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불똥에 권력다툼 점화

02/02(화) 17:41

‘헬믹은 강제로 쫓겨났을 것’(사마란치) ‘올림픽 족장을 해고하라’(뉴욕타임스)

IOC 패권을 둘러싼 암투가 본격화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뇌물스캔들로 자파 IOC위원들의 축출을 결정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 등 친 사마란치진영이 본격적인 반격의 칼날을 곧추 세웠다. 이에 질세라 반사마란치파도 재반격의 깃발을 높이며 측면공격에서 벗어나 공격의 핵심인 사마란치 위원장을 향한 직접적인 포문을 활짝 열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스위스 마르크 호들러 IOC집행위원의 폭로로 촉발된 뇌물스캔들은 종결이 아닌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사임 않겠다” 사마란치진영 대반격

친사마란치 진영이 드디어 반격의 칼날을 들었다. 사마란치위원장은 1월2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BBC를 비롯한 각국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결코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 며 사임불가 의지를 밝힌뒤 퇴진압력에 앞장서 온 로버트 헬믹 전IOC부위원장 등 반대파 핵심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섰다. 그는 “헬믹은 내게 물러나라고 할 자격이 없는 사람” 이라며 “그는 스스로 IOC를 떠나지 않았다면 쫓겨났을 것” 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축출대상으로 지목된 콩고의 장_클로드 강가 위원도 반사마란치파에 대한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강가 위원은 1월27일 “파운드 부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소수 집행위원들이 거액이 오가는 올림픽 TV중계권과 공식후원업체 선정작업을 밀실에서 주무르고 있다” 며 “3월 임시총회에서 ‘진짜 비리’ 가 무엇인지 알려주겠다” 고 밝혔다. 그가 지목한 파운드 부위원장은 이번 뇌물스캔들 조사를 진두지휘한 장본인.

사마란치 반대파도 재반격에 나섰다. WASP(백인 앵글로_색슨 개신교)의 권토중래를 노리며 뇌물스캔들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또다른 뇌물스캔들을 교묘하게 흘리며 사마란치의 입지를 뒤흔드는 동시에 서방 언론을 통해 사마란치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뇌물스캔들의 제2탄은 이미 불이 붙었다. 사마란치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자파 위원들의 축출을 발표한 1월25일 존 코우츠 호주올림픽위원장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7만달러의 돈이 케냐와 우간다 IOC위원들에게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이어 딕 파운드 IOC부위원장도 1얼27일 인터뷰에서 “9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한 지난 90년 9월 도쿄총회에서 처음 뇌물이 오갔다” 고 주장, 또다른 뇌물스캔들이 있슴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와함께 서방언론도 사마란치의 퇴진을 주장하며 반대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1월26일 ‘올림픽 족장을 해고하라’ 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스캔들은 사마란치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프랑스 르몽드지도 “사마란치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스포츠는 IOC의 난국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고 강조했다.

◆스캔들 관련 6명 축출, 3명 사임

이에 앞서 IOC는 105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대적인 ‘집안청소’ 를 실시했다. IOC는 1월25일 스위스 로잔 IOC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뇌물스캔들과 관련 IOC위원 6명을 축출키로 만장 일치로 결정한 것. 축축 대상은 아우구스킨 카를로스 아로요(에콰도르)를 비롯, 강가, 제인 엘 압딘 압델 가디르(수단), 라미네 케이타(말리), 찰스 엔데리투 무코라(케냐), 서지오 산탄더 판티니(칠레) 등. 13명의 혐의자 가운데 다이드 시쿨루미 시반제(스와질랜드)위원 등 집행위 소집전 사의를 표명한 3명을 포함, 9명이 IOC를 떠나게 됐다.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등 3명은 추가 조사 결정이 났으나 사실상 혐의를 벗은 상태다. 안톤 헤싱크(네덜란드) 위원은 가벼운 경고조치를 받았으나 최근 사임의사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축출대상들은 스스로 사의를 밝히지 않을 경우 3월17,18일 열릴 예정인 임시총회에서 재적위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위원직을 박탈당하게 된다.

◆사마란치 19년 독주에 반대파들 ‘반기’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은 단순한 뇌물사건이 아니다. 전반적인 흐름과 진행 상황으로 볼때 19년동안 국제 스포츠계를 장악해온 사마란치 진영에 대한 반대파의 대반격의 전초전으로 보인다.

80년 모스크바 제83차 IOC총회에서 사마란치가 권좌에 오르면서 국제 스포츠계는 아시아·아프리카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사마란치를 중심으로한 ‘라틴계’ 가 지배해왔다. 이로써 프랑수아 카라르 사무총장과 파운드 부위원장을 비롯한 ‘앵글로_색슨계’ 는 과거 그들이 누렸던 기득권을 되찾기 위해 그동안 ‘사마란치 흔들기’ 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반대파는 이번 뇌물스캔들을 빌미로 사마란치의 지지세력인 아프리카와 아시아계 위원들을 제거, 주변정리를 한뒤 79세의 고령인 사마란치를 몰아붙혀 2001년 임기이전에 권좌에서 끌어낸뒤 여세를 몰아 IOC를 지배할 속셈이다.

◆임시총회서 재신임 묻는 ‘승부수’ 띄울 듯

올림픽 개최결정에 IOC위원들의 부정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올림픽 유치에 패배한 도시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200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다가 솔트레이크시티에 개최권을 내준 캐나다 퀘벡시가 IOC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2000년 하계올림픽 유치경쟁에서 시드니에 패한 영국 맨체스터도 IOC를 상대로 800만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98나가노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 대한 부정행위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나가노지역 5개 시민단체가 당시 핵심인사 8명을 상대로 740만달러의 세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젠 사마란치는 3월17,18일 임시총회를 앞두고 있다. 2001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사마란치는 이 총회에서 자신의 신임을 묻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그는 특히 최근 전문경영인이 IOC위원장이 되어야 한다며 처음으로 후계자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미묘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과연 사마란치가 반대파의 공격을 일소하고 권위를 되찾을 지, 불신임속에 19년간 지켜온 권좌에서 물러나 속인으로 돌아갈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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