 내부의 전략 재검토 결과 및 권력구조 변동을 주목해야 한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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