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파업유도발언] '짧은 기간 긴역사' 남긴 김태정장관

타의든 자의든 ‘가시방석’에 앉아 있던 김태정 전법무장관은 문민정부 출범직후인 93년 딸의 대학특례입학 시비로 임명된 지 10일만에 물러난 박희태 전법무장관 다음의 단명장관이 됐다.

그는 지난달 24일 검찰총장에서 법무장관으로 전격 발탁돼 국민의 정부 집권 2기 내각에 입각한 후 15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의 말대로 ‘긴 역사’를 남겼다. 개인에게나 현정권에게나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치인 편파사정등으로 탄핵소추 표결까지 거쳤던 사람을 법무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국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김대중정권의 독선”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게다가 취임과 동시에 터진 고가옷 로비의혹사건은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었다. 시민단체들은 퇴진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김장관은 부인 연정희씨로 하여금 최순영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씨를 고소케 함으로써 확산일로인 고가옷 의혹을 잠재우려 했으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검찰의 ‘장관 부인 감싸기’행태로 아무도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어주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김대통령의 유임 결정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는 휴일인 6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전원을 물갈이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추스르기에 나서기도 했으나 ‘파업유도’ 폭탄을 맞았다.

전남 장흥에서 출생, 호남인맥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김전장관은 부산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닌 뒤 여수중_광주고를 나와 영·호남에 걸쳐 폭넓은 인맥을 형성했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70년 검사로 부임한 뒤 율곡비리 동화은행비자금 사건 등을 총지휘한 ‘칼날검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중학교 동창의 빚보증을 서 집을 날리기도 할 만큼 ‘눈물’과 ‘의리’의 사나이였다는 게 그에 대한 지인들의 평가다.

김전장관이 YS시절 호남출신으로는 최초로 검찰총장에 임명된 뒤 97년 대선직전 ‘DJ비자금 사건’수사유보를 결정, 현 정부의 출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DJ 정부에서도 ‘사정사령탑’을 지냈던 그는 지난해 대전법조비리 사건때 소장검사들의 퇴진압력과 사상초유의 ‘고검장 항명파동’ 등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특유의 뚝심으로 수습했다.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에서도 대통령의 신임으로 또 한번 ‘오뚝이’가 되는듯 했으나 진형구 전공안부장의 ‘파업유도’ 파문으로 더 이상 자리를 지탱할 힘을 잃고 말았다. 파란만장한 검사생활 39년이 그렇게 끝났다.

/박정철·사회부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5월 제2829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2020년 03월 제2820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이탈리아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