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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미소, 발칸을 밝힌다

코소보 국제평화유지군이 코소보에 진주하기 시작했다. 유고군이 철수를 시작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78일만에 공습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코소보 무력분쟁이 사실상 끝난 것이다.

이번 코소보 사태는 ‘지상군 투입없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전쟁 교범을 뒤엎은 신개념의 전쟁이었다. 고도의 전자장비가 장착된 전투기와 미사일 공격만으로 유고의 항복을 받아낸 미국과 나토의 승리는 새로운 전쟁사의 막을 연 것이다.

미국과 나토의 승리에는 외교적 해결 방식 역시 적지 않은 몫을 했다. 그러나 유고의 일방적 굴복은 견딜 수 없이 끈질기고 집중적인 공습의 결과라 할 것이다. 유엔의 코소보 특사 칼 빌트는 이번 사태를 “국제사회에 의해 시도된 가장 도전적이고 복잡한 평화이행 방식”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구쏘련의 붕괴 이후 세계경찰로서의 위력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앞으로 당분간 세계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단일 세력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사태 해결과정에 영향을 끼친 러시아와 중국 등의 반미전선을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향후 세계질서가 미국·나토와 러·중의 대결체제인 ‘신냉전’이 올 것이란 추측을 하기도 한다.

나토 역시 중간 중간 균열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협력과 공존의 틀로서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의 사후처리에는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100만명에 이르는 코소보 난민들의 무사귀환과 코소보 재건이 최우선 과제이다. 난민중 40여만명은 9월 이내에 귀향할 것으로 보인다.

전범으로 기소돼 있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의 운명은 발칸반도의 미래와 직결돼 전후 처리의 쟁점이 될 것이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나토가 공습을 중단한 직후 텔레비젼에 나와 “유고가 승리했으며 나토의 침략을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평화가 폭력을 극복했으며 우리는 코소보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호기를 부렸다. 이같은 발언이 다분히 국내 선전용임을 감안하더라도 발칸반도의 평화정착에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음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공습으로 처절하게 무너진 유고의 각종 기반시설과 경제 재건 역시 미국과 유럽의 중요한 수습 과제이다.

전쟁 종식의 첫 가시적 조치는 유고군이 지난 10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오후 7시15분)부터 코소보 북부 메르다레 지역을 떠나 세르비아 공화국 영토로 진입, 철수를 시작한 것이었다. 이어 하비에르 솔라나 나토 사무총장은 유고군의 코소보 철수가 검증됐다며 대유고 공습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제이미 세이 나토 대변인은 “철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이날 코소보 평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코소보 평화유지군이 11일 코소보에 진주, 난민 귀환 작전과 재건 작업을 개시했다.

하지만 유고군 철수-나토 공습중지-평화유지군 배치-난민 복귀로 이어지는 일련의 종전 시나리오에는 여전히 많은 난점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유고가 약속된 일정대로 철수할 지가 가장 큰 문제이다. 유고군이 철수과정에서 코소보해방군(KLA)과 교전하거나 밀로셰비치가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며 철수를 지연시킨다면 사태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KLA 등 알바니아계 반군들이 일단 나토 통제하의 무장해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평화 정착의 걸림돌 하나는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유고군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상황은 바뀔 수가 있다. 라무시 하라디나이 KLA사령관은 “무장해제는 잠정적이며 나토 지휘를 받는 동안 훈련을 계속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고군이 재차 공격을 시도할 경우 지체 없이 반격 태세를 갖추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손태규·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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