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북한미사일은 '그들의 생존전략'

07/15(목) 10:17

북한이 도쿄도 아니고 워싱턴도 아닌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를 향한 미사일 한발을 밑천으로 아슬아슬한 협상에 나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겠다"고 강경한 방침을 천명했고, 미국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사정거리 1,000㎞가 넘는 노동1호의 사정권안에 있는 일본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변3국이 이번에는 진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맞선 북한의 대응 역시 간단찮다.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왜 참견하느냐, 호들갑 좀 떨지 말라"는게 공식 입장이다.

한반도는 물론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른 북한 미사일의 위협은 어느정도인가. 한·미 정보당국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식량등 엄청난 경제지원의 대가로 들여다 본 금창리 핵시설은 텅빈 동굴이었다. 북한이 발사 준비중인 대포동2호 미사일도 무기로서의 위협은 허장성세"라는 것. 이는 대포동미사일이 갖는 의미가 무기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에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수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전체적인 미사일생산 능력면에서 동북아권에서는 최상의 수준이다. 해외판매한 스커드미사일도 지금껏 알려졌던 300여기보다 훨씬 많은 490기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76-78년 중국의 DF(동풍)-61미사일개발계획에 참여하면서 미사일제작기술을 습득했다. 소련에서 스커드B미사일을 들여와 역설계방식으로 모방, 85년부터 사정거리 500㎞내외 스커드모드의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이와함께 자체 미사일개발에 성공한지 5년여만에 스커드추진체 4개를 한묶음으로 장착해 사정거리를 1,000㎞까지 늘린 「노동1호」를 개발해 미사일 강국으로 급부상했으며 사정거리 1,000㎞를 넘는 대포동 1,2호 미사일을 93년과 94년 잇따라 시험 발사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지난해 8월말 발사한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은 파편이 3,200여㎞나 떨어진 알래스카해안까지 날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의 기하급수적인 사정거리연장은 인정되지만 특징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국방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은 부정확하다. 스커드모드 미사일은 300㎞비행하면 목표물로부터 450-1,000㎙의 오차가 발생한다. 노동1호도 1,000㎞비행후 오차가 목표물로부터 2,000-4,000㎙나 돼 대포동미사일부터는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순항미사일형태의 제트엔진을 탑재하려 한다는 정보도 있다.

또 화학무기나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한 탄도중량이 1,000㎏안팎의 북한미사일들은 비용대 효과면에서 비경제적이다. 들어간 돈이 아까워 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억제효과를 갖지만 국가의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전면전에서는 효과적인 무기는 아니다.

이와함께 북한은 액체연료를 사용, 운반하기도 어렵고 발사할 때 시간이 많이 걸려 상대방에게 쉽게 노출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고 사거리 연장도 엔진갯수를 늘려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거리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다.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 북한은 ▲관성항법장치 안정기술 ▲탄두중량조절 노하우 ▲연료분사장치 기술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에따라 북한은 상대방의 원전, 정부 청사등 전략목표를 정밀하게 타격하기 위해 관성항법기술개량에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핵이나 화생무기를 탑재하기 위해 탄두중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

북한이 경제적인 어려움속에도 80년대 중반부터 미사일개발에 경주한 배경은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는 갈수록 경제력이 차이가 나는 남한과 재래식무기경쟁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핵무기 다음으로 위협수단인 장거리유도무기를 개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작용했다.

두번째는 장거리 미사일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등 주변국의 개입, 지원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남한을 지원할 경우, 미사일공격도 불사한다는 경고의 의미이다.

세번째 북한의 속셈은 정확도는 낮아도 사정거리가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 주요도시까지만 미친다면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강하게 작용했다. 특히 남한의 군사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전면전 위협이 먹히지 않기 시작한 90년대부터, 북한이 사정거리 연장에 주력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속셈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미사일발사준비도 주변국의 반대를 역으로 이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말 「광명성1호」발사후 적극적으로 북한과 미사일협상에 나섰던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북한을 인식하고 있다. 스위치만 누르면 미국을 공격하는 무기를 개발하도록 그냥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의 기술로는 아직 장거리미사일에 화생무기와 핵탄두를 장착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광명1호가 머리위로 지나가는 치욕을 당한 일본은 미사일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탄도미사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군사인공위성을 띄우고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구축 제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한의 미사일개발에 마음이 편치 않다. 자칫 일본이 군비를 증강하면 동북아의 힘의 균형은 급속히 깨지고 TMD구축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TMD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지만 언제든지 공격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공격무기이다.

문제는 주변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이 미사일을 정말 발사할까'로 귀결된다.

국방당국은 이에대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국의 지원중단을 초래, 자신의 명줄이 끊길지도 모르는데 초강수를 두기는 어렵다는 이성적 판단이다. 미사일을 발사하면 주변국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햇볕정책은 치명타를 맞는다. 국가차원은 물론 인도적차원의 식량 비료등 경제지원이 중단되고 현재 진행중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업이 깨질 수 있다. KEDO는 한국이 32억달러, 일본 10억달러, 미국이 매년 중유 50만톤을 지원, 현재 북한 전력의 30%를 생산하는 경수로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은 코소보전에서 '육군없는 승리'로 전사를 다시 쓰게 했다. 인명피해 없이도 백기를 들게 한 코소보전은 유엔의 결의도 없었다. 군전략담당자도 "유고가 손한번 써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복구비만 2,000억~3,000억달러의 피해를 보고 경제가 30년이상 후퇴한 모습을 보면서 북한도 착잡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미국은 지형이 유사한 유고에서 우리를 공격할 연습을 하고 있다. 코소보 다음은 우리차례"라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이 토마호크미사일과 B2전략폭격기, F117스텔스폭격기 등으로 미사일시설을 극히 제한적으로 정밀타격(pin point strike)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예상밖의 행동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처럼 미사일발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94년 미국과의 영변핵시설 협상과정에서 북한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핵확산방지협약(NPT)에서 탈퇴, 40억달러가 넘는 KEDO를 얻어냈었다. 또 양면적인 미국의 동북아안보전략도 북한이 발사를 선택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은 2010년이후 자신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중국을 꼽고 있다. 일본을 끼워 넣어 동북아지역에 TMD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다분이 중국견제용이다.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눈감아 주면 일본의 여론은 TMD참ㅇ로 급격히 기울어지고, 미국은 작은 위협을 감수하면서 큰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긴장을 원치 않는 남한은 상수(常數)로, 복잡한 계산을 하는 미국을 변수(變數)로 방정식을 풀어왔다. 이번에도 북한은 군사위성과 정찰기 등을 통해 미사일발사 준비과정을 감시하는 미국에게 쥐고 있는 「카드」를 보여 주며 도박을 벌이고 있다. 결국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느냐, 중단하느냐는 미국과의 협상인 셈이다.

정덕상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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