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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것부터 바로 잡아야"

“외국 수입식품이 문제가 되면 언론이 그렇게 떠들면서 우리 농산물의 문제는 왜 제대로 파헤치지 않는 지 모르겠습니다. 항생제와 방부제로 범벅이 된 수입사료를 먹여 키운 우리 소, 닭, 돼지는 과연 문제가 없을까요? 우리 것이라고 신토불이라며 다 안전한 것처럼 믿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선 우리 것부터 제대로 잡아놓아야 합니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영문(45)씨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유럽산 육류제품 파동에 대해 이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때라고 지적한다.

이씨는 ‘태평농법’으로 알 만한 사람은 알아주는 농부다.

자연의 힘으로 농사짓는 ‘태평농법’

그의 농법은 기존의 유기농법과 달리 경운기 등 농기계도 쓰지 않고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조차 없이 자연의 힘에 의존해 짓는 농사법이다. 보통 논에는 이미 모내기가 끝나 벼가 꽤 큰 키를 자랑하지만 그의 2만여평 논에는 지금 보릿짚만이 널려 있다. 물론 물도 없다. 보릿짚 아래 흙 속에서는 그냥 뿌린 볍씨가 움을 틔울 날만 기다리고 있다.

보통의 벼농사는 경운기로 땅을 부드럽게 갈아준 뒤 논에 물을 넣고 모를 심은 다음 화학비료나 농약을 뿌린다. 그러나 그의 농법은 이런 과정이 없다. 모내기도 하지 않고 물도 그렇게 많이 끌어들이지 않고 마른 땅에 그냥 볍씨만 뿌려놓는다. 그 위에 잡초가 돋아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보릿짚이나 밀짚을 덮어둘 뿐 비료는 전혀 주지 않는다. 유기농법에서 사용하는 유기질 비료도 원래부터 흙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활동을 방해할 뿐이라며 주지 않는다.

흙 속에 살고 있는 지렁이와 수많은 미생물들이 자연스럽게 땅을 갈아주고 거미와 무당벌레, 개구리 같은 벼 해충의 천적들이 자연방제를 해주기 때문에 인간은 별로 할 게 없고 또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그의 농사철학이다.

농사일의 과정이 줄어들고 농약과 비료, 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용이 기존 농법의 8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다. 생산량도 이 농법으로 짓기 시작한지 3년 정도가 지나면 일반 논과 별 차이가 없음이 경상대 연구팀에 의해 입증됐다.

이런 식으로 여름에는 벼농사, 겨울에는 보리와 밀농사를 짓고 채소 농사를 섞어 한다. 보리와 밀짚은 다음해 벼농사때 고스란히 써먹는다.

이씨는 닭도 100마리 가까이 키운다. 토종 닭으로 사료는 따로 주지 않고 놓아 먹인다. “닭과 지네는 상극이라고 하지요. 주변에 밤나무를 키우는데 물론 여기에도 농약을 전혀 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안에 지네 유충과 온갖 벌레들이 살지요. 닭은 이런 것들을 잡아 먹고 주변의 낱알 등을 주워 먹으며 큽니다. 이렇게 놓아 기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사료값과 인건비가 절약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높은 셈이지요.”

이씨의 농법은 이런 식이다. 자연과 자연이 어울려 서로 도우면서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태평농법이라는 말도 농사짓는 사람이나 소비자, 밤낮 바쁘게 일하는 거미, 흙 속의 미생물과 벼까지 다같이 태평을 누리는 농법이라는 뜻이다.

그는 믿고 먹을 만한 식품이 별로 없는 오늘의 현실을 생산자 탓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고기는 연한 것만 찾고 채소는 뽀얀 것만 찾으니 조기성장을 촉진하고 농약을 듬뿍 뿌려대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자가 그렇게 유도한 것입니다. 농민들이 먼저 제대로 된 먹을 거리를 만들어 놓고 소비자를 설득해야지 소비자 탓을 하고 있어서는 안되지요.”

그는 이런 농법을 개발하기까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통 농법의 지혜를 가진 이를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했다. 5년여전부터 그의 농사철학이 제법 알려져 이제는 전국에서 400여 농가가 그에게서 농사법을 배워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농법만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농법을 인위적으로 보급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강의를 부탁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일러주고 지난 2월 ‘모든 것은 흙 속에 있다_농부 이영문의 태평농법 이야기’(양문 발행)라는 에세이집을 낸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먹을 거리 문제가 건강과 환경 차원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이제는 정부도 뭔가 근본적인 방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생산자 각자가 오염 없는 농산물을 만들어야겠지요. 그러나 개인 차원의 노력은 너무 느립니다. 이제는 정부가 일본에서 일본 환경에 맞게 개발된 농사법 대신 환경 차원의 농업을 일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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