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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싸움 언제까지...

‘이제 2라운드가 끝났을 뿐이다.’

경찰의 검찰 파견직원 복귀지시로 한때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던 수사권독립 문제를 둘러싼 검·경 힘겨루기가 청와대의 ‘지시’로 다시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자 한 경찰 고위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와관련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최근 경찰의 수사권독립 움직임은 상대의 빈 틈을 노려 치고 빠진다는 점에서 마치 ‘게릴라전’을 연상케 한다”며 “조만간 다시 치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힘없는 경찰’로서는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전면전을 벌일 경우에는 국가적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며 ‘수사권독립 고지’를 정복하기 위한 ‘게릴라전술’을 사실상 시인했다.

실제로 경찰은 6월초 경찰대 출신 젊은 간부들이 주축이 돼 경찰수사제도개선 연구비 명목으로 1억6,000여만원에 이르는 ‘거사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치밀하게 ‘수사권독립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김대중대통령의 논의중단 지시로 수면 아래에 잠복해있던 수사권독립 2라운드의 불을 지핀 시점이 고가옷 로비파동 등으로 검찰이 술렁이고 있던 와중이라는 점도 경찰의 작전이라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이는 경찰청이 제도개선기획단 소속 간부 2명을 수사권 독립과 관련된 외국의 현황파악 및 자료수집을 위해 해외로 각각 8~9일일정으로 출장보낸데서도 잘 드러난다.

경찰, 검찰파견직원 “다 불러들여”

수사권독립 2라운드의 공을 울린 것은 6월22일 전국 시·도 지방경찰청에 내려간 김광식경찰청장의 공문 ‘대외기관 파견에 따른 업무지시’. ‘법령이나 규정을 무시하고 비공식적으로 외부기관에 지원근무 형식으로 장기간 파견된 직원에 대해 원대복귀 조치하고 앞으로 유사근무를 최대한 억제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찰의 이같은 지시가 내려간후 각 언론이 ‘검·경 갈등 전면전 조짐’이라고 보도하자 경찰은 그동안 청와대를 비롯한 각 부처에 직원을 파견했던 기관으로서 ‘규정 준수를 강조한 업무지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외부기관에 파견했던 직원중 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지 않는 등 규정에서 어긋난 파견직원은 모두 검찰파견 직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시가 ‘검찰을 겨냥한 칼’이라는 것은 쉽게 간파된다.

6월26일 현재 전국 검찰에 파견돼 근무중인 경찰관은 모두 235명. 이 가운데 68명만 해당 지방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았을뿐 나머지는 모두 검사의 구두요청에 따라 파견나간 인력들. 이들은 대부분 마약·조직폭력 분야의 베테랑 수사관들로 검찰 수사에서 큰 몫을 해왔다.

‘원대복귀령’이 떨어진 후 서울 성동경찰서가 검찰에 파견나갔던 경찰관 5명을 불러들인데 이어 인천경찰청과 전북경찰청 소속 경찰관 10여명이 복귀하는 등 속속 복귀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검찰은 “대응을 하면 경찰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며 공식대응은 자제하면서도 “경찰이 또 검찰을 건드린다”며 내심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권독립 문제가 불거진후 박희원 경찰청정보국장이 수뢰 혐의로 구속된 것을 놓고 ‘검찰의 반격’이라며 앙심을 품었던 경찰이 검찰이 흔들리는 시점을 노려 반격을 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대해 경찰은 “울산지방경찰청 등 경찰관서 신설에 따른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경찰청장미승인 파견 등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이 ‘괜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검사 수사할 날 올것”

이틀후인 6월24일 경찰이 다시 ‘범죄첩보수집 활성화계획’을 발표하자 검·경의 갈등은 마침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경찰의 ‘범죄첩보수집 활성화계획’은 일선 경찰서에 마약·조직폭력·공직자비리 범죄의 첩보강화를 위해 전담요원 신설을 지시한 것이다. 경찰은 “사회기강확립 차원에서 강력·중요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그동안 검찰 고유의 수사영역이었던 마약·조직폭력·공직자비리 수사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결국 검찰을 압박하기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대상 고위공직자를 ‘3급이상’으로 규정한 것을 다분히 3급 대우를 받아온 ‘검사’를 노리는 ‘포석’으로 해석하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관련 경찰 관계자는 “사정기관으로서 경찰의 위상을 강화, 수사권독립과 관련된 논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검찰이 경찰비리에 대한 수사에 나설 때를 대비한 대응책”이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수사권독립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검찰에 의해 경찰비리가 들춰져 번번이 무산된데 대한 맞대응 자료를 축적하려는 조치이다. 경찰청에 근무중인 총경급 한 경찰간부도 “경찰의 요구대로 검·경이 대등한 수사기관이 된다면 언젠가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그냥 놔두면 큰일나겠네”

결국 다시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옷로비파동이후 잇단 악재로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국가의 양대 수사기관인 검·경이 힘겨루기를 해서 국가기강을 흔드는 것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6월25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독립 문제는 지금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못박아 말하자 경찰수뇌부가 수사권독립 관련 행동을 자제할 것을 일선에 지시, 일단 검·경 갈등은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하지만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수사권독립 문제를 더이상 물 밑에 묶어두지말고 어떤식으로라도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사권독립 문제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내연해 있는 한 다시 재연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같은 지적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 박우서교수도 “수사기관 사이의 대립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결국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하며 “청와대와 정치권이 나서 공식적이고 순리적으로 문제해결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경찰대 출신의 한 간부의 고백을 귀담아 들을 만 한 것 같다. “정당한 공론화과정을 거쳐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다. 만약 ‘힘의 논리’나 ‘정치적 계산’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면 우리들의 ‘독립투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검경 수사권독립 갈등 일지

1월18일 경찰청, 경찰수사권독립 추진 발표.

2월13일 기획예산위와 경찰개혁위, 경찰수사권독립 제한허용 검토.

4월27일 경찰청, 김대중대통령에 자치경찰제 및 수사권독립 추진 계획보고.

5월2일 경찰청, 수사권독립 홍보책자 10만부 배포.

5월7일 법무부, 경찰수사권독립 공식 반대.

5월8일 청와대, 수사권독립 관련 논의 중단지시.

5월9일 경찰대 출신들 수사권독립 요구 성명서 작성 시도.

5월20일 서울지검, 박희원경찰청정보국장 수뢰혐의로 구속.

6월초 경찰대 출신 1,600여명 수사권독립 연구비 1억6,000여만원 모금.

6월22일 경찰청, 검찰파견 경찰관 원대복귀 지시.

6월24일 경찰청,

박천호·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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