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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000P 시대] 주가와 선거는 찰떡궁합?

네자리 주가시대가 열렸다. 내로라 전문가들조차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주가가 로켓을 단 것처럼 치솟자 여기저기서 “그렇다면 앞으로의 주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내친 김에 연말에는 1,200을 돌파하고 이후에도 더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가하면 한편으로는 “폭락장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주가는 그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금리,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경제변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권교체, 정치인의 건강, 나라밖의 전쟁, 특정 기업인의 사생활 등 경제외적 변수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증시에서는 ‘총선주가’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나돌고 있다. 비록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내년 6월에 치러질 ‘16대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정부·여당의 고민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당분간은 주가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다면 선거와 주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일반인들의 예상은 정말로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선거와 주가 사이에서 겉으로는 명백한 인과관계를 찾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흔히 말 ‘대마불사의 신화’는 명백하게 존재한다. 요컨대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의회 선거와 주가는 별다는 상관관계가 없지만 대통령 선거처럼 소위 ‘판돈’이 크게 걸린 경우에는 확실한 관계가 존재 것이다.

실제로 87년 12월16일에 치러진 13대 대선부터 98년 6월4일의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전후한 주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이같은 ‘대마불사 신화’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야당이 분열된 채로 치러져 노태우 정권을 탄생시킨 87년 대선의 경우 선거일 보름전(12월1일·490.45), 선거 다음날(12월16일·491.47), 그리고 선거 보름후(12월31일·525.11)의 주가는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또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14대 대선(12월18일)에서도 선거 보름전인 12월3일 638.93이던 주가가 19일에는 663.31로 24.38포인트 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97년 15대 대선때도 그대로 재연됐다. 선거일(12월18일)을 보름 앞둔 12월3일 379.31이던 주가가 보름만에 397.20까지 치솟아 400선을 넘보았다. 대선 주자들이 미셀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IMF와의 협약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할만큼 당시 국내 경제상황이 최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선을 보름앞두고 주가가 4.67%나 올랐다는 것은 시사 바가 매우 크다.

그렇다면 비교적 ‘판돈’이 적은 총선이나 지자체 선거와 주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13대 총선(88년 4월26일)부터 98년 지자체선거까지 치러진 전국규모 선거는 모두 5번. 선거일을 15일 앞두고 지수가 3.8%상승한 15대 총선(96년 4월11일)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4번의 선거에서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요컨대 선거와 주가는 ‘정의 상관관계’를 갖을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중에서 “‘판이 작은 선거’와 주가는 관계가 없다’는 결론에 동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대 선거마다 선거일에 임박해서 증시부양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여당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즉 선거를 앞두고 주가가 오르지 않은 몇몇 상황의 경우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당시의 경제상황이 너무 나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역대 정권은 매번 증시 부양책을 내놓았다. 96년 15대 총선 직전에는 증권시장안정기금이 증권사에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등 변칙적인 부양책이 튀어 나왔고, 97년 10월(15대 대선)에는 외환위기로 국가경제가 결딴이 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투자한도확대, 상장기업의 연 2회 현금배당 허용 등의 고단위 부양책이 나왔다.

그러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기 위해 내놓은 이같은 정책들은 오히려 엄청난 후유증만을 남겼다. 그 대표적 사례는 흔히 ‘12·12’조치로 불리는 89년의 증시부양조치. 당시 이규성 재무부장관은 “한국은행이 돈을 새로 찍어서라도 주가를 띄우겠다”고 선언한뒤 한국, 대한, 국민 등 주요 투자신탁회사에 강제로 수조원의 돈을 빌려줘 주식을 사들이도록 했다. 그러나 남은 것이라고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신사 부실과 주가폭락뿐이었다.

A증권사의 투자분석팀장은 “정치권이 주가를 의식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증시에 대한 개입은 시장만 흔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가가 오른 것은 정부가 쓸데없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어쨌든 증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내년 4월까지는 ‘총선에서의 승리’를 노리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하는 chcho@hk.co.kr>상황이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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