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티모르 비극' 막 내리나

02/10(수) 16:31

‘비극의 땅’동티모르에 독립의 꿈이 실현될 것인가?

인도네시아 동부 순다열도의 작은 섬 동티모르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의 독립 논의 가능성 시사로 23년의 유혈독립투쟁이 끝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누스 요스피아 인도네시아 공보장관은 지난달 27일 “자치안이 동티모르 주민들에 의해 거부될 경우 이 지역의 독립문제를 국민협의회(MPR)에서 결정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76년 동티모르를 강제 합병한 이후 처음으로 독립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위란토 군총사령관도 “인도네시아 군부는 지금까지 정부와 군당국의 엄청난 인명·재산상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동티모르 분리를 결정한다면 국민 뜻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뒤이어 동티모르인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선보였다. 동티모르 독립운동으로 2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사나나 구스마오를 교도소에서 석방한후 가택연금조치를 취했다.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합병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과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이같은 방침을 지지하고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티모르 독립가능성을 시사한 다음날(28일) “동티모르에서의 불필요한 폭력을 막아야 하며 당사자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의 길로 나가기 위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와 자치안을 협상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조르제 삼파이오 대통령도 “동티모르 독립 허용 가능성 제기로 동티모르 문제 해결이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동티모르인들은 인도네시아의 독립가능성 제기에 매우 회의적이다. 동티모르 주민 대다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치 제의를 거부하고 대신 자결권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사나나 구스마오와 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주제 라모스 등 동티모르 지도자들은 “동티모르 독립문제는 동티모르인들이 결정할 일이지 MPR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독립허용 가능성 시사는 국제 사회를 겨냥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독립운동의 본산 동티모르대 학생들도 “인도네시아는 기만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즉각 독립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동티모르 반군지도자인 호세 라모스는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치적 술수이며 이 약속을 지킬 지는 매우 회의적”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동티모르의 전식민국인 포르투갈과 현 지배국인 인도네시아는 유엔의 후원아래 인도네시아 정부가 마련한 동티모르 자치안을 놓고 협상중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뉴욕에서 회담에 들어간 양측은 이번주까지 동티모르의 자치에 관한 합의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유엔은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 지배권을 포기한다고 하지만 자치협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잠시드 마커 동티모르문제 담당 유엔 특별대표는 지난달 28일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 대표들과 예비회담을 마친후 “동티모르의 자치가 독립을 향한 첫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티모르에서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내전 유발 우려로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민투표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옛 상처를 건드려 자칫 내전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알리 알라타스 외무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동티모르에 대한 자치권 제의만이 최선의 선택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알라타스 장관은 동티모르 주민들이 자치권을 거부할 경우에만 독립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80만 동티모르인들이 원하는 정치적 장래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요스피아 공보장관은 “동티모르가 특별자치를 거부할 경우 (하비비 대통령)이 차기 MPR에서 동티모르의 독립 가능성을 논의하도록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인도네시아 일부 관료들은 1년이내에 자치에 관한 양측의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동티모르의 독립은 인도네시아 정국변화와 결단에 달려 있다. 인도네시아가 마련중인 ‘자치안’은 동티모르인에 의해 거부될 것이 확실하다. 결국 동티모르의 독립문제는 6월 총선, 7월 MPR 선거, 그리고 11월 MPR에 의한 대통령 선출의 향방과 새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구 80만의 동티모르는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와 석유등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인해 끊임없는 외세의 침입을 받아왔다. 1520년 포르투갈에 강점됐으나 1749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영토전쟁을 벌인후 동쪽은 포르투갈, 서쪽은 네덜란드 식민지로 분할됐다. 2차대전 이후인 49년 서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영토로 자동 편입됐고 동티모르는 74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75년 11월 동티모르 민주공화국이 선포되자 12월 인도네시아군이 침공, 이듬해 인도네시아의 27번째 주로 강제 편입했다. 독립의 기쁨을 맛본 지 불과 10일도 안돼 인도네시아에 강점당한 것이다.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강점이후 동티모르의 독립을 요구하는 현지 주민들의 피로 얼룩진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동티모르인 22만명이 희생됐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의 동티모르 독립운동 진압과정에서 자행된 동티모르대 여대생 강간살인등 무자비한 인권유린사례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81년과 91년에는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해 각각 270여명과 500여명이 사망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97년 11월에는 임신부에게 잔혹행위를 하는 장면과 배에 못을 박는 장면등 잔혹한 행위를 고발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혁·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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