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쇼 코우지] 모두가 안기고 싶어하는 국민스타

04/29(목) 08:17

청바지에 스웨터.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머리의 이웃집 아저씨 같은 미소를 머금은 중년의 남자가 도쿄(東京)도 세타가야(世田谷)의 카페 푸리무라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야쿠쇼 코우지(役所廣司·42). 일본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민배우.

9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우나기’(97년),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국민들의 폭발적 인기를 누린 ‘실락원’(96년), 1,000만달러의 미국흥행 수익을 올린 ‘우리 춤 출까요’(Shall we dance?·96년)의 주연배우가 바로 야쿠쇼.

지난 21일 푸리무라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 일본 영화로는 ‘하나비’와 ‘카게무샤’에 이어 3번째 상영작으로 자신이 출연한 ‘우나기’가 상영된 것은 영광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문제에 탐구한 작품이기에 한국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었으면 한다는 당부를 덧붙이면서.

성실함, 서민적인 분위기, 스캔들 없는 사생활, 가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관, 겹치기 출연을 철저히 배제하는 연기자, 그리고 완벽하게 역에 몰입하는 연기관으로 인해 한국의 안성기(47)와 비견되는 야쿠쇼.

안성기와 생일이 1월1일로 똑같다는 말에 “정말 그러냐”면서 웃은뒤 “만약 안성기와 같이 출연한다면 큰 영광이며 동생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규범과 집단의식, 일상에 억눌린 허무함, 일탈과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일본의 40대 중년이 안고있는 상황을 주요 작품속에서 절제되고 정감있게 표출해 많은 이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연극으로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5년전부터 영화에 전념하고 있는 야쿠쇼는 매년 한편의 연극에 나선다. 연기력을 위해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이 즉각 전달되는 것이 좋아서.

“내가 혼자 튀는 연기보다 출연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야쿠쇼. 개성적인 존 말코비치 그리고 일본의 대배우 미후네 도시로(‘7인의 사무라이’등에 출연), 류치수(‘도쿄 이야기’등에 출연)를 본받고 싶다는 그는 연기를 즐기듯이 하고 싶고 최상품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일본의 내노라는 감독들과 작업을 해온 야쿠쇼. 그는 이마무라 쇼헤이등 노감독들에게는 배울게 많아서 좋다고 했다. 그리고 모리타 요시미츠같은 젊은 감독들은 작업할 때 편안해서 좋다고 했다.

‘동사무소’라는 뜻의 이름인 야쿠쇼는 실제로 4년동안 말단 공무원 생활을 했다. 요즘에도 예전 동료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 스타보다는 평범한 생활인의 삶이 좋단다. 과거의 공무원 생활을 항상 떳떳하게 밝힌다.

따스하고 보통남자의 분위기로 인해 그는 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여성들이 ‘안기고 싶은 남자’1위에 꼽히기도 했다.

‘우나기’나 ‘실락원’처럼 중년에 사랑이 찾아온다면 사랑을 선택하겠느냐 가정을 지키겠느냐는 질문에 한참동안 생각한뒤 “가정이 더 소중하다”고 대답했다.

아직 한국에 못와봤다는 그는 “안성기등 한국배우에 대해 알고 있으나 ‘하얀전쟁’등 몇편의 영화를 봤을 뿐”이라며 “잘못된 역사로 인해 한일양국이 대립과 단절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영화나 연극등 문화교류를 통해 신뢰를 회복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아들(13)과 시간이 날 때마다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야쿠쇼는 인터뷰 2시간내내 기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거리의 사람들속으로 걸어가는 그는 스타이기전에 자기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배국남·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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