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남북 정치회담 '탐색전 돌입'

당국회담을 향한 남북한 탐색전이 시작됐다.

북한은 3일 올 하반기 ‘고위급 정치회담’ 개최를 제안해왔다. 지난 1월 4일 김대중대통령이 북의 농업지원과 교류협력 분야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제의한데 대한 응수다. 하지만 북의 응수에는 칼날과 칼 등이 함께 담겨져 있다. 정부는 북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의 논평을 내놓았다. 일단 사이드 스텝을 밟으면서 향후 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3일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 를 통해 남측이 3가지 전제조건을 상반기중 이행한다면 남북합의서 이행대책, 협력교류문제, 이산가족문제 등을 의제로 하는 고위급정치회담을 하반기에 열 수 있다고 밝혀왔다. 북의 3가지 선행조치는 신화외세와의 공조파기및 합동군사훈련중지 신화국가보안법철폐 신화통일운동및 활동의 보장 등이다. 북은 연합회의의 결정 서신을 남한인사에 보내던 관행대로 이번에도 남측인사 150명에게 전달해왔다.

◆‘성의’ 담긴 제의, 정부 다각도로 분석

먼저 북측 제안에는 몇가지 진일보한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북은 통상 2월중순이후 열었던 연합회의를 앞당겨 개최한뒤 이번 제의를 내놓았다. 당국회담에 대한 적극적 자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예년에는 ‘정당 단체 연합회의’ 형식이었으나 올해는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 의 모양새를 갖춰 당국입장임을 명백히 한 점도 음미할 부분이다. 아울러 남측 150명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편지겉봉에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 ‘국무총리 김종필’ 등으로 우리의 공식직책을 명기하는 성의도 보여주었다.

제안의 내용도 다분히 고무적이다. 고위급정치회담이라는 명칭의 당국회담을 제안, 94년이후 당국회담을 거부해온 종전 태도를 수정하는 모습이다. 협상테이블의 방향을 미국쪽으로만 돌리던 태도를 바꾸겠다는 신호인 것이다. 또 우리측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이산가족, 기본합의서이행 문제 등을 협상도마위에 올릴 수 있다는 카드도 내비쳤다. 비료 20만톤을 주겠으니 이산가족 회담일자 라도 확정해달라는 우리측 요구를 묵살했던 지난해 4월과는 판이한 태도다.

하지만 대화의 진의를 의심스럽게 하는 칼날도 여전히 번뜩인다. 북이 특별한 형식을 배재하고 통일전선 공세적 차원에서 열어온 연합회의를 빌어 제안을 내놓아 이번에도 정치공세에 불과할 것이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또 국가보안법철폐 등 전제조건을 내세움으로써 그간의 정치공세 수법을 답습했다. 무엇보다도 선행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올 하반기에 정치회담을 열자는 대목은 북의 대화의지에 원천적인 회의를 갖게해준다. 북이 당국회담을 언급했지만 대화의지 자체는 아직 미지수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북은 어떠한 의도에서 이번 제안을 내놓은 것일까.

◆대화제스처, 대미관계 고려한 제스처일수도

북은 고위급 정치회담이라는 새로운 제의를 내놓았지만 사실상 이는 우리측이 그간 거듭 주장해온 해온 비료 등 농업자재 지원을 위한 회담제의에 대한 답변이다. 우리측이 비료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이산가족문제를 고위급정치회담 의제로 올려놓은데서 이를 알수있다. 물론 여기에는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적차원이 아닌 정치문제차원으로 다루겠다는 북의 속내도 들어있다. 북은 파종기 이전 비료회담성사를 추진중인 남측에게 ‘당국회담은 가능하나 선행조치가 필요하다’ 는 입장을 우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행조건으로 우리측이 들어줄 수 없는 국가보안법 철폐등을 들먹였다.

북은 또 우리의 탄력적인 상호주의 전술을 십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간 우리는 시차를 둔 ‘선 비료지원회담’ ‘후 이산가족회담’ 개최 방안도 고려할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북은 우리측 주장을 역이용, 정치회담을 시기를 하반기로 잡았다. 상반기중 비료를 대가없이 준다면 하반기 회담을 고려해볼수 있다는 배짱이다. 비료를 지원받기위한 남북당국간 회담 없이, 또는 최소한 적십자 등 준당국간 회담을 통해 비료를 조건없이 또한 부담없이 챙기겠다는 것이다.

북의 제안은 남쪽만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대화 국면조성에 노력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미국내 강경파들을 누그러뜨리고 금창리 협상을 원만히 이끌겠다는 대미관계구도도 고려했던 것 같다.

이같은 분석에 따라 정부는 ‘일단 관망’ 자세를 공식화하고 있다. 북의 대화의지가 미지수여서 역제의나 수정제의를 할 수 없다는 자세다. 또 우리의 비료회담 제안에 대해 뜬금없이 고위급정치회담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놓은데 대해 즉답할 필요도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물론 정부 일각에서는 편지내용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곧 잦아들었다.

◆“우리측 페이스대로 대화 이끌어가야”

정부는 북이 조만간 두번째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량난 해결을 위해서는 비료가 절실한 만큼 파종기 이전 비료지원을 요청하는 사인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때가서야 북의 대화의지가 보다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남과 북은 각기 다른 과녁에 한차례 화살을 한번씩 쏘았을 뿐” 이라며 “북의 이번 제안으로 인해 우리의 대화 원칙과 방안이 바뀔 하등의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당국대화는 우리측의 비료지원회담으로 풀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의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며 “우리측 페이스대로 대화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의 말을 풀어보면 비료지원회담은 ‘북한당국의 공식적 요청이 온뒤’ ‘당국간회담을 통해’ ‘(이산가족문제에 관한) 북의 성의있는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만’ 비료회담과 실제적인 비료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실무접촉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성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지난해처럼 비당국채널 등 어떠한 통로로든 당국회담을 타진해오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이를 북의 지원요청으로 파악하는 등의 유연한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정세현차관은 편지제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제비 한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한정식을 먹는데 한가지 음식만을 가지고 음식값을 메길수 없지 않느냐” 고 답했다. 남북은 지난해처럼 한두차례의 탐색전을 더 치른뒤 당국회담이라는 본게임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정치부기자

<<한/국/일/보 인/터/넷/접/속 C*D*롬 무/료/배/포 ☎925-4400>>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3월 제2821호
    • 2020년 03월 제2820호
    • 2020년 03월 제2819호
    • 2020년 03월 제2817호
    • 2020년 02월 제2816호
    • 2020년 02월 제2815호
    • 2020년 02월 제2814호
    • 2020년 02월 제2813호
    • 2020년 01월 제2812호
    • 2020년 01월 제281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멕시코시티 예술여행 멕시코시티 예술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