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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에 발목잡힌 사회

요즘 우리사회는 ‘리스트’에 끌려 다닌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부패의 먹이사슬이 뿌리깊어 유명인사들이 검찰에 불려가기만 하면 ‘000 리스트’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은 안절부절한다. 그렇다고 제대로 리스트가 밝혀진 적도 없다. 리스트는 적당하게 필요에 따라 ‘이용’되면서 작성자가 최종 판결을 받을 때까지 때로는 그 이후까지 위력을 발휘한다.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부부의 리스트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최소한 ‘최회장 리스트’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이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들어서 알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구속기소된 원철희 전농협중앙회장이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정치권에 대한 자금제공을 시사, ‘원철희 리스트’의 존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씨는 공판에서 “농협회장 시절 조성한 비자금을 개인및 업무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냐”는 검찰측 신문에 대해 “큰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 조직에 도움되는 공공목적에 사용했다”고 진술하면서 “의원 후원회비는 영수증처리가 안돼 변칙 처리했다”고 언급, 정치자금 제공을 시사했다.

정치권 로비가 사실일 경우 원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6억1,100만원에 달하고 회장 재직기간이 94년부터 지난 2월까지로 문민정부에 이어 국민의 정부까지 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상은 일단 여야 정치권 모두가 포함될 수도 있다.

실제로 원전회장은 구속직전 측근에게 “비자금을 정치인들에게 주었고, 이중에는 여권 중진 K의원과 현직 K장관도 있다”며 “사용하지 않았다.나는 희생양이다”고 주장했다. 원전회장은 또 “정치인들에게 한꺼번에 거액을 주지는 않았지만 전달된 액수를 합치면 적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봄 수사에서 검찰은 원전회장으로부터 정치권 등에 로비자금을 썼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나 액수가 소액이고 95년 농협비리 수사때도 정치권에 전달된 자금을 수사하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 대신 검찰은 98년 강원도지사 선거때 한호선 전농협회장에게 전달된 1,000만원에 대해서만 내역을 밝혔다.

이는 검찰이 수사를 소홀히 해 비자금 내역을 밝히지 못했거나 축소수사라는의혹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의혹은 원전회장이 법정에서 농협이 96년 부실기업이던 서주산업에 지급보증을 한데 대해 “당시 청와대 윤진식 경제비서관이 직접 전화했고 재정경제원도 대출담당 부회장에게 부탁해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대출외압 사실을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에서 이 부분은 없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되자 “윤비서관에 대한 뚜렷한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윤 비서관이 단순히 전화를 걸어 ‘도와주라’고 부탁했을 뿐,특별한 금품거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원철희 리스트’의 실재 여부와 자금의 성격이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는 변호인 반대신문이 진행되는 다음 공판에서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씨부부 리스트, 폭발력 잠재

원철희 리스트와 함께 최순영 부부리스트는 여전히 폭발력이 잠재하고 있다. 이미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최순영 부부와의 빅딜설이 나돌고 있고 공판이 이미 한차례 연기된 상황이어서 리스트가 사태 추이에 따라 향후 정국에 큰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한생명에 대해 강한 미련을 갖고 있는 최씨가 앞으로의 전개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리스트를 카드로 활용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관부인들이 연루된 부인 이형자씨 리스트도 현 정권에 회오리를 몰아칠 것은 뻔하다.

실제로 대한생명 입찰에 최씨가 대리인을 내세워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위는 최씨의 현재 위치를 아는 투자자라면 대한생명 입찰에 최씨와 손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최씨의 대한생명에 대한 집착을 감안할 때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금감위는 대한생명 입찰에 참여하는 투자자 주변에 최씨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금감위는 대한생명 입찰과 관련, 일각에서 떠돌고 있는 최씨 대리인과 정부간 밀약설에 대해 ‘근거없다’고 일축했다. 금감위는 또 어떤 경우에도 최씨가 경영권을 회복할 힘(자금 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대리인을 내세워 대한생명의 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조직안정을 되찾은 뒤 본격 사정을 시작할 전망이어서 현재까지 나돌고 있는 리스트들이 정치권은 물론 세인들의 주목을 계속 받을 전망이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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