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07/28(수) 13:36

수십년간 함께 생활해온 부부중 일방이 어느날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는 황혼이혼(실버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9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의 이혼 가운데 20년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가 778건으로 97년의 421건보다 무려 84.7%나 증가했다. 96년 390건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2년사이 2배나 증가한 것이다.

통계청 자료도 황혼이혼이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년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 비율이 80년 전체 이혼의 5.4%에서 95년에는 8.7%, 97년에는 9.4%로 급증했다.

이처럼 황혼이혼이 급증함에 따라 실버이혼은 이제 개인문제를 넘어 여성인권문제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여성노인에게 최후까지 결혼생활을 지속할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유교주의적 사회풍조와 아직도 남성중심적인 지배구조때문이며 이는 여성노인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직 법원에선 다소 보수적인 성격의 판결이 많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지난해 9월 70세 할머니가 30억원이 넘는 재산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장학금으로 기부한 남편(90)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만큼 여생도 해로하라”며 할머니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고법 민사10부도 1월 평생 순종만을 강요당한 75세의 할머니가 83세의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50여년전 혼인할 당시의 가치기준으로 고려할 때 남편의 행동이 심히 부당한 것으로 보여지진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제주지법 가사2부는 1월 이모(70·여)씨의 이혼소송에서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남편(72)이 재산을 독차지 하기 위해 이씨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사실을 들어 두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위자료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황혼이혼은 이제 사회문제이다. 백년해로라는 미명아래 비극적인 부부관계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할머니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며 바람직한 노년부부의 관계설정과 모습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일근·사회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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