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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탈출] 뒹굴뒹굴... 독서삼매경으로 간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잘 모르는 소리다. 구름 두어 점 높디높은 하늘, 선선하고 화창한 날에 방 구석에 들어앉아 글자와 씨름하고픈 이 누가 있겠나? 바닷바람 쏘이든지 들로 산으로 나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늘 한번 쳐다보지.

하여,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라 강변하고 싶다. 한 여름, 뙤약볕 장맛비에 여기저기 땀 줄줄 흘리며 돌아다닐 필요없이 집 안에서 뒹굴뒹굴 하며 책장 넘기는 재미야말로 선인들이 말한 독서삼매가 아닐까?

책은 고전이나 명저를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굳이 시달릴 필요도 없다. 휴가철 한때나마 즐겁게 보내자는 것이니까. 무겁지 않으면서도 읽고 나서 읽은 시간 돌려달라고 후회할 책만 아니면 좋겠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서점과 각계에서 추천한 책들 가운데 신간을 중심으로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 10종을 소개한다. 덧붙인 5권의 SF(과학소설)·추리소설은 특히 두뇌훈련을 하면서 시간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자녀들에게는 덜렁 책 한권 사다주고 무조건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추천한 책 목록이나 평소 언론에 난 책 소개 기사를 보고 서점에 같이 가서 내용을 잘 살펴본 뒤 골라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이 보고싶다는 책은 큰 문제가 없으면 사주는 것이 독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휴가때 읽을 만한 책 10선

◇흙 한 줌 물 한모금의 가르침

아메리카로 건너온 백인들에게 땅은 곧 돈이었다. 그러나 대대로 그곳에서 살아온 원주민(인디언)들에게 대지는 곧 어머니였다. 그들은 백인과 문명에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이제 다시 우리에게 소중한 지혜를 일깨워준다. 이 책은 인디언들의 이야기와 전설, 발언 등을 통해 온갖 쓸 데 없는 지식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영혼의 소리를 만날 수 있게 한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 발행, 7,000원.

◇소로우의 노래

‘월든’으로 유명한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의 여러 작품에서 그의 정신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 부분만을 뽑아 옮겼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숲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바람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고 장엄한 일몰을 관찰하고 한밤중에 호수에서 헤엄치고 산 꼭대기에서 달과 별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소로우의 생활을 편역자인 시인 강은교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레, 8,000원.

◇아름다운 성찰_저무는 20세기를 바라보며’

우리 문학계의 중진인 소설가 박완서(68), 시인 신경림(64), 평론가 김윤식(63), 김병익(61) 이렇게 네 사람이 함께 낸 4인 산문집이다.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은 글 16편은 우리 시대의 이런저런 풍경과 한국문학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박완서는 치욕스런 정치사를 매섭게 비꼬고 신경림은 자연스럽고도 구수한 산문을 선보인다. 김병익은 유년기에서 환갑까지를 자전적으로 서술했다. 한울, 7,500원.

◇먼 그대의 손

소설가 김준성(79) 이청준(60) 김주영(60) 한승원(60) 김원일(57) 이문열(51)씨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 김준성의 표제작은 IMF로 실직한 가장의 이야기를, 이청준의 ‘내가 네 사촌이냐’는 한(恨)을 근저로 한 가족사를, 김주영의 ‘금의환향’은 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을 배경으로 70년대 농촌사회를 생생하게 그린다. 인간과 가족간의 신뢰가 사라진 풍경을 한승원은 ‘검은 댕기두루미’에서 묘사했고 김원일은 제삿날에 모인 가족 이야기를 통해 한말에서 80년대 운동권까지의 시대 변천을 담았다. 이문열의 ‘달아난 악령’은 80년대 운동권 의식화의 문제를 추적했다. 문이당, 8,000원.

◇아버지들의 아버지

‘개미’와 ‘타나토노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38)가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를 과학 스릴러 형식으로 추적했다. 작가는 지금부터 370만년 전 우리의 가장 직접적인 조상에 해당하는 ‘미싱 링크’(missing link·진화론적으로 현생 인류와 원인을 연결하는 중간단계의 존재)의 일상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최초의 인간에 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한 고생물학자의 돌연한 변사와 살인사건을 축으로 급박하게 전개되는 수사 끝에 인류의 조상에 대한 진실이 마침내 밝혀진다. 열린책들, 상·하권 각 6,500원.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

문명비평가 권삼윤(48)씨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유럽의 세계문화유산을 현지 탐사로 소개했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부터 로마, 바티칸, 유고의 두브로브니크, 프라하, 상트 페테르부르크, 쾰른대성당, 알타미라 동굴과 스톤 헨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 소개에 직접 찍은 사진을 곁들였다. 효형출판, 1만원.

◇베란다가 있는 풍경

숭실대 강사 이옥순씨가 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진 인도의 모습을 다채롭게 해석했다.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 근대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필자는 종교나 문화적 전통은 물론 사회경제적 구조까지를 들여다보는 눈으로 인도의 이곳저곳을 누빈다. 델리에서 출발해 아마다바드, 하이데라바드, 뭄바이, 캘커타 등 9개 도시를 돌아보며 오랜 기간의 정복과 파괴의 흔적, 전통과 신문명이 교차하는 현장을 돌아본다. 책세상, 9,000원.

◇침묵의 집

작가 박범신이 8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무기력하게 늙어가면서 거대한 상실의 구덩이에 팽개쳐진 한 장년의 남자에게 불현듯 찾아온 불꽃 같은 사랑을 그렸다. 50대 주류회사 자금담당 이사 김진영은 연상의 시인 천혜린과 뒤늦게 격렬한 사랑에 빠져 북아프리카, 유럽, 러시아의 바이칼호에 이르는 긴 여행끝에 마침내 죽음을 맞게 된다. 문학동네, 1·2권 각 7,500원.

◇역사풍속기행

역사학자 이이화씨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조상들의 풍속과 전통을 알기 쉽게 조명했다. 예를 들어 스님의 낮춤말인 ‘땡추’는 지배층에 항거하고 일제에 저항한 승려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그 후로 뜻이 와전됐다든가, ‘내시’는 처음에는 관직 명칭이었다가 성불구자를 의미하게 됐다든가 등등 잘 모르는 일화가 많다. 전통놀이의 지혜, 놀이문화의 유행, 다양한 삶과 경제활동, 뿌리찾기와 제도생활 등 4개 장으로 나눠 설명했다. 역사비평사, 9,000원.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70년대말 시국사건으로 프랑스로 망명한 홍세화씨가 한국과 프랑스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비교·분석했다. 두 나라 문화에 대한 비교문화적 시각이 흥미롭다. 홍씨는 자전적 에세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한겨레신문사, 7,500원.

이광일 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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