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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종말론] "사이비에 빠진 사회지도층 많다"

94년 2월 피살된 사이비종교연구가 탁명환씨의 아들 지원(31)씨를 19일 서울 여성전도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선친의 유업을 이어 일주일이면 일곱번 전국을 누비며 사이비종교 강연을 하고, 상담을 하느라 며칠째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이날도 사이비종교 피해자와 상담을 하던중 짬을 내 만났다.

그는 아버지가 피살되고 나서 한달뒤 신학교 졸업과 함께 유지를 이었다. 공식직함은 국제종교문제연구소와 월간 현대종교의 대표. 아버지가 지녔던 직함 ‘소장’자리는 공석으로 남겨둔 채 지금까지 사람을 찾고 있다.

아버지 탁명환씨가 29년간 사이비 종교와 싸웠다면 이제 6년째인 그의 연륜은 미천한 편이다. 그러나 처음엔 아버지가 남긴 자료를 소화하기에도 벅차했지만 지금은 선친 못지않은 열정으로 사이비종교를 파헤치고 있다. 그는 “순간순간을 내게 마지막 유언을 한다는 심정으로 일한다”는 선친의 말을 유언처럼 안고 산다고 했다. 지금 국내에는 사이비종교 문제를 연구하고 상담하는 곳이 개인까지 합해 고작 10여군데 있긴 하지만 탁씨처럼 ‘전업’은 드문 편이다.

그는 자신도 종말론자라고 했다. “성경에도 그렇게 쓰여 있지요. 문제는 시한부 종말론인데 80여개 종교단체가 이를 믿고 60여개는 올해를 그때로 보고 있습니다. 자기들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1,000명이면 1,000가족이 그로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사회문제화하는 것입니다.”

그가 본 요즘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하는 종교단체들은 과거 단체들이 연쇄분열한 아류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종말시점을 지정하지 않고 ‘급박해 있다’고 주장하는 점은 다른 특징이다. 그러나 죽음을 통해서만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고 믿도록 해 오히려 살아 있는 것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같다고 했다. “대부분 종말시점을 여름이나 7,8월경으로 꼽고 있어 지금이 이들에게는 적기인 셈이지요.”‘적기’의 현상은 시한부종말론자들이 자칭 ‘순교’로 평하는 자살극을 포함한 것임은 물론이다.

사이비종교의 현상을 묻자 그는 “IMF를 전후로 상담전화가 30여건에서 50여건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 사이비종교가 대책없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000증인의 교회’의 경우 상담소에 3시간동안 21통의 전화가 연이어 걸려올 정도”라고 했다. 혹시 종교성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현상은 아닌지에 대해선 달리 해석했다. “미국은 여기에 빠진 사람이 1,200만명이고 이스라엘은 더욱 심해 세계적인 세기말 현상입니다.”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이비종교를 잉태하는 원인은 보편적이지 않다고 했다.

“한국교회의 무관심과 10만원만 주면 목사 안수를 해주는 사이비 신학교회의 난립, 그리고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 당국이 삼위일체를 이뤄 사이비종교를 잉태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종교의 자유는 사이비종교의 자유라고도 했다.

그는 지금의 사이비종교 대책을 서해교전과 동해의 금강산관광의 ‘성동격서’에 비유했다. 그 이유는 사회에서 꾸준히 문제를 일으켜 비난을 받는 종교집단에 사회 고위층들이 깊숙히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전한 바로는 지난달 MBC점거사태를 일으킨 만민중앙교회에 전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시절 다녀갔다는 식으로 막연한 연관성을 시사하는 정도는 아니다.

ㅇ교회는 여당의 0씨, ㅌ교회는 ㅇ의원, ㄷ교파는 ㅇ의원이 비호하거나 관여가 돼 있다고 했다. 이들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용을 위한 측면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탁씨는 가령 월간 현대종교와 법정다툼을 벌인 한 종파의 경우 판사가 문제의 교회 장로였다고 했다. 이에 대한 판결은 문제가 된 종교단체의 승소로 결론이 났다. 탁씨는 종교문제로 판사의 판결이 흔들렸다는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해 판결의 객관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다만 물증이 있든 없든 탁씨는 그만큼 사이비로 알려진 종교에 사회지도층들이 발을 담그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탁씨는 어릴 적부터 사이비종교에 빠져들지 않는게 중요하다며 주로 어린이, 학생층을 중심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20만명이 그의 강연을 들었고 올 겨울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다. 그러나 사이비종교와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도 깊다. 피소된 사건이 36건이나 돼 서울 노원경찰서, 중랑경찰서, 서울지검 북부지청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탁씨의 아버지 탁명환씨가 사이비종교의 신자에게 목숨을 잃은지 5년. “탁명환씨로 인해 우리교회의 발전이 10년 늦어졌다”“정말 무서웠다”는 사이비종교단체 지도자들의 말만큼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없다.

이에 대해 한경직 목사는 “한국교회의 무관심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무관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남긴 현대종교와 국제종교문제연구소에 기성종교단체에서 한푼의 후원도 받지 못한채 시골교회와 중고생들의 성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수억원의 빚으로 한달앞이 보이지 않고 있고 10여명의 직원들은 1년째 월급을 받지 못해 부업이 필수가 돼 있다.

탁명환씨의 아들 3형제중 지원씨는 못다한 ‘29년의 고독한 투쟁’을 하고 있고 캐나다에서 신학공부중인 장남과 일본에 유학중인 막내도 2001년에 아버지의 유지를 이을 계획이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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