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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보호'법, 더이상 늦추면 안된다

경기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을 둘러싼 검은 내막이 하나 둘씩 벗겨지는 과정에서 진흙탕속에 진주가 발견됐다. 상급자들의 부당한 압력과 업자의 협박에도 굿굿이 버틴 화성군청 전 부녀복지계장 이장덕씨다. 대쪽 여계장의 비망록을 통해 어처구니 없는 공직사회의 비리구조가 하나 둘씩 확인되면서 이를 계기로 내부고발자보호제도의 시행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는 김대중대통령의 대선공약사항인 부패방지법안의 주요 내용중의 하나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입법을 지시한데다 여야 대표들도 찬성한 부패방지법은 그러나 의원들의 ‘이중적인 행동’으로 벌써 2년6개월째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긴 잠을 자고 있다.

당초 부패방지법안은 크게 내부고발자보호제도를 비롯해 돈세탁방지, 공직자윤리강령 강화,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96년 1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입법청원을 한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회의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 신설조항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이 돌변, 여야간 지루한 정쟁만 벌였다.

결국 98년 12월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조항은 특별검사제와 함께 처리키로 하고 수정된 부패방지법안을 다시 제출했지만 그마저도 처리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급옷 로비사건을 계기로 각계 원로들이 성명을 내고 부패방지법의 조속한 입법화를 요구했지만 국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부패방지법안이 시행될 경우 돈세탁이 금지돼 의원들이 가장 큰 피해을 입을 수 있는데다 공직사회에서도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내부고발자보호제도에 대해 ‘한국적 특수성’을 들어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 자신의 돈운영문제가 걸려있고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무원들의 폭로가 잇따를 경우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임미옥간사는 “대통령이 수차례 부패방지법의 입법을 지시하고 여야당 대표도 조속한 입법을 약속했는데도 실제로는 전혀 진전이 없는데는 부패방지법안내에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보다는 돈세탁금지조항이 크게 작용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세탁금지와 내부고발자보호제도 없이는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부패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이번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에서 드러난 이장덕씨처럼 청렴하고 정직한 공직자들이 오히려 조직에서 왕따 당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제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90년에 재벌 비업무용 토지 감사중단을 폭로한 감사원 감사관 이문옥씨가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파면됐다가 무죄확정 판결과 파면처분 취소판결을 받아내는데 무려 6년간의 지루한 법정싸움이 있었다.

이밖에도 국군 보안사의 민간인사찰을 폭로한 윤석양군이나 군부재자투표 비리를 폭로한 이지문중위, 한준수 연기군수 등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들은 배신자로 낙인찍혔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파면 구속되는 등 ‘조직의 쓴 맛’을 봐야했다. 도둑질을 신고한 사람을 잡아넣는 꼴이다.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이고 동양에서도 대만 필리핀 등 상당수 국가들이 이미 법제화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는 공직자가 부패제의를 받을 경우 제의를 한 사람을 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직무유기로 처벌하고 있을 정도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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