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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정국] '변심'인가 '작전상 후퇴'인가

내각제 개헌논의 시한이라던 8월말을 한 달 이상이나 남겨놓고서 ‘연내 내각제 개헌 포기’라는 속내를 들켜버린 JP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까.

총리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했던 지난 3월2일. JP는 “결단력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모르는 소리 하지마라. 결단력이 없다면 내가 어떻게 5·16을 하고 YS와는 어떻게 헤어졌겠느냐. 나는 할 때가 되면 하는 사람이다. 한가지 이룰 것이 있어서 못 참을 걸 참고 여기까지 왔다.” 그의 의지는 “앞으로 (내각제 개헌을 위한 DJP합의)약속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공동정부 위기가 올 수 있다”로 마무리됐다.

당시 세상 사람들은 그의 말에서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공동여당의 대회전이 임박한 것으로 짐작했다. 그에게 남은 선택을 ‘대선전 약속대로 연내 내각제 개헌이 이뤄지지않을 경우 DJ와 결별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런 JP의 결단은 불과 5개월만에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DJ의 읍소에 마지못해 양보하는 식이 아니라 제 풀에 지친 듯 스스로 ‘포기’하는 식이다.

고성오간 심야 3자회동

JP가 내각제 개헌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은 7월12일 총리공관을 찾아온 자민련 김용환수석부총재와 강창희원내총무와의 만남에서다. JP의 움직임에 ‘혹시’라는 불안감을 안고 공관을 쳐들어가다시피한 두 명의 내각제론자가 확인한 것은 ‘역시’였다. JP는 당시 내각제 개헌이 안되면 공동정부에서 철수하자는 이들의 다그침에 “왜들 자기 생각만 하느냐. 그러면 나라가 흔들린다. 공동정부는 유지돼야한다”고 못박았다. 고성마저 오가는 1시간 30여분의 회동에서 이들은 믿었던 보스의 마음속에 이미 연내 내각제 개헌이 희미해졌음을 확인했다. 이들은 정국혼란 등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한 보스의 ‘충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내각제 개헌을 위한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보스가 ‘백기’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3사람만의 비밀스런 회동은 보스의 ‘변심’을 눈치챈 이들의 입을 통해 ‘JP 연내 내각제 개헌포기’로 세상에 알려지게된 것이다.

김용환부총재의 당직사퇴, 충청권 의원들의 JP성토 등 섶에 불을 지른듯 터져나오는 당내반발과 충청권의 실망이 쏟아졌다. JP는 특유의 어투로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조심스런 속내를 가장 믿었던 측근에게 비쳤다가 당내 반발이란 거센 회오리에 몰린 JP가 당혹했을 것이란 것은 누구도 짐작할 수 있는 일. 매몰차게 파고드는 언론을 향해 JP는 “시끄러, 쓸데없는 얘기 하지말어. 내가 언제 대통령과 연내 내각제 개헌을 하지않기로 했다고 말했어. 마음대로 작문하지마. 난 그런 적 없어”라며 손사래를 저었다.

‘포기’기정사실로 받아들여

하지만 이상한 것은 JP답지않은 신경질적인 반응과 부인의 강도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정반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JP의 부인에 아랑곳없이 이미 DJ와의 내각제 개헌포기에 대한 묵시적 합의 등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문제를 다루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관심은 내각제 개헌유보에 답한 국민회의의 선물에 쏠려있을 뿐이다.

JP는 당이 반발하는 와중에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결정을 하든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겠다.” 불과 수개월만에 ‘구국의 결단’을 ‘내각제 강행’에서 ‘유보’로 바꾼데 대한 우회적 설명이다. 한 측근의 말. “DJ가 내각제 개헌을 할 의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JP만 고집하는 것은 공동정부의 파국이다. 공동정부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책임은 무리한 요구를 앞세운 JP에게 돌아간다. JP는 급속히 떨어지는 민심을 보며 책임감을 느낀 것이다. 현 상황에서 내각제 개헌추진은 파국이라고.”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JP는 당내반발, 충청권의 실망을 무릅쓰고 5·16을 하는 심정으로 나라의 안정을 위해 ‘연내 내각제 개헌을 한동안 유보하겠다’며 국민에게 선언, ‘큰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그러나 믿었던 측근들에게 이런 속내를 보였다가 허를 찔렸다.”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구국의 결단’이 될 수도 있는 카드가 ‘우유부단한 JP’로 뒤집어져버린 상황에 대한 JP의 착찹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김용환부총재의 당직사퇴 등 일파만파로 파장이 번진 16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한 행사에서 “반평생 정치를 해오면서 정치란 무엇보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국민이 희망을 가지고 하도록 따르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며 “정치인들이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대의’를 저버리지 않는지 반성해야한다”고 말했다. 그의 ‘충정’을 받아들이지못하는 자민련에 대한 서운함이 진하게 베어있다.

이동국·정치부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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