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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로비 흔적 없다"

“그림으로 로비한 흔적이 없다.”

한동안 정국을 시끄럽게 했던 ‘그림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다. 검찰은 사흘간 수사로 이 사건을 해프닝으로 결론내렸다.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압박해오고 회사도 어려웠던 지난해 말 거액을 들여 운보 김기창화백의 그림을 무더기로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실세들에게 그림을 제공해 구명로비를 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으나 대한생명의 자산투자와 미술관 전시목적으로 전량이 보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운보의 아들 김완씨가 대한생명의 묵인아래 개인소장자 11명, 화랑 9곳의 명의를 빌려 차명매매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소득세를 포탈한 사실을 밝혀내고 국세청에 통보키로 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검찰, 투자·미술관 설립 목적’ 풀이

검찰은 ▲최회장이 김완씨로부터 구입한 그림 203점 ▲김씨가 최회장 부인 이형자씨에게 기증한 우향(雨鄕) 박래현(朴崍賢)의 그림 87점 ▲최회장이 별도로 구입한 겸재 등의 다른 고서화 47점까지 합해 의혹의 대상이 됐던 그림 337점이 모두 보관돼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림이 누군가에게 ‘외출’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로 만에 하나 말썽이 나자 받은 사람이 되돌려 주었을 가능성을 차단했다.

검찰은 그림을 다량 구입한 목적을 두가지로 풀었다. 우선 투자목적. 최회장은 미대 출신인 부인 이씨를 통해 김완씨를 소개받았고 사업실패로 곤경에 처해있던 김씨로부터 그림 구입 제의를 받았다. 최회장은 운보화백이 와병중이어서 그림을 사두면 유작이 돼 가격이 크게 뛸 것이라는 판단하에 그림 매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술관 전시용. 검찰은 최회장이 여의도 63빌딩 인근 라이프빌딩에 ‘동양미술관’(가칭)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최회장은 92년부터 그림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운보 작품 외에도 다수의 그림이 63빌딩 54층 회장 집무실에 보관돼 있는 점과 대한생명측이 지난해 2월초 서울대 미대 교수의 자문을 받아 당국에 미술관건립 신청을 하려했고 미술관 설계도면까지 작성했던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형자씨가 운보 화백의 부인인 우향의 그림 87점을 기증받은 것은 우향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000년까지 충북 청원군에 ‘우향미술관’을 건립하고 자신이 이사장을, 아들 김완씨가 관장을 맡는다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또 당초 김완씨가 최회장에게 판 그림이 230∼240점이라고 말했다가 나중에 203점이라고 정정하는 등 혼선이 빚어진 이유는 김씨의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발표다. 검찰은 “김씨가 세금을 내지 않을 목적으로 운보그림 203점 중 차명거래한 그림 61점을 실제로는 자신이 팔아놓고도 개인 소장가들과 최회장간 사이에 중개만 한 것처럼 숨기려 했다”고 설명했다.

‘외자유치’ 믿고 거액 투자

한편 검찰은 조사대상이 됐던 그림 이외에 최회장이 92년부터 사모으기 시작한 다른 그림 다수가 63빌딩 54층 회장 집무실에 보관돼있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개인재산이라 수사대상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한생명이 자금난에 몰리고 최회장의 구속이 임박했던 시점에 60억원이라는 거금을 한가롭게 그림구입에 썼을까라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그림값이 대한생명의 운영자금 계정에서 나와 ‘유형고정자산’계정으로 정식 회계처리됐다며 ‘의혹’은 없다고 말했다. 최회장이 회사공금을 이용해 회사명의로 그림을 산 것이고 당시까지 최회장은 외자유치만 잘되면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3∼10월 다른 고사화 47점을 사는데 쓰인 12억7천만원도 대생 공금으로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의 수사의뢰 당시 이미 조사가 끝났고 더이상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결과는 최회장 부부의 주장과 일치한다.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이번 사건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본 사람은 세금을 추징당해야 하는 김완씨와 로비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사람들이다.

이광일·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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