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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개발 계속했다면 토마호크 능가"

“71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 박정희대통령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청와대에 들어가니 비서관이 빨간 싸인펜으로 ‘극비’라고 쓰인 메모지를 주었다. 75년까지 사정거리 200㎞내외의 유도무기를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황당했다. 3.5인치 대포도 만들지 못하는 가내공업수준인데 미사일이라니….” 당시 국방과학연구소(ADD·국과연) 로켓연구실장 구상회(64)박사의 회고.

박대통령 자주국방의지로 개발착수

우리나라에서 ‘현대전의 총아’로 불리는 유도미사일개발은 자주국방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던 박대통령의 전격적인 지시로 착수됐다.

개발에 앞서 기술도 문제지만 105㎜곡사포 개발조차 허용하지 않는 미국을 설득하는게 급선무였다. 우리나라에는 당시 50년대 생산된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미사일이 실전배치돼 있었다. 국과연은 “이미 생산라인이 죽은 이 미사일을 계속 운용하려면 한국이라도 정비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는 논리로 미사일개발을 설득했다. 밀고 당기는 협상에서 미국은 결국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인 스틸웰대장의 서한을 통해 “사정거리 180㎞, 탄두중량 50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을 허용한다”는 의견을 보냈다.

미사일개발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부품을 만들고 연구하는 장소는 ‘대전기계창’으로, 성능시험장소는 ‘기상측후소’로 위장됐다.

우여곡절 끝에 77년 9월26일 우리나라 최초의 미사일 ‘백곰’이 태안반도의 미사일발사 시험장에서 박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연구·시험 및 생산시설을 갖추고 본격 개발에 착수한지 1년만이었다. 비록 나이키미사일을 모방했지만 유도용 소프트웨어, 유도조종장치, 기체 추진기관 등이 모두 개량되거나 새로 개발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년이 넘도록 ‘백곰’의 수준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독자적인 미사일개발은 전두환정권이 들어서면서 돌이킬 수 없는 시련을 겪었다. 5공정부는 오랜기간이 걸리는 연구개발보다 해외에서 무기를 직접 도입, 대북전력의 열세를 만회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전대통령은 특히 “‘백곰’은 미제유도탄에 페인트만 덧칠했다. 만들지도 못할 미사일을 개발한다며 수천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대통령까지 속였다”고 믿고 있었다. 구박사는 “종무식을 마친 82년 12월31일 오후 국방부로부터 수십장의 팩스가 들어왔다. 2,000여명의 직원중 30%가량을 감축하는 내용이었다. 유도무기팀은 아예 해체됐다.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미사일개발 중단을 미국에 약속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백곰’의 후속사업으로 비밀리에 사거리를 연장하는 K2, K3및 K5사업도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 ‘백곰’이어 10년뒤 ‘현무’

미사일 개발은 1년도 안돼 의외의 사건으로 다시 착수됐다. 83년 10월 버마 아웅산폭탄테러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전대통령은 북한에 보복을 고려했지만 수단도 없었고 특히 88올림픽을 유치했지만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었다.

이에따라 아웅산에서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워있는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에게 유도미사일 개발과 실전·배치를 지시했다. 유도무기팀 부장급이상 간부들과 수백만달러를 들여 외국에서 핵심기술을 배운 연구진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아웅산테러로 87년 개발된 미사일이 ‘현무’. 현무의 사정거리와 탄두중량은 ‘백곰’과 같지만 성능은 크게 개선됐다. ‘백곰’이 지상레이더에 의해 목표를 유도받아야 하지만 현무는 관성항법장치를 장착,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간다. 또 차량탑재가 가능해 옮기기 쉽고 상대 공격에서 생존률이 높다. 북한은 액체연료를 사용해 발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현무는 고체연료를 사용해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 특히 ㎞당 오차범위가 1㎙정도로 북한미사일에 비해 정확도가 앞선다.

북한보다 15년가량 앞서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반대와 함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스스로 미사일수준을 묶어 놓았다.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으면 지금쯤은 토마호크도 문제없다”는 국과연 관계자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덕상·사회부기자 jfur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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