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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겠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서울 송파갑 재선 출마카드에 ‘진검 승부’로 맞서겠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미 국민회의 출신인 김희완 전서울시정무부시장을 후보로 내세운 자민련 김현욱사무총장은 이총재의 출마설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던 지난 9일 “후보교체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정면 승부의 의지를 보였다.

김총장은 중앙당의 선거지원을 최소화하려던 선거전략이 불가피하게 바뀔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점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총재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총력전으로 나올 것이 분명한 만큼 송파갑 재선이 이제 ‘평범한 선거’가 되기는 틀렸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민련의 선거전략이 송두리째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전부시장 카드를 다른 후보로 교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총재 향해 ‘비난의 십자포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측도 의표를 찔렸다는 듯 다소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한번 해 보자’는 전의를 다지는 분위기다. 김영배총재권한대행은 “자민련 후보로 연합공천한 김 전부시장은 (한나라당 이총재에 비해) 절대로 약하지 않다”며 승리를 목표로 한 전면전이 불가피해 졌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실제로 김대행은 “자민련 후보가 곧 국민회의 후보인 만큼 국민회의측의 선거지원 강도가 한층 세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회전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아직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 이총재와의 전면전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일 이총재에 대해 비난의 십자포화를 퍼부음으로써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불리한 선거에는 ‘대통령후보로 나왔던 사람이 무슨 보선이냐’ ‘같은 임기중에 국회의원 두번 될 수 있나’며 꽁무니를 빼더니 좀 유리해 보이는 선거가 되자 불쑥 튀어 나오는 것은 대인답지 못하다” “여당총재의 사위를 ‘보쌈공천’하려다 실패하자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제2의 민주화투쟁’까지 들고 나온 것은 또 하나의 블랙 코미디” “이총재는 96년12월26일 노동법 새벽 날치기때 관광버스 1호차 맨 앞에 타고 국회의사당을 짓밟으려 들어간 장본인” “여당 후보가 결정된 뒤에 사무처에 여론조사까지 지시해서 그 결과에 따라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비겁하기 짝이 없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대변인실을 통해 흘러 나온 이총재에 대한 비난 논평들이다.

청와대도 예외는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총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민련이 후보 공천을 취소하는 것이 야당 총재를 예우하는 길”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데 대해서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여당과 무늬만 야당이었던 당들이 의석을 나눠먹기 하던 시절로 착각하는 모양”이라며 비아냥댔다.

“지더라도 ‘상처뿐인 영광’ 안겨주겠다”

그렇다면 과연 여권은 이총재와 맞붙어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아주 그럴듯한 비유가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총재를 도끼로, 자민련 김희완후보를 바늘로 비유했다. 파괴력에 있어선 도끼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선거전 양상에 따라서는 요소요소를 날카롭게 찔러댈 수 있는 바늘에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더 구체적으로는 일단 선거전이 시작되면 지금까지 이총재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의혹과 혐의들이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이라는 경고다. “이총재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여권의 분위기를 잘 대변해 준다.

자민련측은 벌써부터 병역시비를 일으켰던 이총재의 장남이 대선후 소록도 봉사활동을 조기에 그만둔 것등 이총재의 도덕성을 흠집낼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회의측도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인 ‘총풍’과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인 ‘세풍’ 등의 이른바 국기를 뒤흔든 사건에 다시 불씨를 댕길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세풍사건에서 핵심적인 고리 역할을 했던 이석희전국세청차장이 5월중 귀국할 것이라는 설이 확산되면서 여권이 이총재를 ‘아주 보낼 수 있는’ 메가톤급 폭로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그럴듯하게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은 또 지난 15대 총선 결과를 분석해 볼 때도 자민련 김후보의 승산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구여권의 홍준표전의원이 43.3%를 득표한 반면, 당시 국민회의 김희완후보가 33.2%, 자민련 조순환후보는 15.2%를 득표했다. 또 15대 대선에서는 당시 이회창후보가 47.7%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김대중후보는 40.3%, 이인제후보는 10.5%를 득표했다. 국민신당을 간판으로 했던 이인제후보는 지금 국민회의에 와 있다.

혼탁·과열선거 오명 덮어쓸 수도

이같은 결과를 이번 재선거에 직접 대입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지만 단순 계산으로는 ‘지는 게임’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올만도 하다. 자민련측은 또 상대적으로 거물인 이총재를 맞아 싸울 경우, 오히려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지자들의 표의 결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승리할 수 있는 요인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여권이 이렇게 실제 승리 가능성을 점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국민회의 정균환사무총장은 송파갑 재선에 대한 중앙당의 지원수위에 대해 솔직히 “고민된다”고 털어 놨다.

지난 3·30 재·보선 이후 국민회의측은 과열·혼탁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당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누누이 밝혔었다. 그런데 이총재와의 대회전을 벌여야 할 상황에서 이같은 약속이 액면 그대로 지켜질 수 있을 지가 의문인 것이다. 자칫 과열선거의 오명을 덮어 쓸수도 있다.

또 서로가 총력전을 펼친 끝에 상당한 차이로 이총재가 승리한다면 이총재는 날개를 다는 셈이 되고 이후 정국상황과 맞물린 여권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태성·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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