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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햇볕정책과 북한의 '전략'이 붙으면?

23년전 필자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으로 김치담그기 사역중 주린배를 채우려고 반쯤 썩은 배추가닥을 먹다 들켜 많이도 얻어 맞았습니다. 그리고 1년여뒤 포병 관측병으로 철책선 관측소에서 근무할 때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최전방 지휘관인 보병 대대장의 월북사건입니다. 군이 발칵 뒤집혔고, 사단이 교체됐습니다. 일신의 영달만 생각했던 쓸모없는 군인이었지요.

요즘 훈련소는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변했습니다. 신세대 장병들에게 아버지들의 군대생활 이야기는 거짓말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자식들이 군대생활을 제대로 해낼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세계의 촉각을 한반도로 집중시킨 6월15일 서해교전은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알게 했습니다.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게릴라식으로 침범하다 급기야 한국전쟁이후 최악의 교전사태로 번졌으나 신세대 장병들은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북한을 응징했습니다. 전쟁이 터질 경우 신세대 장병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까지 불식시킨 것입니다. 입대 10개월인 한 신세대 병사는 파편이 박힌 몸으로 파손된 고속정이 무사히 귀항하도록 끝까지 도왔습니다.

국민들의 동요도 크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이상징후만 있으면 사재기등의 소동을 벌였던 예전과 달랐습니다.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당한 북한의 초기 반응은 ‘당분간 남측 인원들의 평양 방문과 접촉을 제한 또는 중지한다’‘남한이 긴장완화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바다’ ‘불바다’를 운운하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지금도 ‘적들이 새 전쟁에 불을 지른다면 무자비하게 짓뭉갤 멸적의 투지를 가다듬고 있다’고 말해 한층 격앙된 듯하나 ‘전쟁에 불을 지른다면’이란 단서가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까지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와 앞으로의 과제는 별개입니다. 간과해서는 안될 것들이 있습니다.

초기 대응 잘못으로 교전이라는 상황으로까지 악화했습니다. ‘햇볕정책’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정권들에서 그랬듯이 북한의 도발을 ‘이용’하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요. 북한의 침범이 계속되고 있을 때 현정권은 검찰의 파업유도 공작의혹으로 부도덕성을 질타당하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햇볕정책의 ‘성과’ 쌓기에 급급, 우리 국민들의 생계를 소홀히 했습니다. 서해5도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들입니다. 국민의 생명도 등한시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우리장병의 부상이 9명에 그쳤으나 이는 계속된 북한의 침범에 초긴장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밤잠을 설쳤습니다. 과연 북한이 그렇게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불안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 기습을 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서해교전의 승리는 우리측 무기의 질적인 우세에서 기인한 점도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의 ‘작전’에 휘말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은 햇볕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남한 정권이 설마 월경해 꽃게 좀 잡기로서니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우리해군이 ‘충돌작전’을 전개하자 선제사격을 가해 많은 피해를 자초했지요. 군인들의 생명을 담보로 다른 것을 얻어내려한 것으로 밖에 볼 수없습니다. 북한은 체제생존을 위해 일을 저지르고 협상을 통해 이익을 취합니다. 철저하게 이중적입니다. 많은 사례들에서 보여졌듯이 이는 달라지지 않을 북한의 치밀한 전략입니다. 저지르기위해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내는데서도 증명됩니다.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의 햇볕정책 수정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는 현정권으로서는 이번 사태에 따른 북한의 요구를 상당부분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뭐 주고 뺨 맞는 식’은 아무도 원하지 않습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 남북관계가 진정으로 진전되기를 바랍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된 사건이면 터져나오곤 하는 ‘북풍설’등의 아전인수식 정쟁을 하지말라는 것입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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