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2년생 징크스의 최대 고비

04/28(수) 07:57

프로 첫해에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중 상당수는 2년차에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팬들의 기대가 그만큼 큰데 따른 부담감이 원인이든 선수 스스로의 자만심이 원인이든간에 대개의 경우 그렇다. 지난해 메이저 2개 대회를 포함, 4개대회에서 우승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잡은 박세리선수의 올해 성적역시 썩 좋지않다. 박세리선수의 경우 물론 올해 남은 경기가 더 많은만큼 단정할 수는 없으나 현재까지의 성적은 분명 기대에 못미친다.

이같은 현상을 ‘2년생 징크스’ 라고 한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연초 외부기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2년생 징크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1년을 그런대로 잘 넘겨온 우리나라가 올해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1년차에 잘하다가 2년차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2년생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경제계에는 우리나라의 2년생 징크스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이 적지않다. 고급호텔 식당을 예약하려면 며칠씩 기다려야 하고 일부 고가품의 수입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여행경비 지출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휘발유 소비역시 증가추세다. 이미 IMF위기를 벗어난듯 일부 계층의 과소비현상이 뚜렷하다.

더욱 분명한 2년생 징크스의 징후는 재벌과 노동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징후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의 여부는 이번주와 내주에 걸쳐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즉 올 4월말과 5월초(4말5초)에 걸쳐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약’과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가르는 중대 고비를 맞게 될 것 같다.

우선 재벌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년여동안 각계의 뼈를 깍는 고통과는 달리 개혁에 미온적이었던 재계는 최근 갖가지 조치들을 발표했다. 김대중대통령의 강한 질책에 의한 발표들이지만 상당히 진전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일부 그룹의 경우 그룹체제 자체를 포기할 정도다.

재벌개혁 방향, 노동계 움직임에 촉각

재계의 이같은 개혁조치들은 이번주중 김대통령과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게된다. 26일로 예정됐던 김대통령주재 정부·재계 간담회는 연기됐으나 이번주 내에는 개최될 것이다. 그러나 평가에 앞서 간담회의 연기배경에 대한 말들이 적지않다. 급박해진 노동문제 때문에 청와대가 이를 연기했다는 해석이 유력하지만 재벌개혁이 아직도 미진하지 않느냐는 판단도 만만치않다.

따라서 재벌개혁이 어느정도 선에서 가닥을 짓고 나아갈 것인지 하는 대강의 결정이 이번주중 있게 된다. 앞으로 더욱 강도높은 재벌개혁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재계의 개혁조치를 어느정도 매듭지은 것으로 보고 재계를 위한 ‘화답’을 내놓을 것인지가 어느정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더 큰 고비는 노동계에 있다. 이미 지하철 파업으로 한차례 정면충돌이 있었던 노동계의 위기감은 ‘메이데이투쟁’을 앞두고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물론 단일노조 최대 조직인 한국통신노조가 파업을 유보해 다소 진정될 것 같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5월1일 총파업 강행의사를 굽히지 않고있다.

민주노총의 주력부대인 금속연맹이 5월초로 예정됐던 투쟁일정을 앞당기기로 함으로써 총파업 투쟁이 민간제조업 분야로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산업현장의 불안감이 그만큼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금속연맹의 파업에는 한국중공업 등 발전설비 관련 사업장,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철도차량 제작 3개 사업장, 대우정밀 오리온전기 등 현대 대우계열 구조조정 관련 사업장, 정리해고 진행 사업장 노조 등이 망라될 것으로 알려져 각계의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정부는 노조원뿐 아니라 실업자와 도시빈민, 농민, 대학생 등이 뒤섞여 산업현장과 사회에 심각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 파업사태의 조기진화에 나설 방침이다. 파업과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불가피한 것이다.

노동계의 과격한 움직임은 주가에 반영되고 대외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또 1달러=1,200원대 등식이 무너진 환율이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세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있는 수출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몰고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재·경제부차장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