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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협 발효5개월] '만만디' 중국에 속타는 한국

이번에는 서해가 출렁이고 있다. 이른바 ‘쌍끌이’파동으로 몸살을 겪은 한·일어업협상에 이어 서해에서부터 동중국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어업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한·중어업협상의 길고 힘겨운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94년 유엔해양법조약의 발효로 구축된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체제 하에서 한·중·일 3국간 ‘바다 가르기’ 협상의 1막은 한·일어업협정과 양국간 어업협상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중간에 시작된 협상의 2막은 1막 보다도 더 험하고 가파른 고비가 즐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쌍끌이’파동이 빚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일어업협상은 우리로서는 편한 협상이었다. 우리 수역으로 넘어와 조업하는 일본 어선보다 일본 수역으로 넘어가 조업하는 우리 어선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통제하기 위한 어업협상에서 아쉬운 쪽은 일본이었다.

이같은 사정에 따라 일본은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지난해 급기야는 구(舊)한·일어업협정을 일방 폐기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장이 뒤바뀌게 된다. 엄청난 대규모 선단, 고급 노동력, 점차 향상되는 조업기술로 12해리 영해를 제외한 우리 수역 전부를 마음껏 유린하고 있는 중국 어선의 월경(越境) 조업에 시달리고 있는 쪽은 우리측이기 때문이다.

협정 늦어질수록 중국은 ‘유리’

EEZ 경계획정회담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한·중어업협상은 2개의 축을 따라 추진돼왔다. 우선 유엔해양법조약에 따라 EEZ제도를 도입하고 연안국이 어업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연안국주의 채택 등 어업질서의 기본원칙 등을 규정한 한·중어업협정이 기본이다. 양국은 93년12월 이후 19차례의 실무회담을 거쳐 지난해 11월 김대중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마침내 협정에 가서명한 상태이다.

그런데 바다에서의 실제 조업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규칙이 마련돼야한다. 따라서 한·일간에 마련된 ‘EEZ 내 상호 조업조건 및 입어절차’처럼 양국 EEZ 내에서 상대국 어선의 조업범위, 조업규칙, 어획쿼터, 입어절차 등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의 핫이슈인 한·중어업협상은 이같은 규칙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양측은 이를 위해 이미 2월과 4월 각각 베이징과 서울에서 두 차례의 어업협상(수산당국자회담)을 벌였다. 어자원을 ‘빼앗기고’있는 우리측으로서는 이번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짓고 연내에 어업협정을 발효하자는 입장이지만 협정발효가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그만큼 우리 수역에서의 마음껏 조업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중국의 입장은 전혀 딴판이다.

벌써부터 기분나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4월 열린 2차 협상에서는 당초 5월에 베이징에서 3차 협상을 열기로 했으나 중국측은 자국 사정을 들며 협상연기를 요청, 7월중에나마 3차 협상이 열릴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유명한 중국의 ‘만만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의 협상에 난데없이 찬물을 끼얹는 시비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어업협정 가서명 당시 북위 31도50분 및 32도11분 이남 수역에 대해서는 현재의 어업질서를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측은 4월 2차 협상 당시 우리 어선이 갈치 꽃게 조기 어획의 주어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양쯔강 앞바다 뤼쓰(呂四) 창장커우(長江口) 저우산(舟山)해역에서의 모든 업종의 조업을 전면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요구는 실현을 목표로한 것이라기 보다는 협상 분위기를 흐리는 한편, 국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술”이라고 말했다.

상대국 해역 조업량 파악조차 안돼

중국측의 ‘딴전’과는 별도로 정작 조속한 협상을 불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장애는 다른 곳에 있다. 협상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양국 어선이 상대국 해역의 어디서 얼마만큼의 고기를 잡느냐는 통계가 있어야한다. 하지만 중국은 차치하고라도 우리측도 몇척의 어선이 중국 수역에서 조업을 하는지 조차 어림짐작으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쌍끌이’파동 이후 해양수산부는 어획 통계자료의 전산화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97~99년4월 해구별, 어업별, 시기별 출어척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과, 해구별 어종별 어획량 분석을 진행중이지만 목표 완료시점인 7, 8월까지 작업을 마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우선 어민들의 산지 어획량 신고가 부정확하고 열악한 행정체제 등으로 통계파악의 기본 체제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협상의 우리측 대표부서인 해양수산부로서는 또 하나의 난제에 빠져있다. ‘쌍끌이’파동 이후 검찰의 비리수사와 처벌에 따라 차관보_국장_과장으로 이어진 부내 수산라인 자체가 단숨에 와해되버린 것이다.

수산행정조직 와해, 협상에 어려움

해양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밖에서는 다른 사람을 갖다 놓으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하지만, 본래 수산청과 항만청이 통합된 해양부에는 전문적 이해를 가진 수산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서해와 동해, 남해의 조업현장을 손바닥 보듯 환히 보고 있었던 사람들이 옷을 벗자 수산행정은 무주공산이 돼버렸다”고 푸념했다.

해양부는 3차협상부터 협상의 본궤도에 진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중국의 협상지연전략에 대해 영해를 침범하는 중국 선박에 대한 과감한 나포단속과 한·중어업공동위원회를 추진하는 등 채찍과 당근책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어업협정의 조속한 발효를 위해 한·중·일 3국의 조업수역이 중첩되는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3국 어업협정이 함께 발효돼야한다는 논리도 적극 제기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도 중국의 소극적 태도, 어업통계의 부실, 수산행정조직의 와해라는 3대 장애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한 수산전문가는 “한·중어업협상이 완료되려면 최소한 15회 이상의 길고 지루한 협상이 되풀이 돼야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서남해역 황금어장은 고스란히 중국의 선단식 물량작전에 고스란히 유린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인철·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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