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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와 삼성생명] 빅딜, 삼성차로 스타일 구겨질라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추진된 5대그룹 빅딜이 삼성자동차 처리라는 마지막 고비에서 또다시 흔들거리고 있다.

98년 1월 당시 김대중대통령 당선자가 대기업의 중복투자해소와 경쟁력강화차원에서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5대기업간 사업교환을 제시한 이후 1년 6개월동안 추진돼 왔지만 삼성자동차라는 블랙홀에 빠져 있는 상태다.

정부는 막바지에 온 빅딜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삼성자동차 처리를 위해 삼성측에 다각도의 압력을 가해왔다. 여기서 삼성은 삼성생명을 상장시키면서 얻게 되는 이건희 회장의 이익 2조여원을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에 사용하고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묘수’를 짜냈다.

삼성차 처리로 스타일 구긴 빅딜

그러나 삼성생명상장으로 삼성측이 엄청난 이익을 얻는데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정부가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불허할 경우 삼성자동차 빅딜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지만 여론이 악화돼 섣불리 허가를 내주기도 어렵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삼성생명 상장을 일단 유보하는 대신 부산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 부산공장을 계속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측의 처리방안과 정부의 방안이 혼선을 빚는 양상이다.

처음부터 ‘빅딜이 아닌 빅쇼’ ‘얼굴만 바뀐 관치경제’ 등 수많은 비난속에서도 집요하게 추진되온 빅딜이 막판에 모양을 다 구기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빅딜이 이루지거나 추진중인 부문은 정유, 항공, 철차, 유화, 반도체, 발전설비 선박엔진, 자동차 등이다. 이중 정유와 철차, 반도체의 빅딜은 완전히 마무리됐다.

말썽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반도체부문 빅딜은 결국 LG가 손을 들고 말아 현대가 LG반도체를 인수, 오는 10월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합병으로 전세계 반도체시장은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기업이 석권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설비및 선박제도의 빅딜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여온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산업자원부가 5월말 구성한 중재단이 현장조사를 마치고 각사의 입장을 청취하는 등 사실상 활동을 끝내 조만간 빅딜범위에 대한 최종합의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중재단의 중재의견에 무조건 승복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최종합의안이 발표되면 한국중과 삼성중이 이관 대상 사업부문의 평가액 산정에 들어가 이달말쯤이면 빅딜이 완전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쓰이 자금유치를 추진중인 석유화학부문의 빅딜은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이 자산평가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는 등 통합작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또 항공부문도 금융권 부채의 출자전환규모를 놓고 채권단과 의견차이를 보여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관심거리다.

재계는 5대그룹이 빅딜을 어느정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성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짧은 기간에 빅딜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재계가 정부의 대기업 개혁정책을 적극 따른 결과”라며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빅딜 대상 기업들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개입에 한계, ‘용두사미’ 우려도

그러나 삼성자동차 처리가 보여주듯 개별기업의 필요에 따른 자발적 인수합병방식이 아닌 정부개입 빅딜은 국내에서 상당한 우려와 비판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대우전자 빅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가 장관직에서 전격 경질됐으며 재계일각과 일부 해외언론들도 “다른 형태의 관치경제”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기업들이 빅딜을 추진하면서 자기들 잇속을 챙기는데 급급하다고 불평하고 있고 국민들도 재벌들의 문어발식 경영행태는 거의 변하지 않고 오히려 독과점적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삼성자동차 처리 해법과 관련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개혁의 최선책으로 추진했던 빅딜이 결국 용두사미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정책평가위원회가 98년 말 발표한 정부업무심사평가에서 정부 스스로 5대그룹 빅딜의 추진방식과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빅딜자체가 뒤늦게 결정된데다 당초 기대한 사업교환방식보다는 단일법인 설립과 합병중심으로 추진됨으로써 업종전문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책임경영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또 5대그룹 계열사가 98년 4월 257개에서 12월에는 264개로 증가했고 2000년 3월까지 해소키로 돼 있는 상호채무보증해소도 30%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복투자해소·재벌개혁엔 긍정적 평가

일부에서는 빅딜의 상징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빅딜이 처음부터 결함을 안고 시작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추진됐다가 찝찝하게 마무리됐지만 당초 김대중대통령이 염두에 두었던 과당 중복투자해소와 재벌개혁이라는 전체적인 뜻은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 정부가 빅딜의 강박감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대기업의 오너가 그룹전체를 좌우하고 상호지급보증과 내부거래로 지탱되는 전근대적인 경영체제를 뜯어고치지 않고는 제2, 제3의 IMF사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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