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장대비 그쳤지만 먹구름은 여전

01/28(목) 15:18

비록 지난주 시작된 경제청문회에 가려있지만 ‘우리 경제의 현주소’ 는 여전히 일반인들의 최대 관심거리다. 바꿔 말하면 ‘우리에게 이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IMF체제가 언제 끝나나’ 하는 궁금증이다.

이와 관련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저점을 지났다’ 는 관변쪽 주장에 ‘무슨 소리냐’ 는 목소리도 높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쪽이다.

이규성재경부장관은 지난주말 공개석상에서 “경기회복속도가 당초 전망보다 빨라 하반기이후 플러스로 전환된다. 2000년에는 4~5%의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된다” 고 말했다. 텅비었던 공단게시판에 구인광고가 나붙기 시작했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새로 사람을 뽑는 대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심리는 터널의 끝을 본 듯한 분위기다. 백화점이나 시장을 둘러보면 지난해처럼 썰렁하지 않다. 극히 일부의 현상이겠지만 다소 흥청이는 현상까지 있다. 이번 설연휴동안 해외관광지로 떠나는 비행기편 예약이 끝났으며 전국 유명휴양지 객실도 모두 예약돼 IMF를 졸업한 듯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IMF까지 나서서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하고 나선 것을 보면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예측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않다. 일부에서는 김대중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정부가 나서서 축제분위기 만들기에 경기를 이용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한국경제 분석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티브마빈은 최근 “한국증시의 호황은 일시적이다.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고 했다. “정부가 경제회복의 환상을 부추기고 있다” 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늘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그의 예측에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도 적지않지만 한국이 환상에 빠져있다는 그의 지적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기 “과연 회복세인가” 논쟁, 경제청문회도 관심사

국내에서도 ‘장밋빛 전망’ 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현대그룹 계열 현대연구소는 “최근 경기가 빠른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외환위기이후 급락에 따른 반등에 불과하며 올 하반기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고 주장했다. 70년대 1,2차 오일쇼크때도 단기적으로 반등한 뒤 재하락하는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경기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해석은 ‘장대비는 일단 피했으나 먹구름이 가시지는 않았다’ 는 정도일 것 같다. 특히 일자리문제만큼은 더욱 어두워져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더 으스스해졌다. 지난해말 실업률은 7.9%, 실업자 166만5,000명으로 82년 통계작성이후 최악이다.

이는 그러나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1.4분기중에는 신규 고졸·대졸인력 30만명이 쏟아져 나오고 건설일용직부문의 추가실직자 16만명, 구조조정에 따른 추가 실직인력 등으로 3월께에는 실업률 8%, 실업자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호노동장관도 이같은 전망에 동의하고 이를 180만명선으로 억제하겠노라고 했으나 쉽사리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직장인들로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경제계의 최대 관심은 청문회다. 증인들이 본격 소환되는 이번주에는 지난주와 달리 강경식 김인호 이경식 등 당대의 경제전문가와 의원들의 설전이 뜨겁다. 금융권의 움직임도 관심이다. 하향일변도에 있던 시장금리가 다소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부의 강한 금리안정의지에 비추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연4일 떨어진 주가의 반등시기가 언제일지는 금리와 외국인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될 것 같다. 무디스와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소식이라도 있으면 상황은 크게 반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의 빅딜도 여전한 관심이다. 대우 김우중, 삼성 이건희회장의 회동은 이번주에도 있을 것이며 이에따른 자동차_반도체 빅딜의 전격타결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불안한 중국 위안화와 브라질의 금융위기는 상황에 따라 국내 경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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