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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이회창 "공격 앞으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6·3 재선거에서 승리, 국회로 돌아왔다. 97년 11월26일 15대 대통령후보에 등록하면서 전국구의원직을 내놓은지 1년6개월여만이다. 한 당직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총재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군을 초토화시키며” 당당히 입성했다.

이총재의 입성은 ‘원외’에서 ‘원내’라는 신분변동의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여전선의 헤드쿼터가 국회 바깥이 아닌 국회 안에 자리잡게 됨을 뜻한다. 뿐만아니라 이총재의 정치적 위상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한나라당 내의 역학구도도 적잖은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엄청난 소용돌이가 예고되고 그 파장은 크고도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 창(槍) 빼든 이회창

6·3 재선거는 이총재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원외총재와 원내총재가 상징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게다가 선거 결과가 압도적인 승리로 판가름나면서 이총재는 당 안팎에 그의 대중적 지지도를 확인시켰다. 당 장악력이나 대여관계에서 그의 정치적 무게가 더해질 수 밖에 없다.

출마결정 당시를 떠올리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인 셈. 당시 이총재는 사면초가(四面楚家)에 빠져 있었다. 3·30 재·보선에서의 패배로 수도권 의원들이 심하게 흔들렸고 뜻하지 않은 ‘고승덕 파문’까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당내의 거센 압박에 떠밀리다시피 해 던진 출사표가 일거에 모든 혼란을 잠재웠다.

이총재의 날카로운 창끝은 먼저 정부 여당쪽을 겨냥할 듯 하다. 총풍(銃風) 세풍(稅風) 등 대선 패배후 내내 이총재를 괴롭히던 바람은 의풍(衣風)에 완전히 밀려난 상태. 수비자세에서 공격자세로 대여관계를 바꿀 기회를 잡았다.

이총재는 당선 직후 가진 즉석 기자회견서 5일 청와대 오찬 초청을 거절했다. 미리 예정된 행사를 핑계로 댔지만 ‘아쉬울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총재는 4일 당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참석 거부의사를 거듭 확인하며 ▲김태정법무장관 해임 ▲특별검사제 도입 ▲국정조사권 발동 등을 촉구, 정부 여당을 몰아쳤다.

집안 걱정 떨친 이회창

이총재의 창은 당내부에서도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일단 6·3 재선거의 압승으로 수도권의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자칫 당을 사분오열시킬만한 잠재적 불안요소를 상당 부분 떨쳐냈음을 뜻한다. 한 핵심당직자는 “3·30 재보선 이후 수도권출신 의원들이 크게 동요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들은 당론이 소선거구제보다는 여권이 추진중인 중선거구제쪽에 더 솔깃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당직자는 “그러나 송파갑은 물론이고 호남과 충청인구가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인천 계양·강화에서도 여권의 연합공천에 맞서 대승, 이들 의원들이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여권의 정계개편론이 물 건너갔다”는 일부의 전망이 결코 섣부른 게 아니다. 정치권의 지형을 뒤바꿀 수도권 출신 야당의원들이 이총재의 우산을 빠져나올 가능성이 줄어들면 여권의 야당 흔들기도 사그러 들 수 밖에 없다.

비주류쪽도 현재로서는 이총재체제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없는 형편. 당분간은 비주류 쪽에서 주파수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게 정확한 관측이다.

시험대에 오른 이회창

6·3 재선거후 정국은 ‘창(昌)이 제대로 창(槍)을 휘두를 수 있는’ 정치상황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이총재에게 또 하나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당장 코 앞에 정치개혁 협상무대가 펼쳐져 있다. 이총재의 정치적 입지가 더 탄탄해지느냐 다시 허물어지느냐가 여기에 달려 있다. 만일 이총재가 당 안팎의 중선거구제 파고에 부딪쳐 이리저리 떠다닐 경우 반석위에 오른 것 같았던 이총재는 일순간에 추락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총재의 또 다른 숙제는 여권을 떠난 민심을 어떻게 껴안느냐하는 것. 따지고 보면 이번 재선거에서의 압승은 한나라당이 자체 역량으로 끌어냈다기 보다는 현정권의 잇따른 실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총재의 정확한 현실인식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모처럼 찾아 온 호기를 어물어물 놓칠 경우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자칫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제2사정설 등 여권핵심부에서 머잖아 뽑아 들 국면전환 카드에 대한 준비도 이총재의 몫이다.

아뭏든 이총재는 이번 재선거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당을 내년 총선체제로 정비하되 철저하게 자기 색깔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총재 측근들은 선거후 앞다투어 “이제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총재 자신도 “새로운 천년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최성욱·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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