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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국회의 이단자들?

먼저 자민련 정상구 의원이 말문을 열었다.“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여론)의 힘이 필요하다. 국회 결의안은 정부가 협상에 강력한 힘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맞장구를 쳤다.“우리영화를 지키는데 여야가 없다. 지키는 것만 아니라 좋은 영화를 만들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영화인들이 그 사명을 다하는 한 우리는 재정적, 법적 지원을 다 하겠다.”

국민회의의 최희준과 신기남 의원의 말이 이어진다.“문화가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그 나라의 품위가 결정된다. 경쟁력있는 영화를 만들어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 스크린쿼터가 없는 세상이 곧 올 것이란 신념을 여러분들에게서 읽을 수 있다.”“국론이 통일 된것 같다. 여야를 떠나 단합된 모습이다. 그렇더라도 국제협상에서 양보하면 소용이 없다. 때문에 아직 결론이 안난 상태다. 시작일 뿐이다. 외교통상부쪽에 문화 완전개방주의자도 있다. 국민여론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

이들은 당당했다. 지난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스크린쿼터 사수투쟁 대국민 보고대회에 나온 문화관광상임위 소속 4명의 의원들은 참가한 500여명의 영화인과 시민단체대표들 앞에서 떳떳하게 섰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스크린쿼터 현행유지를 결의했고, 국회전체 회의에 부쳐 결의안을 받아냈다. 어디 이뿐이냐. 영화진흥법, 문화산업진흥법안도 우리는 일찌감치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

별로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닌데 자랑을 늘어 놓았고,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영화진흥법을 놓고는 여당인 국민회의가 논란이 됐던 ‘등급외 영화전용관’설치를 양보했고 스크린쿼터문제를 놓고는 여야가 진정 한국영화, 영화인, 국민들 편에 섰다. 그들은 우리가 흔히 보와왔던 우리 국회의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이 오히려 어색해 보이기까지 했다. 임권택 감독은 말했다.“정말 가슴이 벅차다.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절실해진다”고.

정치란, 정치인이란 별것 아닌지도 모른다. 이렇게 상식적인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기의 책임을 다하면 국민들은 기꺼이 신명을 바쳐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벌써 일년 가까이 국회는 국민을 잊었고, 상식을 잃었다. 북풍, 세풍이 끝나자 안기부의 정치인사찰 문제로 서로 싸우고, 한쪽이 청문회를 열자 다른 한쪽은 자기 마당으로 달려가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었다.

누구도 “이게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대표자들.

그속에서 국회문광위 의원들은 타협하고 양보하면서 우리문화에 필요한 것을 만들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일을 해가고 있다. 그들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해야 할 지금의 여당이고, 악을 써대며 투쟁하는 것이 충성으로 비춰지는 지금의 야당이다. 그들이 국회의 이단자처럼 느껴지고, 아주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우울한 우리의 현실. 그나마 그들이 있기에 영화인들은 힘이 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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